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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43년만에 연극무대 서는 변희봉
“벌써부터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등록 2013-02-21 19:54수정 2013-02-21 21:13

배우 변희봉(71)씨
배우 변희봉(71)씨
연극 ‘3월의 눈’ 주인공 캐스팅 뒤
배우 길 이끈 차범석 선생 생각나
나이 70 넘어선 이제야 철드는지…

비워야 가볍다는 평범한 진리
연극 보고 깨닫는다면 보람될 것
요즘 ‘명품 조연’이라는 말이 흔해 빠졌지만 그 원조를 꼽는다면 이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1970~80년대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사이비 교주’로부터 영화 <살인의 추억>의 어수룩한 시골 형사반장 ‘구희봉’, 영화 <괴물>의 손녀를 잃고 애 끊는 할아버지 ‘박희봉’, 드라마 <하얀 거탑>의 대쪽 같은 의사 ‘오경환’까지 그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영화감독 봉준호씨는 그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배우”, 후배 송강호씨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연기자”라고 평가한다.

영화와 텔레비전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변희봉(71)씨가 40여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국립극단의 연극 <3월의 눈>에서 주인공 ‘장오’ 역으로 3월1일부터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선다. 배삼식(43)씨가 대본을 쓰고 손진책(69)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린다. ‘장오’는 2011년 초연 때 고 장민호(1924∼2012), 지난해에는 박근형(73)씨가 맡은 배역이다.

변희봉씨를 18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의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났다.

“늘 연극은 하고 싶었죠. 손진책 감독한테서 전화가 와서 극단 산하 시절 이후 40년 만에 만났어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고한 장민호 선생님의 훌륭한 덕을 받들어서 후배가 이 연극을 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나아가서는 내가 오늘까지 살아오는 데 기본이 된 것은 연극의 장이 아니었나, 그래서 다시 인생의 거의 말미에 다시 연극으로 회귀한다는 것이 어쩌면 자기를 다시 생각해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내가 무엇을 해야 옳은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는 “연극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차범석 선생님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나이 칠십이 넘어서 이제야 사방을 돌아볼 수 있는 철이 드는가 싶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남 장성 출신인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한 뒤 서울로 올라와 1965년 <문화방송>(MBC) 성우 공채 2기로 데뷔했다. 그는 개성 있는 목소리 때문에 라디오 드라마 <법창야화> ‘강진 갈갈이 사건’, ‘무등산 연쇄 살인 사건’ 등에서 강하고 잔인한 역할을 맡아 하다가 당시 문화방송 제작부장으로 일하며 극단 산하 대표로 있던 극작가 겸 연출가 차범석(1924~2006)의 눈에 들어 연극에 입문했다. 1967년 이 극단이 준비하던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비서’ 역을 맡은 배우가 못하게 되자 평소 라디오 드라마에서 변씨를 눈여겨봤던 차범석 대표가 발탁한 것.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꿈도 못 꾸었던 차에 큰 용단을 내려주신 거죠. 지금 생각하면 차 선생님이 저한테 무언가 끼를 발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는 성우 생활을 하면서 극단 산하에서 3~4년간 연극 <대리인>, <진흙 속의 고양이> 등 10여편에 출연했다. 그때 무대감독으로 있던 손진책 현 국립극단 예술감독도 처음 만났다. 그 뒤 1970년 문화방송의 반공드라마 <홍콩 101번지>에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로 자연스럽게 연극 무대와 멀어졌다.

그는 “차 선생님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돈맛을 보니까 (연극 안 한다)’라는 핀잔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미워서 하신 말은 아니지만 늘 죄송스런 마음을 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3월의 눈>은 해방부터 6·25전쟁, 군부독재 등 한국 현대사의 회오리 속에서도 평생 한옥을 지키며 살아온 노부부 ‘장오’와 ‘이순’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다. 손자의 빚을 갚아주려고 한옥을 내놓기로 한 노부부는 떠나야 할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는 조미료를 치면 보는 이가 좋다, 나쁘다 할 수 있지만 연극은 그 인물에 젖어서 가장 사실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손 감독이 하자고 했을 때 ‘나는 영화나 텔레비전을 하면서 오염되어 있으니까 연극을 시키려면 오디션을 해라’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손 감독이 대본을 내놓으면서 읽어보라고 해요. 대본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이 뭉클해서 울었어요. 딱 걸려들었지요.”

그는 “관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벌써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말했다.

“제 인생의 황혼기에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관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연극으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가장 소소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 비워야 좋고 비워야 가볍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면 제가 연극무대에 선 보람이 되겠죠.”

그와 호흡을 맞출 ‘이순’ 역에는 국립극단 원로배우 백성희(88)씨와 중견배우 박혜진(55)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3월23일까지.1688-5966.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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