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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죽어라 홍대만 외치는 이 남자의 사정

등록 2015-08-26 19:23수정 2015-08-26 21:17

벨기에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오엔이 홍대 거리를 노래한 뮤직비디오 ‘홍대’의 장면들을 그의 사진과 합성했다. 술자리에서 그는 “다양한 색깔의 아티스트들, 화가, 사진가, 작가들이 한데 어울리는 장소가 홍대앞”이라고 홍대앞을 예찬했다.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벨기에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오엔이 홍대 거리를 노래한 뮤직비디오 ‘홍대’의 장면들을 그의 사진과 합성했다. 술자리에서 그는 “다양한 색깔의 아티스트들, 화가, 사진가, 작가들이 한데 어울리는 장소가 홍대앞”이라고 홍대앞을 예찬했다.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벨기에 가수 시오엔 취중 인터뷰
“오 미쳐쒀!”

벨기에 가수 시오엔(36·사진)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벨기에에서 온 감미로운 싱어송라이터. 귀네스 팰트로와 다니엘 헤니가 출연한 한 광고에서 ‘크루징’ 노래를 불렀다가 한국에도 유명해진 가수. 기타나 피아노를 치며 아련한 느낌의 음악으로 인도하던 그가 지난 13일 ‘홍대’(Hongdae)라는 노래가 담긴 새 앨범 <맨 마운틴>을 들고 한국에 왔다. 2012년부터 시작해 벌써 6번째 내한이다. 한국에서 공수한 드럼통으로 만든 불판에 고기를 구우며 “미쳐쒀”라고 한국말로 외치는 뮤직비디오는 덤이다. 19일, 벨기에로 돌아가기 전날 밤 홍대앞 거리에서 그와 한국 친구들이 함께한 술자리에 끼어들었다.

“2013년 인천 펜타포트 공연 때였죠. 우리가 ‘크루징’을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이 잠시 조용해지다가 곧 모두 뛰어오르고 정말 열정적으로 반응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우리는 생각했어요. ‘저 사람들은 미쳤어.’ 공연이 끝나고 멤버들과 우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놀랍다, 이런 콘서트 매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그해 가을 3주를 한국에 머물며 쓴 노래가 ‘홍대’다. 홍대 거리를 걷다가 문득 ‘호옹옹옹대~’라는 멜로디와 가사가 떠올랐고 어느 카페에서 적어내려갔다고 했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술자리는 벨기에에서 한국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여자친구 애진이 연출한 것이다. “여자친구는 5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인인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동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넓은 세상, 이 많은 나라 중에서 하필이면 내가 즐겨찾는 나라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나라가 같은 곳이라니. 와우.”

내한공연서 한국팬 반응 감동
6번째 내한…인디밴드와도 친분
새 앨범엔 아예 ‘홍대’ 노래 실어
“한국은 내게 선물 같은 곳”

6번째 앨범 <맨 마운틴> 마지막 트랙으로 ‘홍대’가 들어간 것은 그가 느낀 생동감과 새로운 감정을 전하고 싶어서다. <맨 마운틴>은 그의 음악 중에서도 유독 또렷한 소리들로 채워진 음반이다.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에 맞춰 만든 노래 ‘호프 포 디스 랜드’, 사랑의 길을 찾는 ‘로스트 투데이’ 등은 지난 2년 동안 해온 벨기에 티브이 시리즈 <마스맨>을 위해 작곡한 음악들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2013년 앨범 <시오엔>을 낼 땐 확신이 없고 질문만 많았어요. 나는 누구인가, 어떤 소리를 담기 원하는가. 이번 앨범에선 에너지를 느꼈고 파도를 타듯 녹음을 했어요. ‘맨 마운틴’은 강하고 영웅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데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만든 앨범이라 그런 이름을 붙였어요.”

이야기가 깊어질 무렵,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가 술자리에 합석했다. 3호선버터플라이는 지난해 시오엔과 합동 공연을 했고 멤버 성기완씨가 ‘홍대’ 뮤직비디오에 한국어 자막을 넣기도 했다. 2000가지가 넘는 맥주가 있는 벨기에에서 온 시오엔은 “평소엔 술을 많이 마시진 않는다. 맥주를 와인 마시듯 찔끔찔끔 마시는데, 이상하게 3호선버터플라이와 마시는 날은 꼭 과음을 하게 된다”며 그들을 보자마자 병을 비웠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공연은 자주 가고 인도네시아, 중국에도 가끔 간다. 세계투어가 일상화된 뮤지션에게 과연 홍대앞이 색다른 이유는 뭘까? “다른 투어에선 공연에 치중하지만 이곳에선 다양한 색깔의 아티스트들을 만난다. 화가, 사진가, 작가들이 한데 어울리는 장소가 홍대앞이더라”고 설명했다. “전 단순히 방문자이고 싶진 않아요. 그 나라의 문화를 산책하며 많은 관계를 맺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한국은 제게 선물 같았어요. 오늘은 도쿄, 사운드체크, 공연. 내일은 베이징, 사운드체크, 공연.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세계 최고 밴드들은 외롭지 않을까요.” 마지막 잔을 부딪치며 시오엔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레스 머니 모어 행복!”(돈이 적을수록 많이 행복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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