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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이유스럽다’의 정의

등록 2015-10-25 20:32수정 2015-10-26 12:01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스물셋 아이유를 읽는 10가지 단어
23일 자정 미니앨범 ‘챗셔’ 내놔
소녀와 여인 넘나드는 ‘스물셋’
아이유 이기는 아이유 ‘두 얼굴’


아이유는 허를 찌른다. 연애 이야기만이 아니다. 보통의 예상치를 넘는 면모들을 드러낸다. 아이유의 얼굴은 그렇다고 하는 순간 바뀐다.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고, 많이 본 얼굴인데 싶을 때 세상 가장 예쁜 미소를 짓는다.

아이유는 누구보다 숨가쁘게 사람들의 머리에 자신을 각인시키며 1년을 달려왔다. 드라마 <프로듀사>(한국방송2)에서 신디라는 아이돌 역으로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고, 문화방송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프로듀서의 능력을 입증하며 박명수와 부른 ‘레옹’을 음원 1위에 올려놓더니, 갑작스럽게 연애 사실이 공개됐다. 그리고 23일 자정을 기해 미니앨범 <챗셔>(CHAT-SHIRE)를 내놓았다.

2011년 그녀를 소개하는 말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국민여동생이었고, 2013년엔 요즘 가장 바쁜 여자 가수였다.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내가 나를 이겼다”(<무한도전>에 얼굴을 내민 유재환의 노래 ‘커피’가 ‘레옹’을 음원 차트에서 앞섰을 때) 했지만 이 말은 사실 아이유를 위한 설명어다. 유재환은 아이유의 팬으로 떴고 ‘레옹’은 아이유가 작사·작곡해서 같이 불렀다. 해를 거듭하며 아이유는 이전의 아이유를 넘어서왔다. 그러고도 이제 겨우 23살이다. 아이유가 아이유를 이기며 성장해가는, ‘아이유의 두 얼굴’을 열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아이와 어른

2011년 토크쇼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아이유는 자신을 “열아홉살 늙은이”라고 소개했다. 열아홉살에 이미 데뷔 4년차 가수였다.

‘애늙은이’는 아이유의 별명이다. 열한살 많은 유인나는 자신이 고민을 가장 많이 털어놓는 상대가 아이유라고 했다. ‘애늙은이’는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사랑하고 싶었고 술을 마시고 싶었고 섹시해 보이고 싶었다. 2012년 말엔 토크쇼 <고쇼>에서 “지금의 귀여운 이미지가 싫지는 않지만 부담스럽다. 언젠가 한번은 실망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과연 2013년 시스루에 빨간 신을 신고(노래 ‘분홍신’) 등장한다.

<챗셔>의 ‘스물셋’에서는 어린 목소리와 섹시한 목소리가 교차된다. “좀 아가씨 태가 나네. 다 큰 척해도 적당히 믿어줘요/ 얄미운 스물셋 아직 한참 멀었다 얘, 덜 자란 척해도 대충 속아줘요/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순간과 지속

아이유는 ‘음원 깡패’다. 순식간에 정상에 오르고는, 오래도록 머문다. <챗셔>는 23일 자정 음원이 풀리자마자 전곡이 상위권에 올랐다. 아이유의 음원 발표일 앞뒤는 가수들이 데뷔나 컴백을 기피한다. ‘레옹’은 발매된 8월26일 실시간 점유율(스트리밍+다운로드)이 평균 40%를 웃돌았고, 멜론 24시간 이용자 수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멜론 실시간 차트 지붕킥(순위 집계 시 데이터 수치가 너무 높아서 그래프상에 표시가 되지 않을 때) 87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록은 역대 2위로 1위는 싸이 ‘젠틀맨’이라고 한다. 순간적 점령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어진다. 2013년 발표한 ‘금요일에 만나요’는 금요일마다 순위가 치솟아서 아직까지 100위 안에 머무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보통과 능력자

드라마 <예쁜 남자>(2013년)의 배역 이름이 김보통이었다. 김보통은 꿈이라고는 독고마테(장근석)의 마누라가 되는 것이 다인 25살 아가씨다. ‘훈련된 제비’ 독고마테에게 ‘평범함’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 보통의 역할이다.

