일 만화과 대학생 한상윤씨 풍자만화전 열어
“일본 친구들이 독도를 콘크리트로 만든 섬으로 알더라구요.”
은은한 수묵담채 만화로 일본 우익세력의 뒤틀린 정신세계를 꼬집는 청년 한상윤(21·일본 세이카대 만화학부 4년)씨는 일본 젊은이들의 한·일 관계에 대한 무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씨의 주요 풍자대상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등이지만, 근현대 역사와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에 한방 날리는 작품들도 그렸다. 고이즈미는 손금이 야스쿠니신사 들머리 나무기둥 ‘도리’ 모양이거나, 신사에 출근 도장을 찍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한씨는 “일본 우익의 악의적이고 왜곡된 주장에 대항마 역할을 기꺼이 하겠다”며 “만화를 통해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고 싶다”고 했다. 일본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 탓에 그는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수십통의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대개 도화지에 수채화로 그리는 ‘카툰’과 달리 한씨는 전통 한지에 수묵담채로 표현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 무대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일 인터넷으로 일본의 신문·방송 보도를 살피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날카롭게 벼린 정치풍자를 위해서는 한시도 사회의 흐름에서 눈을 뗄 수 없어서다. 지난 6월 한씨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찾아 ‘전쟁범죄 미화 실태’를 꼼꼼이 확인했다.
한씨는 “야스쿠니 역사박물관에 19~20세기 침략전쟁 때 사용한 무기 등이 그대로 전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쟁범죄자를 집요하게 신격화하는 일본 우익에 대한 비판의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한씨와 같은 풍자만화 작가들은 여전히 신변 위협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그를 매섭게 채찍질하는 시노하라 유키오(57) 지도교수도 끊임없이 우익을 비판하는 만화를 그려오고 있지만 한씨에게 “천황·우익·종교 문제는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할 정도다.
한씨는 2003년 한국 애니메이션고교를 1기로 졸업했으며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이 본 이상한 나라 일본’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한상윤 풍자만화전-섬나라 일본’ 전시회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인사동 ‘하나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수익금 일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쉼터 ‘나눔의 집’에 기부된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