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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깔끔한 연주력…보컬 없이도 퓨전재즈 몰아지경

등록 2016-01-12 20:48수정 2016-01-13 10:55

에이퍼즈.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에이퍼즈.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노래 만드는 여자 ② 에이퍼즈
깔끔하게 끊어내는 쫀득쫀득한 기타, 잔음까지 조절하는 드럼 비트, 32분의 1음까지 더듬어 들어가는 키보드, 단단히 받쳐주는 베이스. 재즈 공연장은 웃음소리가 터지고 리듬에 맡긴 몸들이 들썩거렸다. ‘레스큐 미’(Rescue Me)에서 숨죽이다가 ‘찬스’(Chance)에서 건들거리다가 ‘Scene#1’의 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공연장 밖 대기실은 자리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차 있었다. 공연 뒤 이루어진 시디(CD) 사인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김진이·송슬기·신선미·임혜민
4년전 모여 ‘4인조 여성밴드’ 결성
작년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영예
두번째 미니앨범 내고 공연까지
“작곡 원칙은 ‘쉽게’…대중음악이죠”

1월6일은 에이퍼즈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두 번째 미니앨범 <문샤인>(Moonshine)이 발매되었고 <교육방송>(EBS) ‘스페이스 공감’ 2016년 첫 공연을 했다. 앨범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 뮤지션 발굴 육성사업 ‘케이(K)-루키즈 2015’에 선정됐고, 첫 공연을 점지받은 ‘스페이스 공감’이 뽑는 ‘2015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도 수상했다. 대상을 받을 때 심사평은 이랬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퓨전 재즈의 스타일을 원숙한 연주와 열정적인 몰입으로 승화시킨 자신감이 돋보인다.”(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탄탄한 연주력과 말끔한 사운드 연출, 멤버들간의 호흡 또한 오랜 라이브 경험을 엿보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근래 만난 가장 뛰어난 기타!”(재즈 비평가 김현준)

‘헬로루키’에서 보컬 없는 연주팀이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일 뿐 아니라 달마다 뽑는 ‘이달의 헬로루키’로도 드물다. 이 에이퍼즈를 구성하는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여자들로만 된 팀을 구성할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목적도 없고 욕심도 없었다. 2012년 말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진이(지니킴·기타)와 송슬기(키보드)가 연주 스터디 모임을 결성했다. 신선미(드럼)가 합류하면서 이런저런 연주 기회가 생겼다. 클럽에서도 공연하게 되자 이름이 필요했다. 반나절 만에 카페에서 정한 것이 ‘에이퍼즈’(a-fuzz)다. 펑크에 재즈를 섞어서 음악의 색깔로 삼겠다는 팀 이름에 담긴 ‘목적’이 조금씩 구현되기 시작했다. 테마만 정해놓고 잼을 하면서 곡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합주를 하다 보니 곡이 늘어나게 되었다. 베이스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았는데 들어온 이가 임혜민으로 또한 여자였다.

에이퍼즈를 이끈 것은 관객들의 환호였다. 2014년 겨울 한 밴드의 앨범 발매 공연 오프닝을 맡았다. 공연 뒤 여기저기서 시디를 찾았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즈음 밴드를 알리려면 대회밖에 없다는 생각, 예선을 통과하려면 제대로 된 음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2015년 3월 첫 미니앨범 <페이딩 라이츠>(Fading Lights)가 나왔다. 그리고 정신없이 2015년을 통과해왔다.

모두 다 작곡을 할 능력이 있지만 에이퍼즈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작곡은 송슬기가 전담하고 있다. 원칙은 “쉽게”다. “대중음악을 하기로 한 거니까요. 영화도 정서를 잘 전달해야 할 때는 음악을 사용하죠. 곡을 쓸 때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해요.”

“인기비결요? 연주팀인데 곡이 어렵지 않고, 또 연주를 하잖아요, 꽤.” 팀에서 ‘자신감’을 담당하는 신선미의 말이다. “공연을 딱 시작하면 ‘아’ 하고 소리가 나오는 걸 몇 번 봤어요. 편견이 깨진 거죠. 사실 여잔데 얼마나 하겠어, 하는 생각이 있는 거죠.”

“우리가 보시다시피 여성스러운 사람들은 아니잖아요.”(송슬기) 모 포털 사이트에 공연 영상이 올라갔을 때는 충격적인 댓글도 많이 달렸다. “외모 지적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올라온 영상 중에서 조회수나 공유 횟수도 제일 많았어요. 몇십 페이지 넘어가게 댓글도 달렸고요.”(김진이) “관심 없으면 안 봤을 거 아냐.”(신선미)

찾아보면 여자라 좋은 점도 있다. “섬세하다 보니까 귀를 열고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 같아요.”(송슬기) “공연 가서 방을 같이 쓸 수 있죠.”(임혜민) “냄새가 안 나죠.”(신선미)

어쨌든 이들 앞에 수식어는 별로 필요 없다. “이 밴드에게 ‘여성 밴드로서는~’ 같은 수식어구가 붙는 걸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분들에게 굉장히 실례가 되는 말이라는 걸 확신하고 돌아왔습니다.”(chm*****, 1월6일 공연 후기 ‘어쭈 좀 치더라’)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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