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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너와 나의 연결고리, 힙합으로 다들 집합!

등록 2015-09-13 20:43수정 2015-09-14 11:27

영화로 무대로, 문화가 된 ‘힙합’
클럽

청담동에서 매주 목요일 ‘힙합스탁’
EDM이 지배하던 클럽문화 바꿔

“해진다 다들 집합해/ 눈치 보는 사람 얼차례” 10일 밤 9시, 3인조 힙합그룹 블랙트리의 랩에 맞춰 관객들이 집합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럽 앤써. 이곳에선 8월27일부터 11월5일까지 10주 동안 매주 목요일 힙합 릴레이 콘서트 ‘힙합스탁’(위 사진)이 열리고 있다. 밤 11시 <쇼미더머니4>에 나왔던 블락비의 지코가 무대에 오르면서 클럽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힙합 유행은 강남 클럽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과 클럽 댄스가 지배하던 곳에서 이제 힙합 공연이 열린다. 관객들은 라임에 맞춰 한 손을 치켜들고 춤을 춘다. 힙합스탁뿐 아니라 서울 강남역부터 청담동 일대 클럽들이 평일엔 힙합 공연을 빠짐없이 들여온다고 했다. 디제이조차 전통 클럽 디제이가 아니라 힙합 디제이로 바뀐 곳도 많다. 콘서트를 기획한 제이에스탑엔터테인먼트 은성희 대표는 “힙합이 오랫동안 마니아들 위주의 장르였는데 이제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들은 연말까지 공연 일정이 꽉 차 있어서 섭외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라면 방송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와 얼굴을 알린 뮤지션이거나, 블락비 바스타즈 같은 힙합 아이돌을 말한다. 그들이 지금 트렌드를 쥐고 있다. 힙합 유행은 이제 영화관으로, 무대로, 클럽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한 장면.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한 장면.
스크린

N·W·A 그린 ‘스트레이트…’ 개봉
내달엔 힙합영화제…대중화 시도

■ 스크린으로 간 ‘비트메이커’들 힙합을 소재로 한 강력한 영화가 나왔다. 10일 개봉한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사진·게리 그레이 감독)은 1986년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이지-이, 엠시 렌, 디제이 옐라와 함께 결성했던 엔더블유에이(N.W.A)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컴턴 거리는 경찰과 갱단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다. 영화는 크립스 갱단에서 일했던 이지, 성공에 들뜬 그들 그룹이 벌인 환각파티, 그리고 멤버들을 갈라서게 한 돈 문제 등 그들의 실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갱 출신이었거나 유명한 뮤지션이 되었어도 갱과 거리를 두기 어렵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툭하면 경찰 앞에 무릎 꿇어야 하는 갱스터 랩의 사생활이기도 하다. 이 문제적 그룹은 경찰의 무능함을 조롱하고 가혹행위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퍽 더 폴리스’로 공연중단 및 경찰 조사, 방송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지는 1995년 에이즈로 사망했다.

그러나 영화를 아름답게 하는 요소는 엔더블유에이 멤버들이 자신들의 난잡한 과거를 솔직히 고백한다는 점이 아니다. 폭주하는 흑인 공동체를 묘사하는 장면 위로 흐르는 엔더블유에이가 만들어낸 강력한 비트, 그 자체가 매력이다. 힙합을 이루는 요소를 랩과 비트, 곧 말과 박자라고 한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힙합공동체가 ‘쿨’하다고 부르는 정서와 그들이 뜨겁게 여기는 비트를 조화시키는 영화다. 미국에선 개봉 첫 주부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6주차인 지금 수익 1억5109만달러로 <앙코르>(2005)를 누르고 역대 음악전기영화 중 1위를 기록했다.

