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탈’
퍼포먼스 ‘탈’로 다시 태어난 하회탈춤
송승환·이지나 등 ‘난타’ 제작진
탈춤에 DJ 믹싱·랩·힙합 버무려
환경운동가로 환생한 허도령이
안양반의 막개발에 맞서는 내용
송승환·이지나 등 ‘난타’ 제작진
탈춤에 DJ 믹싱·랩·힙합 버무려
환경운동가로 환생한 허도령이
안양반의 막개발에 맞서는 내용
올해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안동 하회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하회탈춤이 새로운 퍼포먼스 공연 <탈>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장기공연된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만든 피엠시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아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첫선을 보인다. 다음달 16~24일에는 서울 코엑스아티움 무대에도 올린다. ‘제2의 난타’를 꿈꾸는 송승환 피엠시 대표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인기 여성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씨, 이지혜 작곡가, 서병구 안무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 뮤지컬계의 이름난 전문가들이 뭉쳤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난타전용극장(우림청담시어터)에서 열린 <탈> 제작발표회에서는 임춘길, 황정민, 김태한, 안영준, 배지선 등 출연 배우들이 하회마을의 ‘허도령 설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무대를 먼저 선보였다. 먼 옛날 12개의 탈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 때문에 허도령(총각탈)과 안각시(각시탈)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가 현대에 환생해 부패한 권력인 안양반(양반탈) 등에 맞선다는 줄거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무엇보다도 하회탈춤에 나오는 12개 캐릭터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환경운동가로 환생한 허총각이 하회마을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등 도시화 개발로 ‘세계관광특구’로 만드려는 국회의원 출마자 안양반(양반탈)과 김선비(선비탈) 등의 개발 공약에 맞선다는 설정은 최근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을 풍자한다.
관현악과 테크노음악, 가요, 트로트, 사물놀이, 다듬이 소리 등이 한 데 어울린 다채로운 선율을 디제이가 실시간으로 믹싱해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독특한 음악 형식과 힙합과 탭댄스, 재즈댄스, 현대무용, 오고무, 부채춤, 탈춤 등 다양한 형식을 묶은 독특한 안무도 흥밋거리다.
송승환(53) 피엠시 대표는 “3년 전 안동시장이 찾아와 ‘사물놀이로 <난타>를 만들었으니 하회탈로 새 퍼포먼스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 전부터 스태프들과 안동에 가서 탈춤을 보면서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언어가 없는 논버벌 퍼포먼스가 가장 좋지만 하회마을과 하회탈의 이야기를 대사 없이 객석에 전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우선 대사가 있는 작품으로 초연하는데, 앞으로 차츰 말이 필요 없는 논버벌 퍼포먼스로 수정해나갈 생각입니다.” 송 대표는 “마스크와 몸짓이란 소재로 <난타>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퍼포먼스로 키우고 싶다”며 해외 진출의 욕심도 내비쳤다.
이 작품은 하회탈춤에서 동기를 얻어 만들었지만 장면마다 탈을 쓰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첫 장면과 맨 마지막 장에만 탈을 쓰고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무대 의상 또한 전통적인 한복보다는 블랙 슈트와 같이 세련된 느낌의 의상이 주로 보여진다. 무대는 영상을 함께 사용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 배우가 무대에 매달리는 플라잉 테크닉도 사용된다. 마당놀이, 굿, 놀이마당 등 11개 장별로 특징을 살려 공연을 보는 내내 마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재미를 준다.
이지나(46) 연출가는 “음악과 무용 등 모든 장르에 서로 다른 디자인을 입혀서 현대화하는 것이 숙제였다”며 “현대 젊은이들의 정서에도 어울리는 하회탈춤의 즉흥성을 살리기 위해 디제이 음악을 들여오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02)738-8289.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퍼포먼스 ‘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