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연주 산통 깨는 ‘안다 박수’

등록 2007-12-30 20:09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넬손 프레이리 브람스 공연
연주자 호연 불구 섣부른 박수 ‘눈살’
지난 27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브람스 스페셜-관현악 시리즈Ⅴ>를 무대에 올렸다. 2006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2007년을 관통하는 주제로 브람스를 잡았는데, 그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날 연주는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국내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서울시향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확인해줬다. 풍부한 질감이 느껴지는 격정적인 해석은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 것이었다. 브라질 출신 피아노 거장 넬손 프레이리의 연주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최대의 난곡으로 꼽히는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무난하게 연주한 탄탄한 기본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 수 없었다.

문제는 객석에 있었다. 곡이 끝나자마자 틈을 주지 않고 쳐대는 일명 ‘안다 박수’가 산통을 깬 것이다. ‘안다 박수’란 ‘나는 이 곡이 언제 끝나는지 안다’는 사실을 자랑하듯 성급하게 박수를 치는 것을 음악팬들이 비꼬는 말이다. 이 ‘안다 박수’는 연주 마지막 음이 허공으로 채 흩어지기도 전에 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먼저 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치기 때문에 여운을 즐길 수 없다. 오죽하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박수가 싫다”고까지 했을까? 박수는 연주자에 대한 찬사와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때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이날 박수를 쳐야 할 대목은 딱 2군데였다. 1부에서 넬손 프레이리가 협연한 피아노협주곡 2번이 끝났을 때, 그리고 2부에서 교향곡 4번이 끝났을 때였다. 악장 사이에 박수가 전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관객들은 대부분 베테랑인 것 같았다. 가장 좋은 박수 타이밍은 ‘지휘자가 돌아서서 인사할 때’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 공연을 본 클래식 애호가 안성진(33)씨는 “어떤 공연보다도 여운이 중요한 클래식 공연에서 ‘안다 박수’는 연주를 망치는 주범”이라며 “유독 예술의전당 관객들이 ‘안다 박수’가 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