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탱고의 살아있는 전설’ 파블로 베론(34)이 지난 8일 밤 서울 서초동 토탈댄스협회 스튜디오에서 공연하고 있다. 100여평 남짓한 공간의 한쪽 귀퉁이에 모여 앉은 ‘땅게로스’들은 베론의 몸짓 하나하나에 감탄사를 토해냈다. <씨네21> 서지형 기자 blackaura@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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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마니아들은 말한다. “탱고는 춤의 종착역”이라고. 지난 8일 밤 11시 서울 서초동 토탈댄스협회 스튜디오에는 150여명의 땅게로스(아르헨티나말로 ‘탱고를 추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살아있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살아있는 전설’ 파블로 베론(34)의 초청 공연을 보려는 것이다. 베론은 영화 <탱고 레슨>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탱고 선생 역으로 출연해, 탱고라는 춤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스타 댄서다. 검은 수염을 기른 베론이 검은 재킷에 짙은 감청색 바지를 입고 나타나자 좌중은 잠시 술렁였다. 곱슬거리는 긴 머리는 마치 숫사자의 갈기 같았다. 우린 탱고 추는 ‘땅게로스’ 드디어 첫 곡. 베론과 그의 파트너 노엘 스트라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 펼쳐질 때마다 한숨같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한 몸인 듯 절묘하게, 우울하지만 격정적이고, 절제된 듯 하면서도 한없이 관능적인 탱고의 진수를 보여줬다.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공연을 마친 뒤 베론은 “관중들이 내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해 매우 놀랐다”며 “탱고는 매우 창의적인 춤이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기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3년동안 이 공연을 준비해온 ‘레오’ 정종상(32)씨와 ‘페닌슐라’ 조명희(33)씨는 “베론은 한국의 땅게로스들이 가장 사랑하고 추앙하는 댄서”라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서로를 인터넷 동호회 아이디로 부른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처음인 베론의 초청 공연은 순전히 이 두 사람의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다. 어느 기획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관람비만으로는 초청 비용을 대지 못해, 그 차액을 이들이 각자 나눠 부담할 예정이다.
두명이 사비들여 3년간 준비 레오는 탱고의 매력에 빠져 지난 1월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국립아카데미음악원에서 ‘반도네온’을 배우고 있다. 반도네온은 아코디언과 비슷하게 생긴 탱고 연주용 악기로, 애수를 머금은 어두운 음색이 특징이다. 그는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네오니스트’인 셈이다. 레오는 “영화 <탱고 레슨>을 보면서 탱고에 대해 달뜬 첫사랑 같은 갈망을 품게 됐다”며 “파블로 베론의 천재적인 춤 솜씨를 다른 회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오와 페닌슐라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 ‘땅고 아르떼’의 회원은 2800여명. 비슷한 규모의 동호회가 두어개 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탱고는 여전히 마이너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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