아이유는 드라마에서 보통 혹은 보통 이하로 자주 나왔다. <드림 하이>(2011년)에서는 가창력을 지닌 뚱뚱한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최고다 이순신>(2013년)에서 아이유(이순신)는 기이한 상황에 휩싸인 ‘갑남을녀’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아이유 얼굴의 강점을 이렇게 말한다. “순정 하나 가진 순수한 소녀의 느낌이 있다. 순박하면서 이기적이고 지순하면서 심플한 인물에 어울린다. 평범한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예쁘다. 마음을 담고 보면 예쁘다.”

현실에서 그녀는 ‘능력자’다. 노래 ‘좋은 날’(2010년)에서 그녀는 3단 고음 ‘신기’를 보여준다. 2015년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 편에서 나란히 앉은 작곡가도 못 맞히는 ‘복면가왕’의 주인공을 모두 맞힌다. 옛날 가수(윤상), 인디가수(혁오, 자이언티), 아이돌(빅뱅 태양-지드래곤) 망라해서다.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고음과 저음

<챗셔> 앨범의 앞쪽에는 사람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화려한 곡이, 뒤쪽에는 인디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를 연상시키는 곡들이 배치되어 있다. 앞쪽이 ‘좋은 날’의 계보를 잇는 고음 곡이라면 뒤는 아이유의 음색이 잘 드러나는 곡들이다. 이충한 작곡가(유자살롱 공동대표)는 “‘레옹’에서도 볼 수 있듯 아이유의 중저음이 좋다. 그간 3단 고음의 틀에 갇혀 있었다. 이제는 아이유가 이 정도 고음을 노력을 해서 내는구나,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게 되었다. 아이유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상품 가치가 너무 커서 본인도 어쩔 수 없을 텐데, 기다리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희 음악평론가는 ‘균형감’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 완성도를 유지했다. 감상하기 좋은 곡과 무대 퍼포먼스를 하기 좋은 곡으로 나뉘어 있다. 그 변화가 성급하지 않다. 소속사는 다른 소속 뮤지션들과 달리 아이유를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다. 앨범 안에 상품성을 유지하면서도 이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은 모험 요소도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뮤직비디오·방송 갈무리
관리 대상과 설계자

“아이유의 사진을 비롯한 여자 아이돌에 관한 각종 논란거리가 인터넷을 통해 자의에 의해 유출되곤 하는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아이유와 슈퍼주니어 은혁의 트위터 사진이 유출되었던 2012년 11월 강명석 문화평론가가 <텐아시아>에 쓴 ‘첫사랑 비즈니스의 종말’이란 글에서 따온 문장이다. 글은 “10대 소녀가 실제로 사는 모습을 공개하면 그것이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내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의’라는 대목만을 다른 식으로 곱씹어보면 놀랍고도 새로운 아이유의 얼굴 하나가 나타난다.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주위에서 야유가 쏟아졌어요.”(토크쇼 <승승장구>) 16살 데뷔 무대는 아이유에게 상처였다. 소속사는 ‘감성적인 발라드를 부르는 아이’를 포기하고 ‘춤을 추는 귀여운 아이’가 되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주어진 길을 그냥 걸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삶의 진로를 두고 먼저 설계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아이유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예 수능시험을 보지 않고 특례입학 자체도 시도하지 않았다. “제가 대학을 가더라도 열심히 다니지 못할 거고 고마운 줄도 몰랐을 것”(2011년 12월24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 방송)이라는 이유였다.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두고도 설계자의 얼굴을 차차 드러낸다. 소속사 전략대로 움직이던 아이는 듀엣하기 좋은 가수(2010년 ‘잔소리’의 슬옹부터 성시경, 유승호, 나윤권, 승리까지)였다가, 삼촌들의 감수성을 타격하다가(2014년 <꽃갈피> 앨범, ‘소격동’), <챗셔> 앨범에서는 좀더 뚜렷이 자기 소리를 내기에 이른다. 모든 곡을 작사했고 그중 세 곡(‘푸르던’ ‘무릎’ ‘안경’)을 작곡했다(‘스물셋’은 공동작곡).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은 음악성이 없다, 프로듀서를 못한다, 인디와 메이저는 분리되어 있다, 여자 솔로 싱어는 기획사 인형 같다 등의 모든 고정관념의 틀을 아이유는 다 깨나갈 수 있는 가수다. 앞으로 어떤 고정관념을 격파해나갈지가 아이유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연애에서도 그는 ‘설계자’였는지도 모른다. 연애 사실이 공개된 이후 밝힌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라디오에서 처음 만났고 제가 첫눈에 반했습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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