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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라일락꽃 마이크’ 든 꼬마, 아이돌 히트곡 작곡가로

등록 2016-01-19 20:25

선우정아.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선우정아.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노래 만드는 여자 ③ 선우정아
선우정아에게 먼저 다가간 것은 ‘씨엔블루’ 정용화였다. 마침 선우정아도 “미친 척하고 연락을 해볼까” 망설이던 즈음이었다. 로맨틱 운명적, 교감 성공적, 그렇게 탄생한 것이 ‘교감’ 프로젝트다. 각자가 틀을 잡고 둘이 완성해 함께 부른 두 곡이 지난 15일 동시에 공개됐다. 정용화가 가져온 ‘입김’(Hello)은 선우정아를 생각하고 만든 듯한 재지한 발라드이고 선우정아가 만든 ‘불꽃놀이’는 정용화의 목소리가 들어가면서 꽉 찬 느낌이 드는 세련된 댄스팝이다.

21살에 전곡 작사·작곡 1집 발표
자유자재로 리듬 타며 스캣 ‘원숙’
2014년 ‘올해의 음악인상’ 받기도

투애니원 ‘아파’·지디&탑 ‘오예’ 등
알고보면 아이돌 노래 다수 작곡
최근 씨엔블루 정용화와 듀엣 ‘화제’

아이돌이 ‘구애’하는 여자, 선우정아는 투애니원 ‘아파’, 지디&탑 ‘오예’를 작곡하고 이승기, 이하이에게 노래를 주고 산이의 ‘전 여자친구에게’를 피처링했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라이브로 화제가 되곤 한다. 공연은 더 놀랍다. ‘비 온다’를 피아노를 치며 5분 넘게 ‘비 오는 날 미친년’처럼 부른다. ‘뱁새’에선 뮤지컬처럼 포효한다. 고 김광석의 노래 ‘그날들’을 다시 부른 라이브도 전설이다. 자유자재로 리듬을 타고 스캣을 하는 게 원숙하다. 따져보면 2013년의 2집이 벌써 원숙했다. <이츠 오케이, 디어>앨범은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팝음반과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나온 싱글 ‘봄처녀’에서는 더 진화한다. 무심하게 짚어나가는데 한 음 한 음이 찌르듯이 잘 들린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이다.

“재능이라기보다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재능 있다고 봤을 수도 있죠.” 언젠가 본 녹음실 마이크 같아서 라일락꽃마다 노래를 속삭이던 아이, 아무도 없는 놀이터 그네에 앉아 노을을 보며 노래 부르던 아이, 피아노학원을 너무나도 즐겁게 다니던 아이. 부모님은 동요학원을 보내줬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리코더 합주부를 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는 미디프로그램 케이크워크를 사줬다. 더듬더듬 음표를 그리던 시절은 안녕, 미디로 에이마이너로 시작하는 노래를 처음 만들었다. 재즈 밴드에서 보컬을 하다가 21살 전곡을 작사·작곡한 1집 <매스티지>를 냈다.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기획사가 부르는 대로 찾아가 노래를 만들어주었다.

“어릴 때(20대 초반)에는 안 쓰는 멜로디를 써야 창작이라고 믿었어요. 호흡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해서 입에 안 붙었죠. 메이저 기획사의 프로듀서랑 하면서 노래는 호흡으로 나와야 하는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메이드 인 선우정아’ 멜로디는 여전히 어려워해요.” 그는 기획사에 준 곡에서 자신의 역할이 볶음밥에 뿌린 ‘타임’ 정도라고 굳이 강조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선우정아’를 조금 벗겨냈다. “‘아파’ 가사가 수정된 걸 보고, 어떡하지, 완전 오그라들잖아 했다. 그래도 뒷부분을 완성해야 해서 눈 딱 감고 이어 썼는데 충분히 나를 넣으면서 (바뀐 방식으로) 가사를 쓰게 되더라.”

2집 앨범은 ‘온통 선우정아’로 가득하다. 그 선우정아들은 열등감 폭발 직전이다. “그토록 탐을 냈던 값비싼 외투인데 이건 내게 어울리지 않아.”(‘뱁새’ 가사) 2집 공연을 하고 다니면서 갑자기 자신에게 질리기 시작했다. “맨날 제 얘기만 부르니까 고충이더라.”

그는 요즘 ‘여자로서’의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집 남자 가족(남편을 이렇게 지칭했다)이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호르몬 때문에 고통을 참아내는 게 체질이 된 것 같다, 그런 말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호르몬 때문에 멀티태스킹도 가능한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세운 여자들 있잖아요. 그럼 사람도 다 이런 고통을 이겨냈다는 생각, 뭐 이런 ‘개똥생각’이 요즘 많아져요.”

여자들과 하는 일에도 재미들렸다. 16일에는 ‘대한포도주장미연합’이라는 공연을 복고풍 걸그룹 바버렛츠의 안신애, 비브라폰을 연주하는 마더바이브, 이채언루트로 활동하는 이채와 함께 했다. 관객은 포도주 잔을 들고 연주자도 술을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공연이었다. “음악계에서는 여자 조폭 같은 네명이죠. 여자들이 함께하는 에너지가 드러나게끔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처음 만나면 그는 ‘여자 음악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다음 앨범이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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