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니카 밴드 캐스커. 사진 파스텔뮤직 제공
7집 발표 일렉트로니카 밴드 캐스커
‘바람이 건너온다. 차갑게 얼어붙는다. 햇살이 비춘다. 아득하다. 찬 바람이 다시 분다.’
이준오가 곡을 만들고 융진이 부르는 일렉트로니카 밴드 캐스커가 7집 앨범 <그라운드 파트 원>(ground part one)을 내놓았다. 캐스커는 부르기 좋은 화음과 잘 배열된 전자음을 함께 보여주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췄다. 그래서 별칭은 ‘따뜻한 기계 심장’이다. 이번 앨범은 이전보다 무겁다. 음악을 들으면 광활한 자연이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끝간 데 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 놓인 단 하나의 인공물인 도로 위를 속도를 바싹 올리고 달리는 듯도 하다. 떠오른 그 풍광은 아이슬란드다. 26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파스텔뮤직 사옥 1층 셀렉트숍 프렌테에서 캐스커를 만났다.
‘광선’, ‘산’, ‘geysir’(간헐천)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호텔방에서 녹음됐다. 이준오는 직항이 없어 스물세시간의 여정을 견뎌야 하는 아이슬란드를 향해 지난해 이맘 때 훌쩍 떠났다. “그곳에는 하늘과 태양 같은 어디에나 있는 것들만 있다. 당연한 자연만. 아이슬란드가 아니라 어디여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이전의 밤과 도시의 감성으로 한 작업과는 다른 접근이었다.”
자연의 소리는 장엄하면서도 느닷없고 인간은 그 앞에서 무기력하다. ‘geysir’는 발자국 소리, 종이로 철다리 난관을 두드리며 지나는 소리가 들리다가 폭발한다. ‘광선’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햇살이 굴러떨어지다가 갑자기 끊긴다. ‘산’은 풍광 속으로 들어가는데도 풍광은 변함없는 그 느낌이 아련하게 전달된다.
“제 안에서는 시즌2의 시작 같은 느낌이다.” 2012년의 6집 <여정> 이후로 멤버 각자가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이준오는 <더 테러 라이브> 등의 영화음악 작업을 함과 더불어 주노(Juuno)로 활동하며 <시프트>(Shift) 앨범을 냈고, 융진은 스윗소로우의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가하는 등 여러 군데 목소리를 빌려주었다. “다른 일로 바빠서도 있지만 4, 5, 6집을 연달아 내면서 동어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자기 스타일의 비슷한 음악을 내는 건 잘못이 아니죠.”(이준오) “하지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죠.”(융진) “(그래서) 변화를 도모해야 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했어요. 이걸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지만 2기 같은 느낌이 있어요.”(이준오)
‘향’, ‘언두’, ‘꼭 이만큼만’ 등 말랑말랑한 캐스커만 안다면 ‘일렉트로니카’라는 말은 의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랑말랑한 곡들도 뒤에 배치되는 음을 집중해서 듣다 보면 그 쾌감에 쭈삣거리게 된다. 그게 캐스커의 자존심이다. “음악을 시작할 때도 가장 희망했던 게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부산에서 키보드를 지고 서울을 오가며 음악에 몰두한 지 훌쩍 17여년이 지났다. 융진도 10년차다. 색다른 도전이었음에도 1집 <철갑혹성>부터 잘 팔렸지만 왜 돈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이 언제나 따라다녔다.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 연차가 된 밴드들 모두 다 수입에서 거기서 거기다. 그런 것을 가치로 두면 10년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이외의 다른 의미를 둬야만 살 수 있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 아예 망했으면 정말 팀을 관뒀을 수도 있었겠는데, 그만두고 싶지 않을 정도로만 잘 됐다.” 그러니 앨범이 잘될지 콘서트가 잘될지 안달이 없다. <파트2>는 언제 나오느냐에 대해서도 “모르겠다” 한다. 일단은 11월7일과 8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백암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다. 이전과 달리 무대감독까지 두고 색다른 재미를 준비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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