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길에 문을 여는 아이리버 고음질 음악감상공간 스트라디움. 사진 스트라디움 제공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이어
아이리버 ‘스트라디움’ 16일 개관
헤드폰으로 고음질 음악 체험
2층 스튜디오에선 공연·강의도
아이리버 ‘스트라디움’ 16일 개관
헤드폰으로 고음질 음악 체험
2층 스튜디오에선 공연·강의도
오는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길에 아이리버의 고음질 음악 체험 공간 ‘스트라디움’이 문을 연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한 건물에서 음악 체험과 공연 감상, 녹음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지난 6월 현대카드 음악 박물관 ‘뮤직 라이브러리’가 개장한 데 이어 바로 맞은 편에 또 다른 음악전문 공간이 열린 것이다.
건물은 검은색 오디오 스피커를 닮았다. 앞면엔 1만장 넘는 나무벽돌 벽이 한 겹 더 씌워져 있다. 안쪽으론 빛도 소리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감상행위에만 집중하는 공간이다. 수십년 전 지어진 건물을 안팎으로 고쳐서 폐쇄적인 음악감상자의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건물 몸피를 최소화하고 개방된 느낌으로 지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여러 모로 대조된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1만장 희귀 음반과 음악서적 등으로 채워졌다. 음원 체험 위주인 스트라디움엔 음반 한 장 보이지 않는다. 음악감상실과 사운드 갤러리에는 아이리버의 휴대용 기기인 아스텔앤컨과 헤드폰 20여대가 걸려 있을 뿐이다.
“말이 실패한 그 순간 비로소 음악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들으려고만 한다면 이 땅에는 음악이 가득 차 있다.” 1층 사운드 갤러리 벽에 적힌 말처럼 이곳은 소리로 채워진 공간이다. 음악감상실은 각자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서재와 10여명이 함께 음악을 듣는 2개의 뮤직룸으로 나뉜다. 비올 때 듣기 좋은 음악, 질주하는 록 음악, 뛰어난 보컬 등 주제별로 이미 선곡된 음악을 듣게 된다. 클래식, 재즈 분야의 선곡이 강점이다.
스트라디움의 중심은 공연, 강의, 녹음을 할 수 있는 2층 스튜디오다. 원래 2, 3층으로 나뉘었던 공간을 터서 한층으로 만들고 나무벽을 둘렀다. 건축가 샘 토요시마의 작품이다.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 일본 빅터 스튜디오 등을 설계했다. 70~8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스튜디오에선 연말까지 공연과 강의가 꽉 차 있다. 삶과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트라디움 토크’ 프로그램으로 개장일엔 자라섬 재즈피스티벌 인재진 감독, 11월13일 롯데 콘서트홀 김의준 대표가 출연한다. 매주 목요일 피아니스트 조재현씨의 클래식 선곡과 해설 프로그램도 열린다.
스트라디움을 운영하는 그루버스 김경진 이사는 “1000원 내면 음료수 주고 신청곡 틀어주는 옛날 음악감상실의 재현이다. 그런 장소에 남다른 애착과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질적으로는 아주 다른 경험이다. 보통 음악감상실이나 온라인 사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음질과 이야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비바아트홀, 락월드, 트와일라잇존 등의 공연장이 붐비던 1980~90년대 이태원은 록음악과 새로운 음악의 쇼윈도우였다. 공연장들 대부분이 문을 닫고 클럽으로 바뀐 지금 기업이 주도하는 음악공간이 다시 이태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진 이사는 “좋은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들은 주로 30대부터 40대 초반이다. 이들 세대 중에서도 문화적 주제에 기꺼이 돈을 쓰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 이태원이다. 홍대는 록과 공동체 문화, 가로수길은 소비라면, 이태원은 문화적 소비라고 봤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건물 지하에 있는 음악감상실. 사진 스트라디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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