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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비선? 너네가 뭔데…” 신해철 목소리 그리운 날

등록 2016-10-27 16:33수정 2016-10-27 21:05

‘마왕’ 신해철 2주기 추모식…가족·팬 200여명 참석
27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 평화동산에서 열린 신해철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지인이 신해철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발치에 담배가 보인다. 신해철을 위해 팬들은 담배를 놓고 간다고 한다.
27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 평화동산에서 열린 신해철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지인이 신해철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발치에 담배가 보인다. 신해철을 위해 팬들은 담배를 놓고 간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로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27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신해철 2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팬클럽 철기군과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추모식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가 열렸다. 추모관 제2예식실에서 기제사를 지낸 뒤, 고인이 영면한 평화동산으로 옮겨 가족, 넥스트 동료, 지인, 팬클럽 회원 등 참석자 200여명은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고 헌화했다.

2주기인 올해 신해철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졌다. 문화방송 음악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국카스텐의 하현우(우리 동네 음악대장)는 신해철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와 ‘일상으로의 초대’ 등 두 곡을 부르며 그의 음악을 재조명했다. 올해 초 티브이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그대에게’ 전주로 프로그램을 열었다. 문화방송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그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에서 병원 쪽의 은폐 의혹을 이기는 재판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와 대통령 비선 측근의 국정농단으로 시끄러운 지금, ‘마왕’이 더 그리워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요즘처럼 참담하고 무거운 상황일수록, 그가 그립고 그의 노래가 그립습니다”라며 2012년 대선 때 신해철이 사용을 허락해준 ‘그대에게’의 가사를 인용했다. 공연기획자 탁현민은 트위터에 “형 기일… 그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뭐라 말했을까… 괜히 미안합니다. 형이 두고 간 음악만 듣습니다”라고 썼다. 트위터 계정 ‘이**’는 “그의 노래 중 10분의 1 정도 좋아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보여준 그가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가 살아 있다면, 최근 드러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한 줄에 이름을 올렸을 법하다. 신해철은 사회적 발언에 주저하지 않은 연예인이었다. 2002년 노무현 지지 연설을 했지만 다음해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는 ‘파병 반대 1인시위’를 했다. 2012년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된 뒤에는 그를 그리워하는 ‘미스터 트러블’을 발표했다. 비정치인으로서는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최다 출연자였다. ‘대마초 합법화’, ‘간통죄 폐지’, ‘사이버 모욕죄’, ‘촛불시위’ 등의 이슈에 대해 통쾌하게 ‘할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서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고 강조했다.

신해철 2주기 추모식이 열린 27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 평화동산 고인의 묘역에서 한 팬이 묵념하고 있다.
신해철 2주기 추모식이 열린 27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 평화동산 고인의 묘역에서 한 팬이 묵념하고 있다.

트위터 계정 ‘신해철&넥스트 가사 봇’은 기일인 이날 그의 라이브앨범 <홈메이드 쿠키스>(1999년)의 ‘너 네가 뭔데’를 트위터에 올렸다. “문화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 있다/ 자신들이 국민을 지도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 있다.” 현 상황에 던지는 신해철의 촌철살인 같다. ‘돌아온 해***님’도 트위터에 “이 시국에 어울리는 곡을 들으면 좋겠죠” 하며 ‘아! 개한민국’을 올렸다. “닥치는 대로 주워 삼켜 배때지는 터지려고 하지만/ 정작 그 안에 들어찬 건 끝도 없는 배고픔/ (…) 학연, 지연, 혈연의 그물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저 커미션/ (…) 아아 개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2004년, 넥스트 정규 5집 앨범 <대한민국>)

그를 기억하려는 몸짓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신해철 거리’를 조성한다. 분당구 발이봉로 일대 160m 구간에 고인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의 4년치 녹음 파일을 다시 들려주는 부스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마왕의 의자’가 놓인다. 간이 공연장도 마련될 예정이다. 29일에는 넥스트와 디제이 디오시가 참여하는 추모 공연이 서울 이태원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팬클럽 철기군은 2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팬들이 직접 찍은 고인의 사진을 전시한다.

안성/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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