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앳된 얼굴에 두 볼의 보조개가 매력인 임동혁은 한국 클래식계의 아이돌 스타다. 팬카페 회원이 4만명이나 된다. 클래식 아티스트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연주회에서는 공연이 끝나기 전부터 빈자리가 생긴다. 사인을 받으려는 ‘오빠부대’가 미리 줄을 서려고 나가기 때문이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내달 국내무대 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솔직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기사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수위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임동혁(24)이 그런 사람이다. 스태프들이 불안에 떨 정도다. 솔직하고 튀는 언행은 열렬한 마니아층을 끌어모으기도 했지만, 뒤따르는 오해와 왜곡은 어쩔 수 없었다.
7개 콩쿠르 휩쓴 음악계 ‘이단아’
1년여 방황 끝 지친 심신 추슬러
레퍼토리 변화로 음악적 성숙 예고 “드라마 <하얀 거탑> 보셨어요? 의학계나 음악계나 똑같아요. 음해가 많죠.”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편파 판정에 불복해 수상을 거부하고 나서, 2005년 쇼팽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였다. 심사위원단의 일원이었던 그의 스승 아리 바르디(독일 하노버음대 교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너 친구들한테 무슨 멍청한 얘기했니? 네가 이번에도 1등 못하면 수상을 거부할 거라는 말을 했다고 심사위원들이 알고 있어.” 결국 그는 형 임동민(28)과 함께 2위 없는 공동 3위를 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어떤 심사위원이 ‘임동혁에게 6등을 줬다’며 ‘그런 놈은 쓴맛을 봐야한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저에 대한 음해였어요. 수상 거부 이후 심사위원들한테 밉보이기도 했을 거예요. 사실 어느 콩쿠르나 심사위원들은 다 똑같거든요. 누구는 어떤 콩쿠르, 누구는 어떤 콩쿠르, 하는 식으로 심사위원들이 콩쿠르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서로 심사위원으로 초청해주는 식이니까요.” 그는 한때 ‘콩쿠르 중독자’였다. 우리 나이로 14살이던 1996년 국제청소년쇼팽콩쿠르에서 형 임동민에 이어 2위에 입상한 이후 7개 유명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다. 콩쿠르 참가는 순전히 자기 의지였다. 목표가 생겨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성취감도 뿌듯했다.
“콩쿠르가 제일 만만했어요. 참가비만 내면 되니까요. 저를 각별히 아껴주는 지휘자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콩쿠르 참가였죠.” 하지만 세계 클래식계는 “인종차별이 심한” 동네였다. “항상 이번이 최악의 콩쿠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악은 늘 그 다음이었다. 콩쿠르에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빈둥빈둥 놀며” 1년을 보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반성이 생겼다. 긴 방황에서 돌아온 그가 2년만에 국내 연주회를 연다. 쇼팽이나 라벨 등 감성적 레파토리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바흐에 도전한다. 프로그램에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대곡도 포함돼 있다. 바흐를 선택한 것은 “돌발적 사고”였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실은 음악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어서일 것이다. 3월이 되면 왠지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창원(2월15일), 전주(16일), 대구(17일), 대전(19일), 울산(20일), 고양(22일), 노원(23일), 성남(28일), 수원(29일), 서산(3월3일), 과천(3월7일)을 도는 전국 공연이다. 서울 공연은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1년여 방황 끝 지친 심신 추슬러
레퍼토리 변화로 음악적 성숙 예고 “드라마 <하얀 거탑> 보셨어요? 의학계나 음악계나 똑같아요. 음해가 많죠.”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편파 판정에 불복해 수상을 거부하고 나서, 2005년 쇼팽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였다. 심사위원단의 일원이었던 그의 스승 아리 바르디(독일 하노버음대 교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너 친구들한테 무슨 멍청한 얘기했니? 네가 이번에도 1등 못하면 수상을 거부할 거라는 말을 했다고 심사위원들이 알고 있어.” 결국 그는 형 임동민(28)과 함께 2위 없는 공동 3위를 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어떤 심사위원이 ‘임동혁에게 6등을 줬다’며 ‘그런 놈은 쓴맛을 봐야한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저에 대한 음해였어요. 수상 거부 이후 심사위원들한테 밉보이기도 했을 거예요. 사실 어느 콩쿠르나 심사위원들은 다 똑같거든요. 누구는 어떤 콩쿠르, 누구는 어떤 콩쿠르, 하는 식으로 심사위원들이 콩쿠르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서로 심사위원으로 초청해주는 식이니까요.” 그는 한때 ‘콩쿠르 중독자’였다. 우리 나이로 14살이던 1996년 국제청소년쇼팽콩쿠르에서 형 임동민에 이어 2위에 입상한 이후 7개 유명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다. 콩쿠르 참가는 순전히 자기 의지였다. 목표가 생겨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성취감도 뿌듯했다.
“콩쿠르가 제일 만만했어요. 참가비만 내면 되니까요. 저를 각별히 아껴주는 지휘자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콩쿠르 참가였죠.” 하지만 세계 클래식계는 “인종차별이 심한” 동네였다. “항상 이번이 최악의 콩쿠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악은 늘 그 다음이었다. 콩쿠르에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빈둥빈둥 놀며” 1년을 보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반성이 생겼다. 긴 방황에서 돌아온 그가 2년만에 국내 연주회를 연다. 쇼팽이나 라벨 등 감성적 레파토리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바흐에 도전한다. 프로그램에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대곡도 포함돼 있다. 바흐를 선택한 것은 “돌발적 사고”였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실은 음악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어서일 것이다. 3월이 되면 왠지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창원(2월15일), 전주(16일), 대구(17일), 대전(19일), 울산(20일), 고양(22일), 노원(23일), 성남(28일), 수원(29일), 서산(3월3일), 과천(3월7일)을 도는 전국 공연이다. 서울 공연은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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