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은미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 후원 콘서트 참여하는 가수 이은미
사건 당시 외국서 첫 솔로음반 녹음
“역사 소명의식 가진 이들 덕에 활동”
사건 당시 외국서 첫 솔로음반 녹음
“역사 소명의식 가진 이들 덕에 활동”
최루탄이 머리 위로 날아다녀도 온통 음악에만 빠져 있었다. 1980~90년대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서울 신촌이 그에겐 음악의 터전이었다. “그래서 늘 마음의 빚이 있어요.”
가수 이은미(46)씨는 9일 강기훈(48)씨를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여한다. 강씨는 1991년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이씨는 강씨와 개인적 인연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콘서트의 취지에 공감해서 선뜻 동참한다고 했지요. 불행한 역사에 희생된 개인이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니 남 얘기가 아니었어요.”
강씨는 1991년 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김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구속돼 3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오랜 노력 끝에 2009년 서울고법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3년째 재심 개시 결정을 미루고 있다. 강씨는 간암 투병을 하며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일이지만, 왜곡된 역사는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거기에 함께할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하죠.” 1991년 사건 당시 이은미씨는 이듬해 발표할 첫 솔로음반을 위해 캐나다에서 녹음 작업중이었다. 나중에 소식을 들었지만 음악에 몰두할 당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젊은 나이에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자신을 불살랐던 그들이 있었기에 나 같은 사람이 가수 준비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들에게 감사하고 또한 부끄럽죠.”
그들이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시절엔 음악만 했지만, 가수 생활을 시작한 뒤부터는 조금씩 ‘마음의 빚’을 갚아왔다. 1995년 장애인 후원 행사에서 처음 노래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시민사회 행사에 줄곧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는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부터 방송사 파업 지지 콘서트까지 크고 작은 정치·사회적 집회에 참여하며 노래로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일정만 맞으면, 가능한 한 모든 섭외 요청에 응하죠.” 그런 이씨도 부담이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활동에 참여한 여러 연예인이 방송과 무대에서 쫓겨났다. “이 정부 들어 다시 역사가 후퇴하는 것을 보면서 국가의 리더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런(방송에서 퇴출당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압박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죠.” 그래도 계속 나서는 이유가 있다. “소수자와 약자에게 작은 손을 내주는 게 그리도 큰 문제일까요.”
9일 저녁 7시30분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는 이은미씨 외에도 조관우·안치환씨 등이 출연한다. 함세웅 신부, 박원순 서울시장,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 등이 이야기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다. 입장료는 3만원이다.
정치시민사회 인사 200여명이 참여하는 ‘강기훈 쾌유 및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은 이번 콘서트를 비롯해 재심 개시를 위한 서명운동과 국회 결의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강씨를 위한 개인 후원계좌(우리은행 1002-946-922550)도 개설했다.
글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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