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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예전엔 이유없는 반항·10년새 이유있는 해탈

등록 2006-11-26 17:33

‘인디 1세대’ 노브레인 결성 10년
어느새 10년. 하지만 변함은 없었다. 단순하지만 힘있는 스리 코드 기타 연주를 타고 거칠게 내달리는 보컬. 1996년 홍대 앞 클럽 ‘드럭’을 뒤흔들었던 노브레인의 펑크 록은 지난 18일 열린 이들의 10주년 콘서트에서도 변함없이 관객들의 심장을 두들겼다. 10년 세월 동안 함께 버텨온, 이날 게스트 밴드인 언니네 이발관, 자우림, 레이지본 등도 나이가 엇비슷했다.

분노 표출한 펑크가 파티펑크로
‘라디오 스타’ 출연뒤 더 인기
“함께 즐길 음악 하고싶어”

세월은 팬들의 나이에도 숫자를 더했다. 무대 앞 스탠딩석에서 ‘방방 뛰는’ 10대 팬들 뒤에서 30대로 접어든 팬들은 객석에 앉아 몸을 흔들었다. 10년의 세월은 이들에게 무엇을 보태고 무엇을 가져갔을까. 요즘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영월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밴드 ‘이스트 리버’ 역을 열연해 이름을 날리고 있는 노브레인을 만나봤다.

10년이란 시간은 노브레인에게 ‘인디 1세대’라는 수식어를 달아줬다. 홍대 앞 클럽에서 인디 문화가 꿈틀거리던 1996년 노브레인은 결성됐다. 1집 〈청년폭도맹진가〉(2000), 2집 〈비바 노 브레인〉(2001)을 내면서 이들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반항을 표출하는 펑크 밴드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3집부터 이들의 음악적 색깔은 확연히 바뀌었다. “처연히 어둠을 걷는다/쓸쓸한 스물 셋 청춘의 행로여”(어둠 속을 걷다)라며 읊조리던 청년은 오히려 “넌 내게 반했어…, 나랑 미친듯 놀자/밤이 새도록 놀자”(미친 듯 놀자)라며 통통 튀어댄다.

멤버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일부 팬들과 평론가들은 “인디 정신이 변했다”며 등을 돌리기도 했다. 작사·작곡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차승우씨가 나간 것도 큰 변화다. 하지만 노브레인은 그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옛날 음악이 좋으면 그 음악을, 지금 음악이 좋으면 지금 음악을 들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인디 1세대라는 틀에 마음대로 가두고 일방적으로 밴드의 음악적 성향에 입김을 주려는 사람들에게 신경도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해탈했어요.”(이성우·보컬)

“분노와 반항을 담았던 예전 음악은 청춘의 이유 없는 반항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게 ‘펑크 정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정재환·베이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따라부를 수 있는 펑크 록을 추구하며 노브레인은 ‘파티 펑크 록’이라는 독자적 스타일을 개발했다. 음악 말고 변한 것이 더 있다면 2년 전 발표했던 ‘넌 내게 반했어’가 〈라디오 스타〉에 나와 큰 인기를 얻으며 이들이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는 힘을 더욱 크게 얻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늘 제자리인 것도 있다. 인디 음악이 살아날 수 있느냐는 고민이다.


“어쩌다 인디 음악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품은 방송 프로듀서 등 관계자들이 나타나도 얼마 안 가서 바뀌는 걸 수없이 봤어요. 그렇다고 억울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음악을 알릴 법을 고민해야죠.”(황현성·드럼)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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