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시문(기타), 강택현(퍼커션), 오정석(플루겔혼), 김오키(색스폰), 노선택(베이스, 보컬), 김바이올린(바이올린), 스마일리 송(퍼커션, 멜로디카), 이종민(키보드, 트럼본).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레게 위해 뭉친 ‘노선택과 소울소스’
밴드 ‘윈디시티’ 베이스 노선택과
색소폰에 김오키 등 8명 ‘대부대’
두 곡 여러 버전으로 ‘이색 느낌’
밴드 ‘윈디시티’ 베이스 노선택과
색소폰에 김오키 등 8명 ‘대부대’
두 곡 여러 버전으로 ‘이색 느낌’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노선택이 생각하는 천국은 단순하다. “천국이 어디 따로 있나요? 쓰레기만 버리지 않아도 이곳은 천국이 되죠.” 여유롭게 쿵짝거리는 리듬 속에서 조용히 읊조린다. 남의 등 쳐먹지만 않으면, 명동 한복판에 불신이 없어지면 천국이란다. ‘헤븐 이즈 히어’의 가사다. 밴드 윈디시티에서 베이스를 치는 노선택 주위로 유유자적한 친구들이 모였다. 노선택과 소울소스다. 대부대다. 역시 윈디시티에서 퍼커션을 치는 강택현, 기타를 치는 이시문, 킹스턴 루디스카에서 트럼펫을 부는 오정석이 있다. 레게 프로듀서인 스마일리 송이 퍼커션과 멜로디카를 맡았고, 김바이올린이 이름대로 바이올린을 켜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종민이 키보드와 트럼본을 책임지고, 최근 ‘참여하면 앨범이 뜬다’는 소문의 남자 김오키가 색소폰을 분다. 대부분은 이전 노선택의 솔로 앨범 <로우 앤 스테디>를 도와줬던 이들이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 이들이 타이틀을 만들고 모였다. 16일 노래 두 개를 여러 버전으로 실은 <헤븐 이즈 히어/송 포 리코> 앨범을 펴냈다.(온라인 음원은 4월4일 출시 예정)
그들을 모이게 한 것은 ‘레게’다. 레게처럼 즉흥적으로 모였다. 홍대를 지나가다가, 술자리에서 잔을 부딪히고는, 커피숍에서 인사하고는 멤버가 되었다. 앨범 녹음도 ‘레게’스럽다. 홍대의 클럽에서 원테이크로 녹음을 했다. 8명 각자 앞에 마이크 하나씩이 전부였다. 코러스할 때도 악기에 댄 마이크에다 대고 했다. 자메이카의 이나디야드 방식이란다. 레게의 대부랄 수 있는 얼 스미스의 집 마당에 세드릭 마이턴(Cedric Myton), 린발 톰슨(Linval Thompson) 등이 모여서 공연을 하곤 했다. 놀다가 녹음하고 리허설하다가 공연을 했다. 어디까지가 놀이이고 녹음인지 구분이 없다.
노선택은 레게가 전라도 밥상 같은 음악이라고 말한다. “풍성하게 사운드를 충족시켜주니까, 다른 음악을 들으면 허전한 맛이 있다.” 강택현은 레게가 고생한 어르신의 농담 같다고 말한다. 아주 쉽고 명료해서 가볍게 하는데도 무게가 실리는 말들. “우리나라는 35년 일제 지배를 받았지만 자메이카는 400년을 그렇게 살았다. 뼛속까지 사무친 경험들이 녹아들어갔지만 이 노래를 사뿐사뿐 듣는다. 무거운 시간을 즐겁고 유쾌하게,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쉽지 않은 것도 레게의 매력이다. 노선택은 “들리기는 쉬운데 만들고 연주하고 공연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가볍게 들리지만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며 “곰탕이나 젓갈 같아서 곰삭지 않고서는 맛을 낼 수 없다”고 음식에 비유했다. 레게는 리듬일 뿐 아니라 종교이고 명상이고 태도이기도 하다. “어디 가면, 느린 스타일은 아닌데, 여기서는 내가 빠른 편에 속한다.”(오정석)
오정석은 노선택이 만든 ‘헤븐 이즈 히어’를 듣고 “이것이 한국적인 레게”라고 환호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작은 일부터 천국이 시작된다는 느긋함이 레게다. 곡을 들은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행으로 오랫동안 뒹굴다가 어느날 햇살 익는 시장통에서 헤헤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