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최태현, 조월.
조월·최태현 ‘거울과 시체’ 발표
조월(36)은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속옷밴드)라는 이름의 5인조 록밴드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다. 속옷밴드의 멤버들은 공연할 때 눈을 감고 드럼을 치거나 아예 돌아앉은채 연주하기로 유명했는데 그중 항상 옆으로 앉아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연주하던 이가 조월이다. 최태현(27)은 2인조 밴드 ‘쾅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치고 음악을 만들었다. 지난 6월26일 나온 음반 <거울과 시체>는 불협화음을 음악으로 만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뮤지션의 합작품이다.
조월은 “내가 먼저 제안했다. 소리를 쓰는 방식을 들으며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곡을 만드는지 궁금했다”고 공동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최태현은 “매주 한번씩 만나서 연주하면 서로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지 대충 알게 된다. 각자 솔로로 낼 수 있는 소리를 다 내보고 협연도 해보면서 그중에 선택받은 소리들을 사용했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조월은 2009년과 2013년에 2장의 앨범을 냈고, 최태현은 2014년 솔로 앨범을 냈다. 시적인 가사에 마치 꿈꿀 때 듣는 것 같은 멜로디의 조월, 즉흥적으로 당황스럽고 낯선 소리를 만들어내는 최태현이 함께 만들어낸 음악은 어떤 모양일까?
즉흥연주로 만들어낸 ‘아침의 나락’을 비롯해 음반 <거울과 시체>에 실린 7곡은 전부 둘이 함께 만들고, 가사는 거의 절반씩 썼다. “질서가 필요해”라는 말이 반복되는 곡 ‘댐’부터 마지 피어시의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서 따온 ‘룰라비’까지 가사는 줄곧 환상적이다. 신경을 긁는 듯한 소리, 사이렌, 공간을 울리는 전자음들 사이를 규칙적인 선율을 지닌 조월의 기타가 누빈다.
“나한테 부족했던 선율과 안정감을 얻었다. 원래는 부족함이 매력있다고 생각했지만 조월이 주는 선율의 세계에 한번 재밌게 섞여봤다. 운 좋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최태현은 말했다. 조월은 “혼자는 못쓸 노래들, 쓰지 않았을 노래들이었다. 내 재료가 최태현이라는 재료와 부딪치는 것이 재밌었다”고 평했다. 음반 제목 <거울과 시체>는 푸코의 책 <헤테로토피아> 가운데 “사람이 자기 몸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거울과 시체밖에 없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자기 음악세계가 확고한 두 뮤지션이 서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던 음악인 셈이다. <거울과 시체>는 음원사이트에선 들을 수 없으며 500장 한정 음반으로만 판매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이강혁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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