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앨범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를 들고 돌아온 사비나 앤 드론즈의 사비나. 사진 케이티&지 상상마당 제공
사비나 앤 드론즈, 5년만에 2집
찬송가 느낌·R&B 노래 등 담아
찬송가 느낌·R&B 노래 등 담아
“머리에 음악이 플레이되는 순간에 나한테는 감정만 남는다. 감정이 떠오르면 내가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다.” 사비나앤드론즈의 노래를 듣는 사람도 그렇다. 그가 부른 감정이 전이돼 가슴이 아려진다. ‘스테이’를 부르는 목소리는 슬픔을 짜내려 하지 않는데도 외롭게 앉아 통곡하는 이미지가 남아, 극한 슬픔의 감정에서 이 노래를 떠올리게 하고 만다.
2011년 <가요> 앨범을 통해 걸출한 신인의 등장을 알렸던 사비나앤드론즈가 5년 만에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2집 앨범을 내고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앞둔 5월초 사비나를 만났다. 1집 <가요> 앨범은 신인답지 않은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프로듀서 김영준이 여러 라인의 악기들을 깔아주었고 녹음실에 들어간 그는 한번에 녹음했다. 멜로디는 그 녹음실에서 결정되었다. 2집은 좀더 많은 준비와 섬세한 편곡과 더불어, 같이 활동하는 ‘드론즈’의 의견 또한 가미됐다. 기타 조용민, 베이스 정현서, 키보드 유승혜, 프로그래밍 민경준이 그들이다.
“끝까지 함께 주욱 가고 싶다”고 말해주는 이들에게 곡(‘폴링’, ‘그때 내가 처음 본 너의 두 눈’, ‘고양이로트’)을 받기도 하고, 의견을 듣고 노래 부르는 분위기도 바꿔간 결과가 2집이다. 2집에서 사비나는 연기 잘하는 배우처럼 목소리를 바꿔 낸다. ‘고양이로트’에서는 고양이같이 얄밉고, ‘폴링’은 찬송가처럼 거룩하다. ‘버드’는 머리가 맑아지는 팝송이고 ‘우리는 모두’에서는 아르앤비 느낌이 난다.
응급실 간호사를 오래 하던 그는 앨범 준비를 위해 일을 그만뒀다. 간호사는 음악을 하고 싶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지만 대중음악은 못할 것 같아 전략적으로 선택한 직업이다. 응급실에서 그는 감정을 다시 한번 배웠다. “응급실에서는 차분한 사람이 없다. 살려달라 붙잡고 욕설을 퍼붓는다. 그런 때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면 더욱더 ‘감정’이라는 테마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출근할 때마다 납치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직장을 잊을 수 있으니까.”
그는 “제 음악의 최대 고비는 행복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서른을 막 넘으면서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대화하는 기술이 생겨났다. 그 신호가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도 하는 노래들일 게다. 다른 이를 위해 불러주는 노래가 많아지는 이유일 것이다. ‘소 웬 잇 고즈’ ‘그리운 봄날’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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