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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극이 끝난뒤 배우 미련 날렸죠 공연기획자 오현실

등록 2005-09-28 17:03수정 2005-09-29 16:31

연극이 끝난뒤 배우 미련 날렸죠-공연기획자 오현실씨
연극이 끝난뒤 배우 미련 날렸죠-공연기획자 오현실씨
무대위아래사람들
한편의 연극이 만들어져 무대에 올라간 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작가와 연출가를 비롯한 스태프와 배우들은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그러나 이들말고도 무대 뒤에서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따로 있다. 공연기획자들이다.

‘연극열전’ 기획 대학로 강타
공연 DB화 과학적 분석 시도
‘난타’ 버금갈 명작 만들고파

이들은 흥행가능한 작품을 선택하고 배우와 스태프를 섭외하고 작품을 홍보하는 일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재정관리까지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서 공연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일을 도맡는다.

공연기획사 이다 대표인 오현실(35) 실장은 국내 연극계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여성 공연기획자이다. 그는 지난해 대학로를 강타했던 ‘연극열전’의 주인공이다. 그가 공동기획했던 ‘연극열전’은 점점 연극계로부터 멀어져가던 연극관객을 다시 공연장으로 끌여들였으며, 주먹구구식의 우리 연극계에 ‘기획의 힘’을 한번 제대로 보여주었다.

“공연기획자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공연 제작단계부터 방향을 제시하고 포장해서 관객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책임지는 사람이죠. 따라서 제작자와 관객의 중간 입장에서 서서 양쪽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공연 결과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극열전을 치르고 얻은 경험이다. 공연의 흥행여부에 대해 그는 “막연하게 좋은 작품만으로 승부하려는 과거의 순진한 발상을 넘어 초대 관객과 유료 관객의 비율을 따지고 성별, 연령대별, 계절별, 지역별 분포까지 분석해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공연기획의 과학화’이다.

경복여상 연극반 출신인 그는 졸업 후 3년간 회사생활을 하다 “어느날 아침 무미건조한 생활이 너무 재미없어 한바탕 펑펑 울고난 뒤” 고교 연극반 시절 알았던 배우 신철진씨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 길이 연극계 데뷰였다. 대학로 극장의 막내 단원으로 들어가 아침 설거지부터 점심 식사당번과 포스트 붙이기, 전단지 나눠주기, 매표진행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문예진흥원의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기반 5기를 수료한 뒤 명계남씨와 김태수씨가 공동으로 운영하던 극단 완자무늬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아마 그때부터 명계남 선생이 제가 배우보다는 기획자가 맞다고 생각했는지 무대에 세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명 선생님을 붙들고 울고불고 사정하기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명 선생님의 판단이 맞는 것 같아요.”

96년 초 명계남씨의 ‘문화공장’에서 제작한 이근삼 작품의 <국물 있사옵니다>를 음악극 버전으로 만든 <신 국물 있사옵니다>에 지금의 남편 손상원(34)씨와 함께 배우로 출연하는 기회를 잡았다. 그게 오히려 그를 결정적으로 공연기획자로 돌아서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는 “공연을 하면서 제 스스로가 연기를 못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공연이 끝나고 바로 그 길로 배우생활을 접었다.

그는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환상을 가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극단에 들어가 막내 단원으로 1년 정도 일을 배우면서 한편의 극이 어떻게 만들어져 무대에 올려지는지, 연출가와 작가, 배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를 체험한 뒤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대학로에서 붐처럼 일고 있는 코미디 연극과 뮤지컬의 득세로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정통연극이 안타깝기만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된 소극장 연극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우리가 잊고 있는 연극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의 오랜 꿈은 <난타>처럼 한국적인 정서와 소재를 반영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후속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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