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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덕분에 안방극장서 귀 호강했네요

등록 2015-05-24 20:16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 씨(사진 왼쪽)와 문화방송 드라마국 최병길 프로듀서(사진 오른쪽).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 씨(사진 왼쪽)와 문화방송 드라마국 최병길 프로듀서(사진 오른쪽).
드라마 ‘앵그리맘’ 배경음악들
국내 첫 재즈 OST 앨범으로
연주까지 한 이주한 음악감독
최병길 피디는 노래 직접 불러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50)씨가 드라마 음악감독이 됐다. 문화방송 드라마국 최병길 프로듀서(38)가 노래를 불렀다. 지난 7일 종영한 드라마 <앵그리맘>에서다. 이 드라마 배경음악은 28일 국내 첫 재즈 오에스티(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으로 나온다.

“키스신이라면 가수 백지영의 발라드, 이런 식의 관성이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드라마 오에스티에 새로운 음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최병길 피디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무거운 메시지를 가볍게 풀어낼 수 있는 음악으로 재즈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피디는 음반에서 ‘서니 사이드 업’ 노래를 직접 불렀다. 스윙감을 갖춘 남자 보컬을 찾던 이주한 감독이 “최 피디의 피에 흐르는 재즈 리듬감”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최 피디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흑인 가스펠송을 불렀다. 2010년 미니 앨범 <애쉬번>을 낸 뮤지션이기도 하다.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주한씨는 2007년 그룹 ‘윈터플레이’를 결성해 활동했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갖춘 재즈 뮤지션으로 평가받았던 그는 이 드라마 배경음악 연주에도 대부분 참여했다. 이 감독은 컴퓨터로 만드는 음악이 지배적인 오에스티에서 빅밴드 등이 연주하고 녹음한 곡으로만 배경음악을 만들었다. 그는 “드라마 음악 만드는 게 어떤 일인지 알았다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눈이 남다른 최 피디와 이 감독이 합심해 시도했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가 없는 우리 방송 현실에선 드라마만큼이나 음악도 다급하게 만들어진다. 결국 완성도 높은 배경음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종영이 임박할 땐 영상이 오후 5시에 나와도 1시간 만에 새로운 음악을 입혀서 보냈단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음악 중 장면에 맞는 것을 고르거나 기존 곡을 편곡해서 보내기엔 음악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힘겨운 길을 자청한 것이다.

“음악 애호가로서 이런 음악 너무 좋다. 어디 가서 이런 음악 듣겠냐.” 강자(김희선)가 요리하는 장면과 함께 드라마를 열었던 곡 ‘해피 매직’을 듣다가 최 피디가 이렇게 감탄한다. ‘해피 매직’은 연주곡이지만, 가수 이현우가 직접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작업 결과에 대해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 셈이다.

한국의 교육문제를 다룬 <앵그리맘>에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장면마다 ‘김치 룰렛’ ‘워치아웃 팬서’ 같은 코믹하거나 밝은 음악들이 극의 분위기를 추어올린다. 또 흥청거리는 빅밴드 소리로 꽉 채운 타이틀곡 ‘앵그리맘’ 등은 안방극장에선 듣기 어려웠던 음악이다. 드라마 제작비에서 오에스티로 배정된 예산은 많지 않다. 음원을 팔아 제작비를 충당해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솔직히 <앵그리맘>의 시도를 기점으로 드라마 오에스티 제작 풍토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주한 감독은 “재즈 뮤지션에게는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또 다른 시작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가난한 재즈와 더욱 가난했던 드라마 음악의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라우드피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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