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문화행사·작품들
현장 활동가들이 직접 무대 서는
수요예술행동의 ‘더(THE) 소녀’
박재동 화백은 ‘위안부 만화전’
웹툰 ‘곱게 자란 자식’도 인기
현장 활동가들이 직접 무대 서는
수요예술행동의 ‘더(THE) 소녀’
박재동 화백은 ‘위안부 만화전’
웹툰 ‘곱게 자란 자식’도 인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지난해 말 한-일 양국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문 같은 박제화한 역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24일 위안부 영화 <귀향> 개봉과 때를 맞춘듯, 한-일 위안부 협상의 무효와 일본의 책임있는 사죄를 요구하는 공연, 만화전, 웹툰 등 위안부 관련 문화행사와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진행형 역사로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 <더(THE) 소녀>·‘위안부 만화전’
뮤지션과 작가 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한-일 협상 무효를 위한 수요예술행동’의 융복합 공연 <더(THE) 소녀>와 박재동 화백의 ‘위안부 만화전’이 24~28일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 무대 안팎에서 열린다.
러닝타임 40~45분인 <더 소녀>는 연기, 낭독, 퍼포먼스와 함께 강렬한 영상과 음악이 눈귀를 잡는다. ‘수요예술행동’의 예술인,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이 다수 참여한다. 잘못된 한-일협상과 청산되지 못한 일제 잔재, 외면당하는 위안부의 진실을 드러낸 뒤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무엇인지 제시한다.
1장은 ‘먹구름의 장, 비극의 발단’으로 위안부 문제 타결 뉴스화면 뒤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돌아가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어 2장 ‘비바람의 장, 과거의 상처’다. 누군가 “덴노 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친다. 태평양전쟁의 참상, 종군위안소 모습과 함께 줄에 달린 인형처럼 영혼이 없는 듯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 3장은 ‘눈보라의 장, 외면과 왜곡’이다. 넥타이 차림의 남자가 한-일협상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떠들다 사라지고, 한-일협상에 항의하다 이리저리 쫓기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마지막 4장은 ‘햇살의 장, 진정한 화해와 용서’다. 누군가 ‘더 소녀’를 낭송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소녀상에 약속의 몸짓을 하고, 그 위로 찬란한 햇빛이 쏟아진다.
박재동 화백의 ‘위안부 만화전’은 “어머니가 소녀를 기다리는 상황”을 형상화했다. 극장을 찾은 관객은 먼저 만화와 전시를 본 뒤 들어와 <더 소녀> 공연을 보게 된다. 총감독을 맡은 김사빈 연출은 “이 공연은 소녀의 어머니가 기다리는 봄의 이야기이고, 다함께 가기 위해 서로 부르고 찾아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우리가 소녀다”라고 말했다.
■ <곱게 자란 자식>
웹툰 <곱게 자란 자식>(이무기 작가)도 새로운 ‘시즌 4’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다음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영화 <귀향>처럼 작가의 뚝심으로 이어져 왔다. 1942년 한 시골 마을에 사는 깐난네를 중심으로 공출, 징용,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일본군에 의해 죽은 주검을 보지 못하게 막내 눈을 가려주던 깐난이, 못생겼지만 입담 한 번 걸판지던 개똥이, 꽃신보다 고와서 마을 남정네들을 설레게 하던 순분 언니 등은 흉한 역사를 피하지 못했다.
작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이야기로 시작했던 웹툰은 ‘시즌 3’부턴 일본군에 끌려간 소녀들을 따라 버마로 무대를 넓혔다. 소녀들의 처지는 참혹하지만 소박한 유머와 구수한 사투리, 치밀한 묘사 등은 독자가 눈을 돌릴 수 없게끔 이끈다. 다음웹툰 전체 평점 랭킹 3위에 올랐다. 지난달 14일 끝난 ‘시즌 3’에 이어 다가오는 봄 ‘시즌 4’가 시작된다.
손준현 남은주 기자 dust@hani.co.kr
‘한-일 협상 무효 수요예술행동’ 참가자들이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연습하고 있는 모습. 웹툰 갈무리
웹툰 <곱게 자란 자식>의 장면. 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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