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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배호가 돌아왔다…재즈 가수로

등록 2013-01-02 20:07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새앨범
우리 대중음악사에 배호(1942~71)만큼 극적인 삶을 살고 간 이가 또 있을까? 21살 데뷔한 그는 24살에 얻은 급성 신장염과 힘겹게 싸우면서도 가수 활동을 이어가며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가 울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당대 인기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는 그러나 ‘마지막 잎새’라는 곡을 녹음하고는 29살 나이에 요절하면서 영원한 전설이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중 한 사람인 말로(위 사진)가 배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9년 가을. 배호의 삶과 음악을 다룬 뮤지컬 <천변카바레> 음악감독 제의를 받은 것이다.

“신기했어요. 당시 우리 옛 노래를 재즈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2010년 9월 <동백아가씨>라는 앨범으로 발표된다)를 구상중이었거든요. 좋은 인연이다 싶어 흔쾌히 수락했죠.”

지난달 3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말로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사실 배호라는 가수에 대해 잘 몰랐다가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호의 히트곡과 당시 유행가를 뮤지컬에 맞게 편곡해 선보였다. 말로는 극중 배호를 짝사랑하는 악단장 ‘정수’ 역을 맡기도 했다. <천변카바레>는 2010년 초연 이후 3년 연속 무대에 올려졌다.

배호와 또 한 차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1월18일 <한국방송>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케이비에스 스페셜-가객, 배호의 귀환> 제작진을 만나면서다. 배호의 음악적 성취에 주목하고자 한 제작진이 말로에게 관련 인터뷰를 의뢰하면서 배호를 더 깊이 파고들 기회로 이어졌다.

삶다룬 뮤지컬 음악 맡으며 인연
대표곡 블루스·탱고 등으로 변주
“박자에 얽매이지 않는 창법 대단
편곡 쉽지 않았으나 오기로 작업”

“배호는 트로트를 불러도 간드러지게 꺾지 않고 중저음으로 소리를 쭉 뺐어요. 이런 클래식한 창법을 트로트에서 시도한 건 처음이래요. 또 하나의 특징은 박자에 얽매이는 대신 자유롭게 타고 넘었다는 점이에요. 가수 데뷔 전 재즈 드러머로 활동한 이력 때문이라 여겨지는데, 이는 노래를 아주 오래 한 가수에게서나 발견되는 경지거든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대단한 보컬 능력이 있었던 거죠.”

결국 배호의 노래를 자신의 색깔로 소화해보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게 6곡이 담긴 앨범 <말로 싱스 배호>(아래 왼쪽)다. ‘돌아가는 삼각지’는 보사노바,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은 블루스,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과 ‘안녕’은 탱고로 새로운 옷을 입었다. 배호와 동시대에 연주했던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과 가요계 거목 최백호도 한 곡씩 참여했다.

“배호의 노래는 구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서 제가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만만한 멜로디가 아니더라고요. 편곡이 쉽지 않았어요.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담판을 지은 게 바로 이번 앨범이에요.”

말로는 이번 앨범에 ‘케이 스탠더드 볼륨2’라는 부제를 붙였다. 2010년 발표한 <동백아가씨>에는 ‘케이 스탠더드 볼륨1’이라는 부제를 붙였었다. 우리 전통가요를 외국의 유명 재즈 스탠더드처럼 만들어보자는 뜻이라고 한다.

“<동백아가씨>와 <말로 싱스 배호> 앨범 작업을 하면서 우리 음악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재즈를 한답시고 옛 가요들을 무시한 면이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외면받아선 안 되는 음악이구나’ 하고 깨닫게 됐죠.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계속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이런 말 하긴 싫지만 ‘의무감’ 같은 게 생겼다고나 할까요.”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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