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바우하우스에서 열린 제7회 소파사운즈 코리아에서 가수 강유현씨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 소파사운즈 코리아 제공
‘소파사 운 즈’ 등 ‘방구석 콘서트’ 퍼져나가
10명안팎 초대관객 가까이서 가 수와 소통
지역문화 살리고 뮤지션 공연기회 늘려
10명안팎 초대관객 가까이서 가 수와 소통
지역문화 살리고 뮤지션 공연기회 늘려
나와 가수 강유현의 거리는 70㎝. 밴드 유발이의 소풍에서 활동했던 강유현씨는 “내가 발이 못생겨서 밴드 이름을 ‘유발이’라고 지었다”고 했는데 가수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것은 물론 숨소리까지 들릴 만한 거리다. 가수는 맨발로 나타나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15명쯤 되는 관객들도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30㎡(약 9평) 넓이 거실 바닥에 편안히 둘러앉았다. 지난 25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양옥집 거실에서 ‘소파사운즈 서울’ 공연이 시작됐다.
소파사운즈는 2011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음악 커뮤니티다. 가정집 방이나 옥상, 정원 같은 곳에서 콘서트를 연다. 보통 하우스콘서트와 다른 점은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만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콘서트에 누가 나올지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수와 무릎을 맞대는 즐거움 때문일까? 소파사운즈는 뉴욕, 베를린, 뭄바이 등 100개 도시로 퍼졌다. 소파사운즈 런던 공연이 열릴 때면 보통 2000명이 관람 신청서를 보내곤 한단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에서도 ‘소파사운즈 코리아’가 시작됐다. 한달에 한번씩 공연을 한다. 이번 공연은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와 함께 기획해 연남동 게스트하우스 바우하우스에서 열렸다. 주제는 ‘서울 여행’이다. 1부에선 강유현이 프랑스 여행담과 노래를, 2부에서는 하림이 아프리카 여행기를 노래로 들려줬다.
음향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 이른바 ‘방구석 콘서트’라 할 만한 유사한 공연 형식은 요즘 드물지 않다. 네이버에서는 음악가가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 감상회를 열어왔는데 십센치는 좁은 방에서 관객 20명과 ‘쌩목 콘서트’를, 이한철은 6명만 앉혀두고 ‘작은 방 음악 감상회’를 열었다. 조규찬은 아예 자신의 집으로 관객들을 초대해 콘서트를 열었다. 조재윤 네이버 콘텐츠 매니저는 “보통 한시간을 예정해 여는데 시간을 넘기기 일쑤”라며 “뮤지션은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고, 관객과 교감이 커져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파사운즈 서울 공연도 지금까지 호란, 선우정아, 안녕바다, 러브 엑스 스테레오 등이 다녀갔다. 섭외, 기획, 촬영, 영상, 음향, 진행을 모두 자원봉사자나 협찬사들이 맡고 에어비앤비가 장소를 제공한다. 관객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연이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에스엔에스로 퍼지기 때문에 뮤지션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기꺼이 공연에 나선다. 한 소파사운즈 코리아 진행자는 “뮤지션에게는 소파 커뮤니티에 참가했다는 것이 커리어가 된다”며 “작년 8월에 소파사운즈 서울에서 공연했던 모노반이나 이번에 공연한 강유현은 앞으로 유럽 소파사운즈에 참여할 계획이며 미국 소파사운즈 참가자 돌피시는 7월에 소파사운즈 서울 공연에 온다”고 했다.
소파사운즈는 뮤지션들뿐 아니라, 관객들의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에서 4년째 살고 있는 브라이언(35), 한복 입고 10개국을 여행한 한복여행가 권미루(34), ‘제주 한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온 천시우(29)씨 등이 초대된 이번 소파사운즈에서 관객들은 공연 앞뒤로 한시간씩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비슷한 시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피터 아저씨’라는 어쿠스틱밴드에서 활동하는 천휘재씨는 2014년 5월부터 ‘홈메이드 콘서트’를 열고 있다. 처음엔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밥 먹고 노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이제 서울 염리동 책방, 울산 성남동 게스트하우스, 부산 칠산동 문화공간 등을 돌며 “당신의 집으로 찾아가는 콘서트”가 됐다. 5월2일 서울 성수동 문화공간 디웰살롱에서 포크트리오 모노반이 공연한다. 천씨는 “홍대 앞에 집중된 공연문화를 동네 곳곳으로 퍼뜨리는 콘서트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29일 8회 공연을 여는 소파사운즈 코리아는 앞으론 전국으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음악가는 서울, 대구 음악가는 대구에서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지역 공연문화도 살리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공연 기회도 늘리려는 목적에서다. 방구석 콘서트는 온 동네로 퍼지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25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바우하우스에서 열린 제 7회 소파사운즈 코리아에서 가수 하림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 소파사운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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