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밴드 ‘타니모션’의 싱글 앨범 <하나둘셋>. 레이블 임 제공
밴드 ‘잠비나이’ ‘타니모션’ 등
동서양 악기 조합 실험정신 빛나
동서양 악기 조합 실험정신 빛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잠비나이에게는 딱 맞는 말이다. 잠비나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하는 우리나라 밴드 중 하나다. 거문고를 바닥에 놓고 피리·해금 등의 국악기에 기타가 어우러져 국악 리듬을 변주해내는데, 그들의 음악에 반한 외국 공연계와 관객의 초청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방송(KBS)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밴드3>의 우승자 아시안체어샷이 들려주는 록음악도 민요(탈춤, 타박네, 뱃노래)에 기반한 매력이 넘친다. 장범준의 독특함도 ‘궁상각치우’의 한국적 음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외에도 대중음악에 국악의 매력을 담은 곡들이 최근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지난 2일 ‘하나둘셋’을 선공개한 타니모션은 국악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밴드다. 아쟁과 태평소, 생황이 건반, 아코디언, 드럼, 베이스, 기타와 어우러지는 대규모 밴드다. ‘하나둘셋’은 연인을 향해 ‘정말 떠날 거’라며 숫자를 세서 시간 말미를 주는 노래다. 발랄한 분위기의 노래는 아쟁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이별을 앞둔 내면의 복잡한 심정이 섞이는 듯하다. 보컬 김소진의 목소리는 매력적으로 꺾이면서 민요의 느낌을 온전히 전한다.
앨범을 내지 않았지만 서울 홍익대 일대의 공연에서 경기잡가로 관객을 홀린 ‘씽씽’도 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베이스, 이철희가 드럼, 이태원이 일렉기타를 잡은 기라성 같은 반주 아래 경기잡가 전수자인 이희문과 소리꾼 신승태, 추다혜가 노래를 부른다. 난봉가, 창부타령, 정선아리랑 등을 꼼꼼하게 여장한 이희문과 신승태, 화려하게 화장한 추다혜가 함께 쨍 소리 나게 불렀다. 민요 가락의 흥이 요즘 유행하는 이디엠(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튼 클럽 못지않다.
록밴드 텔레플라이는 올해 초 낸 앨범 <무릉도원>에서 동양 악기를 실험한다. 앨범 전체가 음악에 취해 떠나는 무릉도원 여행기다. 앨범 첫 곡 ‘술병이 깨져 놀랐다네’ 전주 부분은 기타로 동양 악기를 타는 듯한 느낌을 냈다. 앨범 전체의 콘셉트인 중국 사상에 어울리도록 기타로 비파 소리를 연출한 것이다. 생소한 악기를 흉내낸 연주가 생소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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