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와 가르델의 탱고 곡을 연주한 <아타케 델 탱고>를 낸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왼쪽)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프라이빗커브 제공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젊은 재즈피아니스트 최문석과 함께 피아졸라와 가르델의 탱고를 연주한 <아타케 델 탱고>(Ataque del Tango) 음반을 냈다. “콘서트를 하면서 피아졸라 음악을 많이 연주했는데, 이걸 음반으로 듣고 싶으신 분들이 많아서”다.
앨범에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하나인 ‘프리마베라 포르테나’를 비롯한 7곡과, 영화 <여인의 향기>에 삽입된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사’ 등 2곡이 담겼다. “두 분의 음원 녹음이 남아서 탱고 애호가들이 여전히 즐겨 듣고 있다. 연주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하다.” 그러니 피아졸라를 녹음하자고 의기투합하고선 바로 고민이 시작됐다. “이걸 왜 할까.” 그러다가 ‘연주의 뿌리’가 되는 최문석의 피아노에 반도네온과 바이올린을 얹으면서 확신이 생겼다. “우리 색깔이 담겼다. 앨범에 내 이름이 써 있긴 하지만, 최문석, 윤종수씨랑 세 명이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상지) “한 곡을 녹음하기 전에 참고해야 될 탱고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다 들어봤다. 하지만 연주를 앞두고는 영향을 받을까봐 듣지 않고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윤종수)
그러니 이번 앨범을 탱고 애호가들이 들으면 ‘다르다’고 느낄 법하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펑키해졌다.”(고상지) 탱고는 노트를 정확히 연주하는 음악이다. 그러니 즉흥연주를 중시한 피아졸라는 탱고의 이단아였다. <아타케 델 탱고>는 ‘피아졸라 정신’이 담긴 ‘피아졸라와 다른’ 앨범인 셈이다.
이번 앨범은 고상지가 탱고를 하면서 느낀 외로움을 달래준 이들과의 작업이라 의미도 깊다. “우리나라 음악 교육이 클래식, 재즈 위주라, 탱고 음악을 가르치는 데가 없다. 탱고 기법이 워낙 다른데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 중 그런 기법을 익힌 사람이 없다.” 재즈 배경인 최문석과 클래식을 공부한 윤종수는 “고맙게도 탱고에 꽂혀서” 고상지와 함께하며 “탱고를 파주었다”.
고상지가 반도네온을 연주하게 된 것은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서였다.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마니아로 유명한 고상지는 어린 시절 이가 빠져 입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게임을 하곤 했다. <드래곤 퀘스트> 음악을 들을 때면 지금도 게임을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단다. 피아졸라의 음악을 들었을 때 이 음악을 듣는 듯했다. 이번 앨범 제목도 고상지가 느낀 그대로 ‘탱고의 공격’이란 뜻이다.
고상지는 요즘 연주보다는 작곡·프로듀싱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로드 바이크> 앨범의 ‘로드 바이크’와 가수 적재가 노래한 ‘론리 앤드 로열’은 그런 시도의 하나다. “제일 열심히 하는 게 애니메이션 음악을 듣는 거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반도네온이다. 너무 세기 때문에. 다음 앨범에는 반도네온 없는 곡도 있을 듯하다. 요즘에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부쩍 든다. 역시 반도네온에 상관없이.”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