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신익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송’
함신익 지휘자와 심포니송 연주회
서울 삼양·미양초교 어린이들 초대
서울 삼양·미양초교 어린이들 초대
함신익(58)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송’(사진)이 19일 오후 서울 미아동 미양초교에서 대형 트럭을 개조해 만든 무대에서 첫 이동 연주회를 열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600여 명의 어린이 청중들은 모차르트 교향곡 선율이 흘러나오자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더 윙-날개 프로젝트’가 처음 관객과 만난 순간이었다.
37명의 단원들은 지휘봉을 따라 진지하게 연주에 몰두했고 아이들은 제각각의 자세로 산만한 듯 보였지만, 손을 저으며 지휘자를 흉내 내거나 바이올린을 켜는 폼을 잡는 등 음악을 즐겼다. 아이들의 열띤 박수와 함성 속에 첫곡을 마친 함 예술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이날 관객은 그의 모교인 삼양초교와 미양초교 고학년생들이었다.
“여러분도 작곡가가 될 수 있어요. 모차르트도 단순한 몇 개 음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었답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비발디의 ‘사계’,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까지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7개 작품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내내 지휘를 흉내 내던 미양초교 5학년 표지민(11)양은 “클래식 연주는 처음 보는데 신기했다”며 “지휘하는 모습이 특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클래식 공연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같은 학교 동급생 강지수(11)양도 “지루하지 않았고 아름다웠다”며 “바이올린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바이올린 제2 수석 신서늬(30)씨는 “처음엔 산만해서 좀 당황했지만 연주 중간에 보니 많은 아이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며 “클래식 음악이나 악기를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좋은 첫 경험을 주고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기뻤다”고 말했다.
사실 함 예술감독이 처음 ‘트럭 연주회’ 아이디어를 내놨을 때 단원들조차도 의구심을 표했다. 무대와 음향 등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날씨 등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무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로서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신씨는 “처음에는 트럭 연주라는 것이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진짜로 일이 진행되고, 연주자들도 한명씩 합류하는 것을 보면서 알아서들 문제를 해결해갔다”고 말했다.
함 예술감독은 “요즘은 음반은 물론 유튜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라며 “그러나 연주자의 땀과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실연을 볼 때와는 감동이 다르다”고 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연합뉴스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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