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의 음악다방
조용필(사진) 19집 <헬로>에 대한 반응이 신드롬 수준이다. 발매 당일 초도 2만장이 매진되더니 추가로 찍는 족족 무서운 기
세로 팔려나가고 있다. <헬로>를 유통·배급하고 있는 유니버설뮤직은 이번주 안에 10만장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음반이 품절 사태를 겪으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는 해적판 시디(CD)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광고계와 대학 축제에서도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가왕’의 귀환에 온 나라가 두 손 들고 열광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목소리도 있다. 한 음반 제작자는 “조용필의 이번 앨범이 참 괜찮긴 하지만, 젊은이들이 하는 이런 음악을 꼭 조용필이 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한 음악인은 “만약 이름 없는 어느 가수가 이번 조용필 신곡 같은 음악을 들고 나왔어도 이렇게 반응이 뜨거웠을까?”라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거장의 파격 변신이라는 평을 듣는 ‘바운스’나 타이틀곡 ‘헬로’는 사실 미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가수가 발표했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노래들이다. 실제로 그런 음악을 만드는 외국인 작곡가들이 만들었다. 상당히 잘 만든 노래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걸작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찬사하는 이유는 노래 자체보다는 ‘조용필’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아이돌로 점철된 가요계에 피로해진 대중이 그토록 갈구해온 영웅의 귀환, 그것도 예상 밖으로 젊고 발랄한 감각의 노래를 들고나왔다는 점에 특히 환호하는 건 아닐까? 거장이 지금 자리에 안착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허전하다. 사실 조용필은 예전부터 여러 변화를 시도해왔다. 궁금하면 ‘고추잠자리’를 들어보시라. 1981년 발표한 곡인데, 지금 들어도 세련된 느낌이 살아있는 명곡이다. 당대에 큰 사랑을 받은 건 물론이다. 반면 2003년 발표한 18집 <오버 더 레인보>는 국내에서 드문 ‘록 오페라’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담았지만 대중적으로 빛을 보진 못했다. 이 지점에서 조용필의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다.
조용필은 10년 만의 새 음반에 대한 부담감을 젊은 감각의 음악과 젊은 방식의 홍보로 돌파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티저 영상, 전문가 청음회, 수록곡 ‘바운스’ 선공개, 쇼케이스 포털사이트 생중계 등의 홍보 방식은 수많은 언론 매체 기사들로 이어졌고, 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으로 이어졌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노출이 또다시 인터넷 기사들로 이어졌고, 이런 순환구조가 끝없이 화제를 만들어내며 ‘조용필 신드롬’의 밑자락을 깐 게 아닐까 싶다.
조용필의 성공적인 복귀 전략을 보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제는 음악 자체의 힘만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건 거장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 됐구나 하는. 음원 사이트라는 변화된 음악 소비 방식과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따르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음악 잘 만드는 것 못잖게 알리고 퍼뜨리는 문제 역시 중요해진 시대가 또 없는 것 같다. 음악인들로선 참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늘었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국방부 “‘천안함 프로젝트’ 국민 혼란 초래…상영 자제 요청”
■ 종교문제 불만 신학대생 할머니 흉기로 살해
■ 유기견으로 오인해 죽은 ‘개의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 어린이 ‘방방’ 안전사고 속출…어릴수록 더 위험
■ [화보] 다시 우리곁으로 오는 숭례문
조용필
■ 국방부 “‘천안함 프로젝트’ 국민 혼란 초래…상영 자제 요청”
■ 종교문제 불만 신학대생 할머니 흉기로 살해
■ 유기견으로 오인해 죽은 ‘개의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 어린이 ‘방방’ 안전사고 속출…어릴수록 더 위험
■ [화보] 다시 우리곁으로 오는 숭례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