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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밥 딜런, 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등록 2016-10-14 15:29수정 2016-10-14 20:24

60~70년대 한국 청년문화의 영웅
김민기, 한대수, 양병집, 김광석 등에게 큰 영향
양병집 “그의 노래 듣고 음악의 역할 깨달아”
팬들의 기대에 갇히지 않고 새로움, 현대성 추구
65살에 역대 최고령 빌보드 차트 1위
1960년대의 밥 딜런. 사진 소니뮤직 제공
1960년대의 밥 딜런. 사진 소니뮤직 제공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포크는 1960~1970년대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박정희 독재 아래서 숨 막힌 채 살아가던 한국 젊은이들의 마음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딜런이 1963년 발표한 2집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의 영향은 특히 컸다.

여파는 두갈래로 나타났다. 통기타를 들고 연주하는 서정적인 포크 음악이다. ‘목로주점’으로 널리 알려진 가수 이연실 역시 1973년 ‘어 하드 레인즈 어 고나 폴’(A Hard Rain’s A-Gonna Fall)을 ‘소낙비’로 번안해 불렀다. 이 노래는 미국과 소련이 대치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폭탄비’를 은유한 노래로 한국에서는 서정적인 가사말로 바뀌었다.

소니뮤직 제공

다른 한 방향은 ‘사회 참여’ 노래에 끼친 영향이다. 한국에서 김민기-한대수-양병집의 활동은 밥 딜런의 영향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양병집은 1974년 <넋두리>라는 앨범에 밥 딜런의 노래 ‘돈 싱크 트와이스, 잇츠 올라이트(Don’t Think Twice, It’s Alright)’를 번안한 ‘역’이라는 노래를 실었다. 후에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바꿔 불러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밥 딜런의 원곡은 “앉아서 궁금해하기만 하는 건 쓸데 없는 짓이야, 베이비”로 시작되는 곡을 양병집은 시대 상황을 비틀어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물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 등으로 번안했다. 김광석도 후에 부르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상식화되는 세상에 대한 어이없음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의 밥 딜런. 사진 소니뮤직 제공
1960년대의 밥 딜런. 사진 소니뮤직 제공
양병집은 특히 목소리 톤 등 때문에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불렸다. 그의 앨범은 정권에 의해 금지음반이 되었다. ‘가사 저속’ ‘계급의식 조장’ 등이 이유였다. 양병집은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밥 딜런에게서 받은 영향을 이렇게 회상했다. “밥 딜런의 노래를 듣고 대중음악을 통해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다. 한대수나 김민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예수에게 12제자가 있듯이 거대한 가수의 제자였다.” 특히 그는 김민기의 한국적인 소화 능력을 높이 샀다.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연상작용을 하는데 김민기만큼 훌륭하게 해낸 사람이 없다.” 김민기의 ‘아침이슬’ ‘작은 연못’ 등은 밥 딜런처럼 평이한 가사에 깊은 메시지를 담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1980년대 활동한 포크 가수 한동준씨는 “노래에서 가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인지시킨 첫 번째 가수가 밥 딜런”이라고 말한다.

소니뮤직 제공

양병집과 한동준 둘 다 1970년대 포크음악의 영향력을 크게 평가하지만, 밥 딜런 개인에 대해서는 ‘현재성’을 높이 산다. 한동준은 “2010년 내한공연 때도 찬반이 많았다. 관객들은 왜 모르는 노래만 부르냐고 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히트곡조차도 복잡하게 편곡을 해서 들려주었다”고 말해준다. 모두 밥 딜런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를 살아왔다는 말로 통한다. 그는 한장 포크 뮤지션으로 인기가 높던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서 포크 선율을 잔뜩 기대하는 관객 앞에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나와 ‘의외성’을 선보였다. 2006년 발표한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앨범은 그래미상 2개 부문을 수상하고, <롤링 스톤>의 ‘올해의 앨범’이 되었다. 당시 65세였던 밥 딜런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현존하는 최고령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밥 딜런의 최근 무대, 항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소니뮤직 제공
밥 딜런의 최근 무대, 항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소니뮤직 제공
밥 딜런이 음악을 넘어 ‘문학적 성가’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노벨상만이 아니다. 2008년에는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끼친 깊은 영향”을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받았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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