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감성 저격’ 노래 잇단 발표
센치해진다. ‘감상적이다’로 순화해 쓰는 ‘센치하다’는 가을 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남성 듀오 ‘십센치’가 센치해지면 어떻게 될까.
2012년 말 나온 앨범 <2.0>의 ‘그러니까’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이번에 선보인 ‘10월의 날씨’의 센치함도 무척 반가울 것이다. 10월의 날씨는 ‘텐텐절’에 출시된 앨범 <3.1>에 담긴 곡이다. 텐텐절은 10이 두 번 겹쳐 십센치 팬들에게는 공식기념일이라고 한다.
날씨로 읊은 센치함 십센치
‘10월의 날씨’에서 십센치의 보컬 권정열은 “오늘의 날씨는”으로 시작하여 일기를 쓰는 것처럼 담담하게 가사를 읊어 내려간다. 이 정도 완성도 높은 일기라면 공개해도 무방할 듯하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감정은 미처 여름을 벗어나지 못한 날씨와 맞물리면서 증폭된다. “빗물이 내리면 눈물이 흐르는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스틸 기타는 목소리를 차갑게 식히고, 목소리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스산해지는 마음을 오롯이 전한다. 이토록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라니, 반복재생 단추를 더듬어 찾게 된다.
같은 앨범에 실린 ‘비밀연애’는 조만간 <디스패치>의 카메라에 십센치도 포착되는 것 아닌가 싶어지는 노래. 발랄한 왈츠풍으로 시작하여 비밀스런 연애야말로 진짜 연애 같다는 느낌을 특유의 ‘육감적’ 목소리에 실어 보낸다. 가사도 아찔하다. “은밀한” 무엇이고, “불타는” 무엇이란다. “슬쩍슬쩍 허리를 올리며” 무엇을 한단다.
가을의 먹구름 노래한 못
록그룹 못(MOT)의 디지털 싱글 노래도 날씨를 담았다.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라는 노래에서는 먹구름이 두꺼워지더니 비가 듣는다. ‘역시 못’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목소리 자체로 브랜드가 된 보컬 이이언이 7년 만에 낸 노래다. 오랫동안 앨범을 내지 못한 이유가 성대결절이었으니 본격적인 활동 소식이 더 반갑다.
곡은 먹구름을 끌고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액셀에 올려둔 발에 힘을 줘 차가 치고 나가듯, 노래는 속도를 더해간다. 결국 비가 내리지만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서로 무릎을 맞댄 사람들이 있어서다. 새롭게 5명으로 구성된 멤버들의 시너지가 밝은 에너지를 더하는 것 같다. 지난 17일 새로 꾸린 밴드와 함께 한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무대의 컴백 공연에서는 빅뱅의 ‘베베’를 훌륭히 소화해 내기도 했다. 못은 오는 12월까지 매달 중순께 신곡을 한 곡씩 발표하고 내년 1월 정식 3집 앨범을 낸다.
첫 발라드 타이틀 시아
시아(xia, 시아준수)도 ‘꼭 어제’에서 ‘가을 돋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동명 디지털 싱글 앨범에서 시아는 가을을 겨냥해 작정하고 발라드를 표제작으로 했다. 이전에는 모두 댄스곡이 표제작이었다. 이번에 작사·작곡자의 이름을 모두 가린 채로 듣고 선택한 타이틀 곡은 심규선의 곡이다. 심규선은 인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시아는 심규선의 곡을 특별하게 소화한다. 적당한 꺾임음을 곁들인 목소리는 완급을 조절하며 뮤지컬풍으로 확장되었다가 가을꽃(단풍)처럼 만개한다. <꼭 어제> 앨범은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시아가 전국 공연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앨범이다. 팬들이 찾는 공연을 신곡 없이 하면 안 된다는 ‘예의’로 3집 이후 불과 일곱달 만에 냈다. 3장의 정규 앨범 타이틀 곡인 ‘타란탈레그라’ ‘인크레더블’ ‘꽃’의 어쿠스틱 버전과 신곡 4곡을 실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각사 제공
사진 각사 제공
사진 각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