10월29일부터는 첫번째 서울힙합영화제도 열린다. 서울 건대시네마테크와 야외광장에서 4일 동안 열리는 이 영화제에선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을 포함해 힙합과 시, 힙합과 사회, 그라피티, 랩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8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영화제를 기획한 김봉현 음악평론가는 “한국에서 힙합영화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올해 초 타블로와 함께 힙합 다큐멘터리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상영회를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랩이 더이상 소수의 언어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영화제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한 장면.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한 장면.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형제는 용감했다’와
힙합무용까지 공연계도 유행 주도

■ 무대는 ‘라임’을 타고 라이선스 초연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키(샤이니), 첸(엑소), 루나(에프엑스) 등 아이돌을 앞세워 힙합 문화에 익숙한 10~30대 젊은 관객층을 겨냥한다. ‘내 월급 인상/ 구겨진 니 인상/ 사야 해 신상/ 여전히 넌 밉상’같이 한국어 라임을 잘 살린 ‘랩’과 파핑·로킹·비보잉을 총망라한 ‘스트리트 댄스’가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무기다. 특히 ‘9만6000달러’의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프리스타일 랩 배틀’ 형식의 넘버에 이르면 객석에서는 힙합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가 쏟아진다.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 분야에서는 생소한 랩과 힙합 장르의 비중이 큰 만큼, 이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이돌을 캐스팅해 공연의 매력을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역시 ‘형제간의 우애’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힙합 코드’를 접목했다.

1997년 김수용의 만화 <힙합>을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자란 꼴통 태하가 나온다. 어느 날 자신의 젊음을 다 바칠 수 있는 일, 바로 춤과 만난다. 고교생의 꿈과 희망이 담긴 비보잉 댄스만화를 보고 자란 이들이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비보이들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현대무용과 발레계의 주축스타로 성장하기도 했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에서는 ‘힙합의 진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과 현대무용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무용단 ‘피핑톰’의 김설진 안무가와 올해 베를린 무용축제 ‘탄츠 임 아우구스트’에서 환호를 받은 이재영 안무가 등은 모두 이 ‘힙합의 진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춤꾼들이다. 최혜원 시댄스 담당자는 “이 프로그램은 스트리트 댄스인 힙합을 현대무용으로 끌어들여, 청소년의 거리 하위문화를 무대 고급문화로 탈바꿈시켰어요”라고 소개했다. 보통 4~5분짜리 힙합 춤과 달리 무대공연은 움직이는 공간, 조명 등을 활용해야 하고 최소한 20분 이상의 드라마를 구축해야 한다.

이인수 안무가도 10대 때 거리에서 힙합 춤을 추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면서 현대무용으로 전환했다. 국립발레단의 이동훈 수석무용수는 힙합에서 발레로 전환한 사례로 꼽힌다.

‘힙합의 진화’
‘힙합의 진화’
트렌드

“지금 젊은 세대에 가장 강력한 음악”
‘너 아닌 나’ 중시하는 코드와 맞아

■ 힙합, 우리 시대의 사운드트랙 ‘힙합 대세’의 시작은 티브이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다시 홍대, 이태원, 강남에 와서 공연한다. 실제 힙합 장르를 듣는 팬이 얼마나 되느냐에 상관없이 길거리만 나서면 힙합 음악이 들려오는 탓에 힙합은 지금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음악이 됐다. 왜 힙합일까? <힙합스탁>을 연출하는 이일구 감독은 “스왜그(허세)든 디스(랩을 통해 상대를 공격함)든 힙합의 언어와 기술은 결국 ‘나’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나를 주어로 젊은이들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음악평론가 김봉현은 “힙합은 지금의 젊은 세대를 가장 강력하게 반영하는 음악이다. 어른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삶을 권한다면 힙합은 ‘한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며 너의 꿈을 좇으라’고 말한다. ‘밑바닥에서 내 힘으로 정상의 자리까지 왔다’는 랩을 들을 때 젊은 세대는 음악보다 거대한 에너지를 흡수하며 자기 삶의 전의를 다진다. 아마도 힙합은 앞으로도 한동안 젊은 세대의 ‘삶의 사운드트랙’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힙합은 “너를 싫어하는 자들에게는 가운뎃손가락을 내밀라”고 권한다. 김봉현은 “도끼와 더 콰이엇이 설립한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는 자기가 하고 싶은 힙합음악으로 수많은 시간을 버텨낸 끝에 성공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젊은 힙합팬들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래퍼 빈지노의 가사는 힙합 하는 이유란다. “난 아무거나 말하고 마는 가요 틈에 끼고 싶지 않아 몇 번이고 말했듯, 난 지킬 거야 내 영역을/ 잠시 떠들썩한 유행이 되는 것보다 어떤 유의 유형이 되는 게 머치 임포턴트”

힙합은 그 무엇보다도 ‘나의 영역’, ‘나라는 주어’를 중시하는 지금 젊은이들의 배경음악이다.

남은주 유선희 손준현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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