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버클리'.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굿바이 버클리
포크 가수 팀 버클리는 28살인 1975년 약물과용으로 사망했다. 이미 발표한 앨범이 9장에 이르렀다. 그의 아들 제프 버클리는 28살 때 첫 앨범 <그레이스>(1994년)를 낸다. 영화 <굿바이 버클리>는 제프 버클리가 팀 버클리의 추모 콘서트 섭외 전화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실제로 1991년 세인트 앤 처치에서 추모 콘서트가 열렸다. “아버지는 이 나이에 이미 6장의 앨범을 냈는데…” 아버지는 제프 버클리의 끊임없는 비교 대상이었다.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콘서트 주최자도 제프가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그의 음악적인 역량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어떤 무대가 될지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제프 역시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 유명짜한 아버지는 생전에 한번 보았을 뿐이다. 팀은 제프가 태어나기 전 이혼했다. 콘서트 피날레를 장식하며 제프는 아버지의 노래 ‘원스 아이 워즈’를 부른다. “여섯살에 어머니가 들려줘서 이 노래를 들었지만 지루했어요. 지루했다니 죄송합니다. 여섯살이란 게 그렇잖아요.” 애써 아버지를 무시하려 하지만 노래는 천재에서 천재로 이어지는 피를 실감케 했다.
이 며칠간이 ‘비극적’이라는 면에서 많이 닮은 아버지와 아들을 조명하는 데 최적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들은 이 공연에서 만난 게리 루카스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 이 마지막 무대로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2집 앨범을 준비하던 중 제프는 강에 들어갔다가 결국 나오지 못한다. 31살. ‘비극’은 유전했다.
주체할 수 없는 음악적인 재능을 지닌 제프는 <가십걸>의 주인공인 펜 배즐리가 맡았다. 실제 밴드 ‘모서’(Mothxr)의 보컬이기도 하다. 제프의 ‘할렐루야’는 2008년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불려 디지털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레너드 코언의 원곡은 제프에 의해서 성적인 이미지로 재해석되었다.
영화는 제프는 몰랐을 아버지를 보여주면서 영화를 마무리한다. 영화에 주요하게 쓰인 ‘아이 네버 애스크트 투 비 유어 마운틴’은 팀이 아들과 아내를 위해 쓴 곡이다. 훗날 제프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콘서트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의 노래도 아니고 내 인생도 아니죠. 하지만 그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것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이제 아버지한테 한마디도 할 수 없으니까요. 당시 최고의 존경을 바치려 했습니다.” <굿바이 버클리>는 아버지와 아들이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게 하는 영화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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