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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에 미쳤어요…다시 이렇게 노래할 줄 몰랐어”

등록 2015-10-11 20:52수정 2015-10-13 13:56

싱글앨범을 낸 가수 전인권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싱글앨범을 낸 가수 전인권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전인권, 36년만에 첫 싱글앨범 ‘너와 나’

마약 등 인생의 바닥 겪고
나의 감성 모두 까먹었다 생각
근데 마약 끊으니 돌아오더라
음악 끝나는 날 ‘붓’ 들고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3개월쯤 지나 밤바다를 구경했다. 이 바다와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며 곡을 하나 쓴다면 하고 가사를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 노래는 여럿이 함께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수 전인권(61)이 쓴 글이다. 전인권이 만들고 자이언티, 윤미래, 타이거제이케이(JK),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티 등이 함께 연주하고 부르는 노래 ‘너와 나’는 이렇게 태어났다. <너와 나>는 전인권이 가수 활동 36년 만에 처음으로 낸 싱글앨범이기도 하다.

“나는 요즘 두 가지 생각에 빠져 있어요. 하나는 음악의 흐름을 바꿔주는 것. 예를 들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처럼 현실적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 또 하나는 인권과 연결되는 길을 찾는 것.” 5일 서울역 뒤편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전인권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너와 나’를 발표했고 내년부터 인권연대와 함께하는 콘서트를 계획 중인 그는 요즘 부쩍 세상 밖으로 출입이 잦다. 음악적으로도 지난해 9월엔 전인권밴드가 <2막 1장>을, 2013년엔 새로 합친 들국화에서 새 앨범을 내는 등 매년 음반을 한 장씩 내며 갈수록 더 많은 곡을 만들고 부르는 인상이다.

“바닥을 지나왔기 때문이죠. 정신병원에 있을 때 70~80곡을 썼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 바닥 속에 우주도 있고 꼭대기도 있더라고요. 마치 히말라야 정상에 너무나 고통스럽게 올라갔다가 온 기분이랄까요. 애초에 정신병원엘 가느니 히말라야에 다녀오는 게 좋았을 텐데.” 정말 그 바닥엔 무엇이 있었을까. 인생의 정점으로는 들국화 1집을, 인생의 바닥으로 마약중독을 고치기 위해 입원한 사건을 꼽는 그는 2012년 병원을 나온 뒤부터 다시 음악에 전념하고 그 결과 전성기 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시 이렇게 노래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루 종일 연습하고 곡 만드는 일만 해요. 완전히 미쳤어요.” 요즘 전인권은 무대에서 노래할 때마다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다 까먹었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끝났다고. 그런데 마약을 끊으니까 목소리가 돌아오더라고요. 요즘엔 일부러 소리를 많이 질러서 목을 쉬게 하고 있어요. 다들 거친 음색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에게 남은 음악활동 한도가 4~5년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간 동안 불꽃을 피우기 위해 술을 완전히 끊었으며 아침엔 기도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한대수 40주년 기념음반에 참여해서 전인권이 불렀던 ‘자유의 길’은 전인권이 걸어온 굴곡진 ‘자유의 길’을 떠올리게 하는 그만의 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의 길’을 걸어온 전인권은 이제 완전히 길들여진 것일까? “이십대의 어느날 대구 미군캠프 잔디밭을 걷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철조망 안에 자유로운 세상이 있더라고요. 박정희 대통령 시대가 내 젊은 시절이었고 가장 감성이 예민한 시대에 나는 바보였어요. 두 가지 내가 있어요. 하나는 원래의 나, 또 하나는 ‘사회에 합류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내가 있어요. 요즘 이런 나한테 정이 든 거지, 내가 길들여진 건 아니에요.”

‘원래의 나’는 아마도 혼자 깊이 침잠하는 전인권의 모습일 것 같다. 언젠가 힘이 빠져서 더이상 노래를 못하게 될 날이 오면 음악을 접고 붓을 들고 싶다, 그림이야말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활동이며 누구의 설명도 시선도 필요하지 않은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은 노래에서도 사람들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러 번 말했다.

“너와 내가 시작한 곳은 한겨울/ 너와 난 모두 버려도/ 힘이 넘치는 너와 난/ 서로 볼 수 없어도 믿을 수 있어”(‘너와 나’ 중에서) 여럿이 부르기 좋은 단순한 가사, 팝·힙합·펑키·포크·솔(soul) 같은 다양한 장르가 한데 섞인 멜로디. 노래 ‘너와 나’는 원래는 ‘나’만 있었던 전인권의 음악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세상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다. 전인권밴드는 23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을 시작으로 30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12월 4일 구리아트홀 라이브온스테이지 등에서 <너와 나> 발매 기념 공연을 이어간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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