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에비티비(ABTB)의 장혁조(베이스, 왼쪽부터), 강대희(드럼), 황린(기타), 박근홍(보컬).
홍대의 실력파들이 모인 밴드 에비티비(ABTB·Attraction Between Two Bodies)가 동명의 타이틀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 게이트플라워즈의 박근홍(보컬)과 쿠바·썬스트록의 강대희(드럼), 한음파의 장혁조(베이스)에 바이바이배드맨 곽민혁(기타)까지 합류를 하고 황린(기타)을 오디션으로 들이면서 멤버가 완성되었다.
그런지록, 모던록, 일렉트로닉팝 등 하던 밴드의 장르가 다양한데 이들의 음악은 이 모든 것을 합친 것만큼 세다. “우리도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몰랐는데 곡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타이트하고 뜨겁고 불끈불끈한 음악이 나왔다.”(장혁조) 박근홍은 이번 앨범의 음악들이 80년대 하드록, 90년대 그런지록, 2000년대 모던록의 영향을 두루 받았다고 했다. 기타 2대라는 최근에는 드문 편성에서도 이들의 ‘집적’에 대한 욕망이 보인다. 황린은 기타 어깨끈을 길게 해 기타를 내려잡고, 반대로 곽민혁은 끈을 짧게 해 기타를 올리고 연주 한다. “내린 것은 미국 하드록의 영향, 올린 것은 영국 모던 록의 영향”(황린)인데, 기타 두 개를 편성에 넣으면서 “두 스타일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장혁조)고 한다.
에비티비(ABTB)의 동명타이틀 앨범 커버.
노래가 세긴 하지만 나이 먹지는 않았다. 몰아치지만 관습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했다. “전형적인 메탈 사운드, 예를 들면 지지지징 하는 기타 소리는 내지 않으려고 했다.”(장혁조) 강대희는 “‘제플린’(Zeppelin)이란 곡은 7분50분짜리로, 기타 솔로만 2분이 넘는다. 녹음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공을 많이 들였음을 자부했다.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곡들은 절망적 느낌의 가사를 담았다. “기적 따윈 없어, 바꿀 수 없어”(제플린)라거나 “막힌 갇힌”(할렐루야), “너에게 난 그저 껍데기뿐”(인푸전), “알 수 없는 증오가 나를 집어삼키려 하”(Love of My Life)는 등이다. 가사를 전담하는 박근홍은 “뒤집어엎자는 양반들(‘전범선과 양반들’)도 있는데, 저는 천칭자리여서 그런지 양비론이 된다”고 했고, 황린은 “여기에 시대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시대상 자체가, 국민 정서 자체가 양비론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꼰대, 여혐, 남혐 등 우리의 무의식에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앨범을 들을 때 재밌을 팁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들이 나왔다. “발라드도 있고, 달리는 메탈 직전의 트랙도 있지만 통일된 감성이 있는 것 같다. 주의해서 들으면 재밌다.”(황린) “노래를 만들 때나 녹음할 때 전체적인 리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요즘 앨범보다 리듬감이 많다. 집에서 그루브를 즐겨주시길.”(강대희) “우리 음악은 엘리베이터 없는 빌딩 4층에 있는 맛집이다. 가격도 싸고 만족도도 높다.”(박근홍) 장혁조가 “일단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황린·강대희는 일제히 “정답”을 외쳤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