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 지난 2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신곡 ‘루저’와 ‘베베’를 첫 공개하며 3년만에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3년만에 싱글앨범 ‘엠’ 발표
자학적 가사·뮤비에 성적표현
신곡 루저·베베 차트 정상에
한국적 아이돌 이미지 깨뜨려
자학적 가사·뮤비에 성적표현
신곡 루저·베베 차트 정상에
한국적 아이돌 이미지 깨뜨려
빅뱅이 돌아왔다.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 다섯 멤버는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신곡 ‘루저’)라고 자신들에게 욕을 퍼부으며 돌아왔다. 2012년 <스틸 얼라이브> 발매 이후 3년만에 싱글 앨범 <엠(M)>을 낸 빅뱅의 멤버를 4일 서울 영등포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런, 장마때 비가 쏟아지는 듯한 (기자들의) 타자 소리를 좋아한다. 이런 소리, 정말 그리웠다.”(대성) 대중적 인기와 카메라 플레시를 먹고사는 아이돌 그룹.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이들은 자신들의 말을 받아적는 기자들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를 즐겼다. 태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컴백이 늦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지드래곤도 지난 26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컴백공연에서 “슬럼프가 깊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새롭고 강력해야 한다는 아이돌 세계의 강박을 빅뱅은 어떻게 넘어섰을까?
1일 발표한 <엠(M)>의 타이틀 곡 ‘루저’와 ‘베베’는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고, 아이튠즈 10개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컴백곡은 차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루저’의 자학적인 가사, 직설적인 성적 표현을 앞세운 ‘베베’의 뮤직비디오는 한국적 아이돌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뜨리겠다는 도발로 읽힌다.
음악평론가 김윤하는 “빅뱅의 큰 장점중 하나는 다른 아이돌과는 다르게 성적인 것을 망설이지 않고 다룬다는 점인데, 이번 ‘베베’에서 그 점이 제대로 표현됐다. 자신들을 희화하면서 즐기는 관능의 세계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짚었다. 대성은 “오방가는(맛이 가는) 비디오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뮤직비디오에선 태양이 말을 타고 등장하고 탑이 여자에게 주사기를 뿌리며 찹쌀떡이 서로 달라붙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런 영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성적인 의미냐’는 질문에 지드래곤은 “차마 제 입으로 그렇다고 말씀은 못드리겠다”면서도 “상상할 때가 가장 야하다고 생각한다. 방구석에서 혼자 하는 음흉한 상상이 아니라 그냥 우리 나이 또래 남자들의 판타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빅뱅 멤버들은 가사와 곡은 물론, 뮤직비디오도 멤버들이 직접 구상한 것임을 누누히 강조했다.
지드래곤은 또 스스로를 잉여라고 칭하는 ‘루저’의 자학적 가사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한다. “저희가 잘 나가는 애들로 보이겠죠. 그런데 예를 들면 도쿄돔에서 5만명 관객 앞에 서고 나선 호텔 들어가서 각자 혼자 있거든요. 현실과 무대의 괴리가 있어요. 사람 다 똑같아요. 이런 공허함을 자기 위로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아이돌 언어사전에서 사랑과 이별을 제외한 다른 항목은 찾기 어려웠다. 남자 아이돌들의 성적 판타지 같은 것은 더더구나 없었다. 착하고 바른 미소년의 세계인 아이돌에 갑자기 어른들의 언어를 끌어들인 빅뱅은 기자회견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각자 성향을 봤을 땐 우리는 애들이에요. 아직 애들이고 싶고. 그래야만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요.”(지드래곤) 올해로 10년차 빅뱅은 자라서는 안되는 아이돌과 어른이어야 하는 아티스트의 경계에 서 있다.
빅뱅은 이번 앨범 <엠(M)>을 시작으로 앞으로 8월1일까지 매달 1일 <에이(A)> <디(D)> <이(E)> 싱글 앨범을 발표해 9월엔 완성된 앨범 <메이드(MADE)>를 공개할 계획이다. 데뷔 시절, 매달 싱글 앨범이 나왔던 형식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10년차에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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