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키무키만만수는 무키(사진 위)와 만수(아래)
여성 듀오 ‘무키무키만만수’
유튜브서 뜬 스물셋 동갑내기
장구에 심벌즈 붙인 ‘구장구장’
벌레벌레벌레벌레 괴성 지르며
거친 펑크와 민속음악 비벼내
“우리음악 듣고 충격? 재밌겠죠”
유튜브서 뜬 스물셋 동갑내기
장구에 심벌즈 붙인 ‘구장구장’
벌레벌레벌레벌레 괴성 지르며
거친 펑크와 민속음악 비벼내
“우리음악 듣고 충격? 재밌겠죠”
무키무키만만수는 무키(사진 위)와 만수(아래)로 이뤄진 여성 듀오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4학년 무키는 자신의 이름을 배명훈의 단편소설 <엄마의 설명력> 속 인물 묵희에서 따왔다. 같은 학교 음악학과를 오는 가을 졸업하는 만수는 교지 기자 시절 편집장의 친구 만수씨와 닮았다 해서 그런 별명을 갖게 됐다.
스물셋 동갑내기인 둘은 교지 편집기자와 취재기자로 처음 만났다. 그다지 친하게 지내진 않았다. 둘이 가까워진 건 교지를 나온 뒤다. 우연히 마주쳐 얘기를 나누다 둘 다 같은 사람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이후 둘은 단짝이 됐다.
지난해 5월 만수는 교내 ‘쓰레빠 음악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통기타 들고 나갈까 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 무키에게 같이 나가자고 부탁했다. 마침 드럼을 한 달 배우고 갓 밴드 활동을 시작한 무키는 흔쾌히 수락했다. 무키는 드럼 대신 장구에 심벌즈를 붙인 악기를 뚝딱 만들었다. 세로로 세운 장구 윗면은 스틱으로 치고, 아랫면은 킥드럼처럼 발로 쳤다. 제법 드럼 비슷한 소리가 났다. 이름을 ‘구장구장’이라 붙였다. 무키무키만만수는 그렇게 음악회를 사흘 앞두고 ‘급조’됐다.
학교 앞 거리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산울림의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 거야’를 부를 때였다. 구장구장을 치며 괴성을 지르던 무키를 보고 사람들이 웃자 무키도 그만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애써 웃음을 참고 다시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구장구장에 달린 심벌즈가 뒤집어졌다. 그렇게 첫 무대는 웃음바다가 됐다. 다음날 유튜브에 올라간 공연 동영상이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트위터에서도 웃긴다고 난리였죠. 저는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지만요. 그날 이후 여러 군데서 공연 요청이 왔지만, 당혹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움을 삭일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한 달 동안 고민했어요.”(무키)
오랜 고민 끝에 다시 오른 무대는 서울 홍대앞 ‘작은 용산’이라 불리던, 재개발 철거 위기에 놓인 두리반 칼국숫집 농성 현장이었다. 이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이 한창인 제주 강정마을에서 공연했고,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희망버스에도 올랐다. 무키는 “처음엔 과도한 사명감으로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첫 앨범 <2012>를 발표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7번 유형’, ‘머리 크기’, ‘방화범’, ‘투쟁과 다이어트’ 등 자작곡은 기존 가요문법과는 확연히 다르다. “벌레벌레벌레벌레”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안드로메다’) “삐뽀삐뽀뿜빵빵”이라는 ‘외계어’를 집어넣는(‘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등 파격을 서슴지 않는다. 통기타를 바탕으로 한 포크, 날것 그대로의 거친 펑크, 굿을 떠올리게 하는 민속음악을 믹서기에 넣고 돌린 것 같다. 달파란(강기영) 프로듀서는 이들의 야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앨범을 정돈했다.
<2012>는 대번에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어떤 평론가는 “큰 충격파였던 산울림 데뷔작을 다시 만난 기분이다. 획기적이고 신선하다”고 극찬하는가 하면, 어떤 평론가는 “파격이 다는 아니다.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대중과 평단에서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지만, 어쨌든 관습에 얽매인 가요계에 정신 번쩍 들도록 ‘똥침’을 날리는 데 성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아서 더 많은 개똥 같은 밴드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재밌어지겠죠.”(무키)
“사람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한 걸 하니까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있나 봐요. 우리 노래가 무한반복해서 듣고 싶진 않아도 가끔 가다 생각나는 그런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만수)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MBC 이번엔 올림픽 ‘조작방송’ 논란
■ 외신들 “신아람 경기, 가장 논쟁적인 판정”
■ ‘멈춘 1초’ 신아람이 하염없이 앉아있었던 이유
■ 서초구, 산사태 피해보상 백만원…다리 미관 공사엔 수천만원
■ [화보] 잘 싸웠다, 왕기춘
■ MBC 이번엔 올림픽 ‘조작방송’ 논란
■ 외신들 “신아람 경기, 가장 논쟁적인 판정”
■ ‘멈춘 1초’ 신아람이 하염없이 앉아있었던 이유
■ 서초구, 산사태 피해보상 백만원…다리 미관 공사엔 수천만원
■ [화보] 잘 싸웠다, 왕기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