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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엄마들이 만든 ‘엄마표 콘서트’…“아이들과 함께 오세요”

등록 2016-08-14 15:56수정 2016-08-14 21:27

점심시간 아이들도 데려갈 수 있는 ‘맘껏콘서트’를 기획한 ‘엄마시간공작소’
‘맘껏콘서트’를 기획한 엄마시간공작소 김소향, 김미애, 김지혜, 박신애. 부루다콘서트 제공
‘맘껏콘서트’를 기획한 엄마시간공작소 김소향, 김미애, 김지혜, 박신애. 부루다콘서트 제공

“이게 다 오픈되는 건가요?” 지난 2일 김소향씨가 서울시청 바스락홀과 홀 옆 복도를 가르는 가벽을 가리키며 말한다. “의자가 있긴 한데 매트가 좋을 것 같아.” 김미애씨와 박신애씨가 대화한다. “매트는 제공이 안 된다는데….” “사용하고 나면 매트는 어떡해.” “그냥 우리 나눠 가지지 뭐. 집에서 쓰면 되잖아.” 좀 늦게 채인영씨가 아이를 안고 도착한다. “아이가 차에서 잠이 들어서요.” 홀을 둘러보는 엄마들 주위로 김소향씨의 아이 김도현, 박신애씨의 아이 장예린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엄마 품을 못 떠나던 채인영씨의 아이 김동민도 같이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김소향씨와 김미애·박신애·채인영씨는 ‘라이프 코치’로 일하는 김지혜씨와 함께 ‘엄마시간공작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30대인 이들은 아이를 기르기 위해 일을 그만두었다. 몇년 전 인터넷 자연출산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저런 일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올 초 ‘엄마시간공작소’라고 이름을 작당한 뒤 서울시 지원을 받아 5월부터 ‘엄마의 시간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이제 ‘콘서트 사업’에도 뛰어든 참이다. ‘아이 때문에 공연 참석이 어려운 엄마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어보자고 고민한 결과다. ‘맘껏콘서트’다.

‘엄마표’ 콘서트는 뭔가 다르다. 신청을 받을 때부터 아이의 동행 여부와 참석하는 아이의 나이 정보를 받는다. 육아돌보미를 그에 맞게 섭외하기 위해서다. 콘서트 공간과 돌보미 공간은 벽을 틔운다. 아이들은 무람없이 공간을 드나들고, 엄마는 돌보미 쪽에 있는 아이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콘서트장에는 아이들이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공연을 보도록 매트를 깐다.

거사 일시는 오는 29일 월요일 낮 12시. 이유가 있다. “영유아들은 오전 한번 오후에 한번, 두번 낮잠을 자요. 자는 시간인 오전 10~11시가 이동이 편하죠. 게다가 아이들이 깨어나고 나서 컨디션이 제일 좋아요. 그리고 엄마들이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거든요. 요깃거리도 마련했어요.”(김소향) 1시간30분 동안 엄마들의 토크쇼와 초청 뮤지션의 노래 공연을 이어간다.

‘맘껏콘서트’ 포스터. 엄마시간공작소 제공
‘맘껏콘서트’ 포스터. 엄마시간공작소 제공

그런데 아이들이 떠들면 공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공연의 조명과 사운드를 맡아, 현장 답사에 같이 참석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김형수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은데요.” “노래하다가 까먹지 않을까요?” “하하. 안 그럴 거예요.” 그날 공연 뮤지션은 ‘좋아서 하는 밴드’와 김연수(라라)다.

엄마시간공작소는 뮤지션 섭외에 가장 큰 좌절을 맛보았다고 한다. “뮤지션들의 공연료가 예상 이상이더라고요. 이번에 섭외된 분들은 아주 적은 가격에 오케이해주신 거랍니다.”(김소향)

김연수(라라)는 ‘엄마의 시간’ 팟캐스트의 로고송을 선뜻 재능 기부로 만들어준 뮤지션이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밝은 노래를 많이 부르는데, ‘북극곰아’라는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메인 보컬 안복진이 아이를 기다리며 만든 최신곡 ‘봄을 닮은 너’도 콘서트에서 부를 예정이다.

미리 뮤지션에게 “아이들이 많이 시끄러울 거예요”라고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박신애씨는 “기우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강연 같은 것을 주최해봤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집중력도 좋고 즐길 줄도 알아요.”

엄마시간공작소는 벌써 두번째 공연은 10월에 할까 생각하고 있다. “정부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사회를 만든다고 하지만 정말 요원하죠. 우리끼리는 ‘공작소’를 스타트업이라고 해요. 저희가 해답이 되어보자, 그러고 있죠. 잘되면 엄마들이 모인 회사를 차려서, 하루에 5시간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김소향)

이들의 ‘맘껏콘서트’는 소셜공연기획 플랫폼 ‘부루다콘서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마이리얼콘서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마이리얼콘서트’에는 ‘맘껏콘서트’ 이외에도 놀이터에서 진행되는 ‘더 놀자 콘서트’(노리터팀), 노래 가사를 관객들과 이야기를 통해 물어가는 ‘폴킴의 가사노트’(여자가다섯팀), 예비부부들을 위한 태교 콘서트 ‘베이비샤워’(탐정사무소팀)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부루다콘서트 사이트(www.burudaconcert.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좋아서 하는 밴드. 웨스트브릿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좋아서 하는 밴드. 웨스트브릿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연수(라라). EBS 스페이스 공감 영상
김연수(라라). EBS 스페이스 공감 영상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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