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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기·노래 원맨쇼 도발 “본질이란 게 있나?”

등록 2012-03-21 20:45

독일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35)
독일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35)
‘페스티벌 봄’ 개막작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
“‘본질이란 건 없다’는 게 이 연극의 주제다.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것과 공유하지 않는 것, 공감하는 것과 공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담겨 있다.”

독일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35)는 자신의 1인극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소개해달라는 말에 긴 설명 대신 함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작품을 간단하게 규정하면 재미가 없다. 관객이 보고 느끼고 직접 봤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다만 연극이 ‘본질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쇼’의 방식을 빌려 던지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거란 자신을 보였다.

독일 최고 연극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연출가 르네 폴레슈가 만든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은 22일 시작하는 다원문화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개막작이다. 폴레슈는 일정상 오지 않지만 파비안 힌리히스는 연출가의 분신이 돼 연기와 노래, 강연을 결합한 독특한 1인 무대를 선보인다. 힌리히스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올랐던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2006)에서 주인공의 오빠 한스 숄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 독일의 유명 배우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12년 전 르네 폴레슈와 처음 만났으나, 약 10년 동안 교류가 없다가 2009년 여행 중 기차에서 우연히 마주치면서 다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베를린 민중극단에서 예술감독과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22, 23일 공연이 펼쳐질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일 기자와 만난 힌리히스는 “베를린 민중극단은 예측 불가능하고 자유로운, 전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연극을 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베를린민중극단 출신으로
‘현혹의 사회적 맥락’ 1인극
영혼 등 고정적 가치에 의문
“흥미로운 쇼로 철학적 질문”

2010년 베를린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삶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소외’를 언급한다. 신체와 영혼, 정치적 활동과 종교, 현실과 재현, 진실과 거짓, 금융위기 이전 시장의 관례 등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에서나 다룰 법한 주제들을 연극에 녹여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대 가운데에는 원형의 거대한 ‘미러볼’이 설치된다. 배우는 이 기구를 타고 곡예 같은 동작을 보여준다. 무대 위를 빠른 걸음으로 뛰어다니고, 관객에게 강연을 하기도 한다. 작품 제목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대사에서 따 왔다.

“연극에서는 학문적 영역에서 시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개인에게 ‘영혼’이라는 본질이 있다고 믿지만 사실 영혼이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피부, 머리카락 등 보이고 만져지는 것들이 진실일 수 있다.”

실제로 이 연극에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경제 영역에서 매겨지는 ‘가치’에 대한 의문과도 연결시켜 탐구한다. 힌리히스는 “금을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던 금본위제가 해체되면서, 지금 경제에서 실질적이고 고정적인 가치란 건 없다”고 단언한다. 추상적인 가치가 구체적인 사물에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 연극 또한 “그와 비슷하게 영혼이란 추상적 본질이 인간이란 개별적 존재와 연결돼 있다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의 내용이 “허무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물론적 사고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공연팀은 지난해 페스티벌에 초청됐다가 일본 원전 사고 피해가 우려된다며 참가를 취소했었다. 힌리히스는 “유럽에선 일본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소문도 돌았다. 팀에서 일부 사람들이 크게 걱정해 참가를 취소했다. 지금은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간 오디션에서 발탁돼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베를린보다 10도는 더 춥다”는 한국의 봄 무대를 지적인 열정으로 달굴 참이다. (02)730-9616.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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