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맥퍼린 공연 가보니
바비 맥퍼린 공연 가보니
25일과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유쾌한 음악교실로 변했다. ‘목소리의 마술사’ 바비 맥퍼린은 실력과 유머를 겸비한 훌륭한 음악 선생님이었다. 바비 맥퍼린의 지휘에 따라 관객들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관객들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였다.
즉흥 연주의 달인답게 바비 맥퍼린은 첫 곡부터 프로그램에 없는 즉흥곡을 불렀다. 이어 입으로는 노래를 하고 목청으로 반주를 하거나, 손으로 가슴을 두드려 북소리를 내기도 했다. 신기에 가까운 목소리 묘기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바비 맥퍼린의 진가는 ‘관객과의 협연’에서 발휘됐다. 그의 지휘에 따라 객석의 왼편이 낮은음을 내고, 오른편이 높은음을 내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반주가 됐다. 바닥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놓은듯, 그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뜀뛰기하면 객석은 점점 높은 음을 냈다. 관객을 무대로 불러 춤을 추게 하고, 그 춤에 맞춰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공연을 본 한 음악평론가는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많이 와서 봤어야 하는 공연”이라며 “음악의 본질이 ‘놀이’에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송영훈, 가야금 연주자 고지연, 바로크음악 전문 실내악단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등과의 협연에서도 바비 맥퍼린은 즉흥을 시도했다. 즉흥연주에 익숙한 한국의 재즈연주가들과 협연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바비 맥퍼린은 관객을 편안하게 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연주자가 입장하거나 무대를 정리하는 사이 갖가지 목소리로 예정에 없던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객석은 시종 킥킥거렸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훈훈한 가슴이 되어 예술의전당을 총총 빠져나왔다. 예술의전당은 더이상 근엄한 ‘음악의전당’이 아니었다. 바비 맥퍼린은 29일 저녁 7시 울산 현대예술관 공연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안웅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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