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넬손 프레이리 브람스 공연
연주자 호연 불구 섣부른 박수 ‘눈살’
연주자 호연 불구 섣부른 박수 ‘눈살’
지난 27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브람스 스페셜-관현악 시리즈Ⅴ>를 무대에 올렸다. 2006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2007년을 관통하는 주제로 브람스를 잡았는데, 그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날 연주는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국내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서울시향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확인해줬다. 풍부한 질감이 느껴지는 격정적인 해석은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 것이었다. 브라질 출신 피아노 거장 넬손 프레이리의 연주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최대의 난곡으로 꼽히는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무난하게 연주한 탄탄한 기본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 수 없었다.
문제는 객석에 있었다. 곡이 끝나자마자 틈을 주지 않고 쳐대는 일명 ‘안다 박수’가 산통을 깬 것이다. ‘안다 박수’란 ‘나는 이 곡이 언제 끝나는지 안다’는 사실을 자랑하듯 성급하게 박수를 치는 것을 음악팬들이 비꼬는 말이다. 이 ‘안다 박수’는 연주 마지막 음이 허공으로 채 흩어지기도 전에 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먼저 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치기 때문에 여운을 즐길 수 없다. 오죽하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박수가 싫다”고까지 했을까? 박수는 연주자에 대한 찬사와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때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이날 박수를 쳐야 할 대목은 딱 2군데였다. 1부에서 넬손 프레이리가 협연한 피아노협주곡 2번이 끝났을 때, 그리고 2부에서 교향곡 4번이 끝났을 때였다. 악장 사이에 박수가 전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관객들은 대부분 베테랑인 것 같았다. 가장 좋은 박수 타이밍은 ‘지휘자가 돌아서서 인사할 때’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 공연을 본 클래식 애호가 안성진(33)씨는 “어떤 공연보다도 여운이 중요한 클래식 공연에서 ‘안다 박수’는 연주를 망치는 주범”이라며 “유독 예술의전당 관객들이 ‘안다 박수’가 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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