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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차 한잔에 음악 한모금…즐거워라, 카페공연

등록 2015-12-22 20:39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노래하고 있는 요조. 요조는 9개 도시 카페를 돌며 공연하는 ‘요조 인 카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 부루다콘서트 제공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노래하고 있는 요조. 요조는 9개 도시 카페를 돌며 공연하는 ‘요조 인 카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 부루다콘서트 제공
인디음악계 카페 활용 공연 줄이어
“팬은 공연장보다 입장료 적어 좋고
뮤지션은 음원발매 전 반응 참고도”
밴드 ‘빨간의자’의 수경은 오늘을 위해 한 달을 연습했다. 기타를 도와주던 이가 다른 팀으로 빠져, 이 공연에서는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결국 포기한 곡도 있다. “신곡은 여러분에게 잘 들려주기 위해서 엠아르(녹음된 음악)를 준비했습니다. 소공연 최초의 기타 엠아르입니다!”

토요일인 지난 19일 빨간의자, 한살차이, 호소 등 인디레이블 팝인코리아 소속 뮤지션들의 연말 공연이 있었다. 장소는 서울 합정동의 카페 ‘소소한 즐거움’. 팝인코리아에서 운영한 지 두 달 된 카페다. 카페에서 공연을 하는지라 ‘베이스 여신’ 유연아씨가 콘트라베이스 지판 짚는 소리가 들리고 호소의 호가 “크리스마스에 뭐 해요?”라고 물으면 관객이 “자요” 작게 답해도 대화가 된다.

카페 전체를 환하게 불을 밝혀놓아서 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일을 할 수도 있다. 공연 중 자리를 일어난 관객은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음료 반입 금지’ 대신 카페에선 입장객에게 커피를 한 잔씩 쥐여준다. 커피를 든 손 때문에 박수는 ‘나이롱’이 된다.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꼭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이 들리는 대로 듣는다. 친구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다. 팬들은 공연 사이트가 아니라 ‘페친’인 좋아하는 뮤지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보고 예매했다.

 지난 21일 서울 동교동 ‘한잔의 룰루랄라’ 카페에서 ‘먼데이 서울’ 공연 중인 밴드 피기비츠. 사진 구둘래 기자
지난 21일 서울 동교동 ‘한잔의 룰루랄라’ 카페에서 ‘먼데이 서울’ 공연 중인 밴드 피기비츠. 사진 구둘래 기자
카페 공연이 인디 음악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겨냥했던 중견 가수들의 미사리 카페 공연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버스킹(거리공연)의 즉흥성과 공연장 공연의 안정성을 동시에 겨냥한 인디 음악계 출구 찾기 시도의 하나로도 읽힌다. 팝인코리아의 김형민 실장은 “즉흥적인 진행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의 집중력은 높다”고 카페 공연의 특징을 설명했다. “뮤지션들은 음원 발매 전에 노래를 들려줘서 반응을 보고 최종 수정하기도 하더라고요. 팬들은 공연장보다 적은 입장료로 뮤지션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어 좋고요.” ‘소소한 즐거움’ 카페는 버스킹 밴드 세 팀을 초청하는 ‘헤이 웬즈데이’를 수요일마다 연다. 그때그때 온 카페 손님이 관객이 된다.

21일 저녁 서울 홍익대 부근 동교동의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에선 90번째 ‘먼데이 서울’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만화가 이자혜가 개회사를 맡은 ‘푸하냠냠쇼’다. 이자혜 작가는 칠판 벽에 “어떻게 이렇게 행복한 표정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한 고양이 그림”을 그려놓고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자”고 개회사를 했다. 뮤지션 나잠 수는 “이런 곡을 부르진 않는데, 곡이 없어서 하루 만에 만들었다”며 포크 음악 ‘건전가요’를 선보였다. 곧 형광안경을 쓰고 뿅뿅거리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밤섬해적단은 30초가 안 되는 곡 사이사이 ‘슬픈 사연’ 멘트를 넣는다. “‘나는 씨발 존나 젊다’ 이 노래가 슬픈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럼 비트를 딱 두 개 칠 수 있을 때 술 먹고 잘 노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만든 노래입니다. 이건 슬픈 ‘한남충’ 노래입니다” 등등 ‘노래 반 멘트 반’ 공연이다.

2009년의 어느 날 카페에 자주 오던 회기동 단편선이 두리반에서 장비를 빌려와서 한 게 룰루랄라의 첫 공연이었다. 두리반은 당시 강체 철거 반대 농성 중이었다. 마침 술 취하면 나도 노래하게 해달라며 떼를 쓰는 사람이 있었다. 시켜보았더니 노래를 곧잘 했다. ‘씨없는 수박 김대중’이었다. 김대중은 한술 더 떠서 “기독교인이 교회 가듯이 나도 일주일에 한 번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2010년 김대중과 단편선이 번갈아 기획을 하는 ‘먼데이 서울’이 만들어졌다.

공연 기획사인 ‘부루다 콘서트’도 카페 공연 기획을 즐긴다. 2014년 전국 9개 도시에서 요조의 카페 공연을 열었고 올해 한 프랜차이즈 카페와 ‘부루다 인 베란다’를 개최했다. 내년에 함께할 카페를 이달 말까지 모집한다. 부루다 콘서트 관계자는 “지역에서도 카페 공연을 하는 곳이 많다. 카페들이 연합해서 이런 기획을 하면 어떠냐는 역제안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소설과 만화를 읽고 금·토·일엔 공연이 벌어지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제비다방’, 재즈 뮤지션들을 만나는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 스테이인’ 등 카페가 변신한다. 이곳에서 라이브를 듣다 문득 창밖을 봤는데 눈이라도 오면 더 행복할 것이다. 공연장이라면 밖을 볼 수 없었을 테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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