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앨범 `비둘기’ 낸 조동희
동진·동익 형제 막내 여동생
18년 만에 이름 내건 앨범 내
박용준·함춘호·고찬용 등 참여
소박하고 꽉 찬 사운드 담아
동진·동익 형제 막내 여동생
18년 만에 이름 내건 앨범 내
박용준·함춘호·고찬용 등 참여
소박하고 꽉 찬 사운드 담아
또래들이 ‘학교종’을 들을 무렵, 소녀는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등을 레코드판이 닳도록 들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대부 조동진은 26살 터울의 오빠. 전설의 포크 듀오 ‘어떤 날’의 조동익 역시 13살 터울의 오빠다. 7남매의 막내인 소녀도 노래를 곧잘 불러 장기자랑 때면 늘 인기를 독차지했다.
가수의 꿈을 품을 만도 했건만 대학은 영화과로 진학했다. 아버지 조긍하 감독 때문이었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었지만, 소녀가 8살 때 영화 사업을 하다 억울한 일을 당한 뒤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소녀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영화학도가 된 뒤에도 오빠들 근거지인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에 들락거렸다. 들국화, 김현철, 유희열 등도 자주 봤다. 누군가가 조규찬 데뷔 앨범에서 듀엣곡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연습하다가 깨달았다. ‘노래하는 게 참 재밌고 행복하구나.’ 끝내 앨범에는 이소라와의 듀엣곡이 들어갔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는 ‘조용히 떠나보내’라는 곡 가사로 앨범에 참여했다. 1993년 자신의 이름 ‘조동희’를 내건 첫 작품이었다.
장필순 5집에 실린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작사한 것도 그였다. “따뜻한 무관심”을 견지해오던 오빠들이 그때 처음 칭찬했다. 조동익은 “가사가 좋다”고 했고, 조동진은 “타이틀 곡은 이거다”라고 했다. ‘내 안의 것을 보여주는 데는 영화보다 음악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여긴 조동희는 1998년 하나음악 옴니버스 앨범 <뉴페이스>에 참여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2002년 신윤철이 이끌던 밴드 원더버드에 합류해 2집 때 보컬·작사·작곡에 참여했다. 그해 하나음악 옴니버스 앨범 <드림>에도 참여했다. 이후 곡을 차곡차곡 만들며 솔로 앨범을 준비해갔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에 한 남자를 만났고, 불같은 연애 끝에 여섯달 만에 결혼했다. 남편은 “음악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첫딸에 이어 이듬해 곧바로 아들 쌍둥이를 낳으면서 음악은 멀어져만 갔다.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6살 딸아이가 말했다. “인터넷 찾아보니 외삼촌도 가수고 엄마도 가수였네. 나 이제 유치원 가니까 엄마도 음악 다시 하세요.”
용기를 얻은 그는 제주도에 내려간 오빠 조동익을 찾아갔다. “하나음악이 ‘푸른 곰팡이’라는 레이블로 부활했으니 거기서 도와줄 거다.”
1년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 <비둘기>를 발표했다. 음악에 발 들인 지 18년 만이다. 박용준·고찬용·함춘호·김정렬·신석철 등 하나음악 식구들이 참여했고, 조동익은 ‘행복한 여행자’라는 곡을 내줬다. ‘비둘기’, ‘그게 나예요’, ‘혼자’ 등 자작곡들은 소박하면서도 촘촘히 짜인 사운드로 듣는 이를 따스하게 어루만져준다. 가수 루시드폴은 “뿌연 공기 사이 부서지는 목소리와 다시 돌아온 하나음악 사운드”라고 평했다.
오빠 조동진에게 앨범을 전해주러 운전하고 가는 길에 자신의 음악을 듣는데, 옛 기억이 영화 필름처럼 돌아가면서 눈물이 흘렀다. 조동익은 “네가 이제야 노래하는 법을 알았구나”라고 두번째 칭찬을 했다. ‘조동익 프로듀싱, 조동진·조동희 듀엣’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그는 조용히 품었다. 조동희는 다음달 21일 서울 장충동 웰콤시어터에서 앨범 발매 공연을 한다. 그는 “저뿐 아니라 푸른 곰팡이, 하나음악의 좋은 음악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02)582-4098.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오빠 조동진에게 앨범을 전해주러 운전하고 가는 길에 자신의 음악을 듣는데, 옛 기억이 영화 필름처럼 돌아가면서 눈물이 흘렀다. 조동익은 “네가 이제야 노래하는 법을 알았구나”라고 두번째 칭찬을 했다. ‘조동익 프로듀싱, 조동진·조동희 듀엣’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그는 조용히 품었다. 조동희는 다음달 21일 서울 장충동 웰콤시어터에서 앨범 발매 공연을 한다. 그는 “저뿐 아니라 푸른 곰팡이, 하나음악의 좋은 음악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02)582-4098.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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