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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너무 늦게 와 미안”…50년 기다린 폴에게 1만6000개 하트 세례

등록 2015-05-03 19:54

폴 매카트니가 2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첫번째 한국공연에서 손을 들어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현대카드 제공
폴 매카트니가 2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첫번째 한국공연에서 손을 들어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현대카드 제공
4만5천 관객 홀린 폴 매카트니 공연
폴 매카트니가 기타를 쳐들자 4만5000명이 벌떡 일어섰다. 2일 밤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은 폴 매카트니와 팬들이 하나 되어 지르는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안녕하세요. 한국 와서 좋아요. 드디어.” 밤 8시20분, 드디어 폴 매카트니가 서울 무대에 나타나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팬들의 심상찮은 열기를 느낀 듯 일찌감치 재킷을 벗어던졌다. “그럼 신나게 놀아볼까요.” 73살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션’은 흰색 셔츠 차림으로 그 뒤 2시간40분을 쉬지 않고 노래하고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날 폴 매카트니가 부른 노래는 앙코르곡과 엔딩곡까지 포함하면 40곡. 노래에 맞춰 기타를 바꾸는 버릇이 있는 그는 어쿠스틱과 전자 기타 등 6대의 기타를 계속 돌려가며 사용했다. 조지 해리슨의 ‘섬싱’을 부를 때는 우쿨렐레를, ‘페이퍼백 라이터’를 부를 때는 “이 기타는 60년대 이 노래를 처음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 사용하던 기타입니다”라고 먼저 기타를 소개하기도 했다.

공연은 폴 매카트니 50년 음악활동의 역사와도 같았다. 1964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에이트 데이스 어 위크’와 2013년 발표한 ‘세이브 어스’를 연달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 비틀스 해산 이후 처음으로 혼자 발표한 ‘어나더 데이’, 윙스 시절 히트곡인 ‘리브 앤 렛 다이’ 등을 고루 불렀다. 첫번째 부인인 린다 매카트니에게 바치는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 지금 부인 낸시 시벨에게 바쳐진 ‘마이 밸런타인’ 등 그의 개인사가 담겨 있는 곡도 여럿 나왔다. 달콤한 팝 멜로디로 존 레넌에 대한 추억에 잠기는 ‘히어 투데이’도 불렀다.

노래에 따라 기타 6대 바꿔가며
2시간40분 40곡 쉬지 않고 불러
칠순 넘었지만 ‘록 스피릿’ 강렬
한국말 능숙…태극기 흔들기도
“우리 다시 만나요” 아쉬운 엔딩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 공연에서 폴 매카트니도 여러번 말했지만 비틀스 시절까지 치면 한국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50년을 기다린 셈이다. 비틀스 시절의 그의 청순한 목소리와 앳된 외모만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라면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폴 매카트니 특유의 2~3박자씩 뛰어오르는 자세로 기타를 연주할 때 시간은 갑자기 수십년을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칠순을 넘긴 폴 매카트니는 ‘데이 트리퍼’ ‘레이디 마돈나’ 등을 격렬하게 부르며 여전한 ‘록 스피릿’을 과시했으며,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블랙 버드’를 나지막이 부를 땐 목소리는 떨렸을지 몰라도 기타를 연주하는 손놀림은 예전보다 더욱 현란했다.

화려한 무대도 볼거리였다. ‘히어 투데이’를 부를 땐 그가 서 있는 무대 일부분이 천천히 위로 솟아오르고 물이 쏟아지는 입체 영상이 보태져 폭포수 같은 무대로 바뀌었다. 보라색과 초록색 레이저빔이 객석을 향해 쏟아지기도 하면서 마침내 공연 말미 무대에서 화려한 불놀이가 벌어지면서 공연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날 밤 9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공연 분위기는 식지 않았다.

폴 매카트니는 공연에서 관객들을 살피기로 유명하다. 공연을 한국말로 진행하고 앙코르때 다시 무대로 나오면서 한국 국기를 흔들었던 것도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의 환성은 가수를 압도했다. 노래 ‘더 롱 앤 와인딩 로드’가 울려퍼지자 1층 객석에선 갑자기 일제히 1만6000개의 하트가 그려진 손팻말이 올라갔다. 비틀스 팬 클럽에서 미리 준비한 폴 매카트니를 위한 깜짝 파티다. ‘한국 비틀즈 팬클럽’ 회장을 맡은 서강석(44)씨는 “2005년 미국 공연 때 이 노래에서 객석 첫번째 줄 관객들이 일제히 하트 그림을 치켜든 적이 있었다. 그때 폴 경이 상당히 감동하고 목이 메었던 일을 기억하고 준비했다”고 했다. 폴 매카트니는 예기치 않던 하트 세례에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피아노에 기대 서서 관객들을 지켜보겠다는 몸짓을 해보였다. ‘예스터데이’땐 4만5000명 관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 불빛을 켰다. 공연 마지막 곡 ‘헤이 주드’에선 ‘나나나’(NANANA)라고 적혀 있는 팻말을 흔들며 모두 후렴구 ‘나나나’를 따라 불렀다. 공연 초반만 해도 한국말이 서툴던 폴 매카트니는 공연 끝 즈음엔 제법 능숙한 한국말로 “남자만 불러봐요” “여자만 불러봐요” “다 함께” 하면서 한국 팬들의 ‘떼창’을 독려했다.

공연 전부터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2층 객석엔 노래 ‘디 엔드’의 마지막 부분, “당신이 받게 되는 사랑은 당신이 베푼 사랑과 같답니다”(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는데, 폴 매카트니의 첫 한국 공연은 바로 이 부분을 노래하면서 막을 내렸다. 가수와 팬이 합심한 공연은 둘 모두에게 깊은 기억을 남기지 않을까. 폴 매카트니는 무대를 내려가기 전 몇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남겼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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