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신비로운 음악에 젖고 환상적 배경에 홀리고

등록 2008-01-20 21:40수정 2008-01-20 21:43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 DVD·음반 발매…라이브 투어 담아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경이로운 음악 선물을 보내왔다. 아이슬란드의 국민 밴드 ‘시규어 로스’의 자국 라이브 투어를 담은 디브이디와 라이브 음반이 한국에서 발매된 것이다. 다음달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는 가수 비욕과 함께 ‘아이슬란드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만하다.

시규어 로스가 아이슬란드의 방방곡곡에서 펼친 공연을 영상으로 담은 <집으로(Heima)>를 보는 것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색다른 경험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이 세상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창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들, 산책을 나온듯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는 아이슬란드 주민들까지.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
<집으로>는 단순한 뮤직비디오의 차원을 넘어, 시규어 로스 음악의 신비하고 기이한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규어 로스는 국토의 12%가 빙하로 덮여 있고, 여름이면 한밤중에도 태양이 빛나는 이 북구의 화산섬을,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아이슬란드판 ‘신토불이’를 조용히 역설한다.

이들이 아이슬란드 투어를 시작한 것은 월드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난 2006년 여름. 15개 지역에서 열린 모든 공연은 무료였으며, 거의 대부분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모았다. 댐 건설에 반대하는 데모 캠프를 찾아가 언플러그드 연주를 펼치는가 하면, 주민이 단 두 명에 불과한 듀파빅의 생선 저장고에 들어가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옵저버>는 이 영상물에 대해 “도저히 종잡을 수 없으나…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썼고, <타임즈>는 “사람을 홀리는 공간과 장소, 음악, 이 세 가지의 종합 방향제 같은 작품”이라 평했다. <큐 매거진>은 “록 필름을 재정의했다”고 했으며, <엠파이어>는 “올해 최고의 아름다운 시청각 경험”이라고 치하했다. 로마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상영됐으며, 지난해 말 홍익대 앞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에서는 2회 연속 매진돼 복도에까지 좌석을 까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록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서정성과 암울한 비장미, 몽환적인 분위기로 듣는 사람을 압도한다. 굳이 말하면, 포스트 록이라고 해야할 텐데, 그렇게 규정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진보적이다. 욘 쏘르 비르기손(보컬·기타·신시사이저)이 창조해낸 희망어(Hopelandic)라는 해독불가능한 언어를 사용하고, 기타를 첼로 활로 긋거나 돌로 만든 실로폰을 사용하기도 한다.

디브이디와 함께 발매된 음반은 두 장으로 이뤄져 있다. 첫장은 신곡 3곡을 포함해, 이제는 구하기 어려워진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 등 모두 5곡을 재해석해 녹음했다. 두 번째 장에서는 ‘희망(Von)’을 비롯한 6개 대표곡을 어쿠스틱 라이브로 선보이고 있다.

시규어 로스는 돈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디브이디에 담긴 인터뷰에서 이들은, 갑자기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잇따른 인터뷰를 하는 일이 “마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처럼 따분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쿨한’ 밴드를 갖고 있는 국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더구나 그들이 이따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찾아와 무료공연을 해준다면.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이엠아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1.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시그널’ 10년 만에 돌아온다…내년 시즌2 방송 2.

‘시그널’ 10년 만에 돌아온다…내년 시즌2 방송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3.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스승 잘 만난 제자, 제자 덕 보는 스승…손민수·임윤찬 7월 한무대 4.

스승 잘 만난 제자, 제자 덕 보는 스승…손민수·임윤찬 7월 한무대

수양대군 실제 ‘관상’은?…세조 초상화 초본 나왔다 5.

수양대군 실제 ‘관상’은?…세조 초상화 초본 나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