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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오늘 삑사리 좀 내셨죠?” 달콤살벌한 무대 뒷편

등록 2007-03-25 16:31

 <컨츄리보이스캣>
<컨츄리보이스캣>
‘컨츄리보이스캣’ 공연 후 엿보기

노래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한번쯤 들어봤다면, 누구나 공연 끝난 뒤 무대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2시간 넘게 연기한 배우들이 무대 뒤에선 어떻게 하루를 정리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몇시쯤 귀가하는지. 20~30대의 젊은 청춘들이 연출자, 배우, 스태프로 똘똘 뭉쳐 만든 창작뮤지컬 <컨츄리보이스캣>의 공연 직후 분장실을 지난 20일 살짝 엿봤다.

밤 10시, 분장실은 역시나 어수선한 모습이다. 가방과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막이 내리고 배우들이 들어오면 10평 남짓한 공간은 순식간에 꽉 찬다. 약속이나 한 듯 배우들은 땀 밴 의상을 벗어던지고 분장을 지운다. 무대 위 멋지고 진지하던 모습이 오간데없이 사라진다. ‘원봉’역 홍승진씨와 ‘진태’역 박계환씨가 가장 잽싸다. 드라마 <간난이> 아역배우로 친숙한 김수용(진호 역)씨는 오히려 느긋하다.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는 게 더 신나는 모양이다. “프로거든요.”(웃음)

“오늘 난 50점” 자기평가도

피곤함과 나른함, 잡담의 즐거움이 섞여 있던 분장실 분위기는 10여분 뒤 연출자 홍상진씨가 등장하는 순간 긴장감으로 바뀐다. 오늘 공연을 평가할 시간이다. “오늘 양만춘밴드 삑사리 좀 많이 내셨죠? ‘헨리(서현철)’도 마찬가지고요. 준호는 마리(이영윤)가 떨어지고 난 다음에 목걸이 보여주세요.” 일주일 프리뷰 기간 동안 지작된 것을 고쳐 다시 올린 것이지만 연출자 홍씨의 평가는 냉정하다. “하루 쉬어서 그런지 정신이 없었어.” 양만춘씨가 부족함을 인정하자 옆에서 김수용씨도 “오늘 나는 50점”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영윤씨가 “난 60점이니 좀 났네”라며 거든다.

잠시 팽팽해졌던 분위기는 짧고 굵게 지속된 뒤 곧 사라진다.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이들에게는 영~ 어색하다. 분장실이란 곳이 원래부터 평가보다도 동료들과 우정을 다지는 곳이 아닌가. 드러머 하형주씨가 운을 뗀다. “다들 너무 개인기랑 연기 연습만 하는 거 아냐? 괜히 오버하고. 아무리 그래도 내 인기는 못 따라와!” 양만춘씨가 살짝 귀띔한다. “우린 그냥 공연 자체를 즐겨요. 무대 위든, 무대 밖이든 상관 없어요.”

일부는 샤워장으로 향하고, 김수용씨와 이영윤씨는 화장대 앞에서 모니터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뮤지컬이 안하는 것을 해보자는 것이고, 분위기도 좋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좋아히지 않으면 어쩌나…’ 다들 긴장할 수 밖에 없죠.” 설명해주는 연출자 홍씨도 속으로는 그 부담이 오죽할까.

어느새 밤 11시…“수고했다”

이들이 모여 빚어내는 뮤지컬 <컨츄리보이스캣>은 배우 홍상진씨와 ‘양만춘밴드’의 리더 양만춘(박경훈)씨가 “소재 내용 형식 파괴 뮤지컬을 만들자”고 뜻을 모아 만들었다. 별다른 뜻 없이 의성어나 음절만으로 노래하는 ‘스캣’을 소재로 삼아 음악 밴드가 배우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래와 무용을 강조해 신바람나는 반면 이야기가 약하다는 지적도 듣는다.

흥행 여부는 조만간 판가름난다. 어느 새 11시, 분장실을 나서며 건네는 “수고했다”는 인사는 듣는 이와 건네는 이가 함께 나누는 격려다. 이들이 떠나는 분장실 벽 위에는 ‘신나게’ ‘발랄’ ‘스피드’ ‘열정’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다. 나오면서 흘깃 쳐다본 무대는 노래 가사처럼 조명이 꺼지고 정적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젊은 배우들이 그 위에서 뿜어냈던 열기는 어둠 속에서도 그대로 남아 좀처럼 식지 않는 듯했다. 5월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3만~5만원. (02)501-7888.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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