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국정농단 사태는 많은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발라드, 록, 국악, 힙합 등 장르도 다양하다. 유튜브 캡처 화면.
음악인들이 8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국선언에 나선다. 신대철과 말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 진원, 김대성, 김정희, 윤민석, 윤진철, 이재욱, 차승우 등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인디신과 민중가요 등을 망라한 대중 뮤지션 2173명 이상이 연명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수사,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엄중 처벌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시국선언 현장에서 야마가타 트윅스터, 정민아 등의 공연도 이뤄진다.
이번 음악인 시국선언은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국악인 최용석, 대중음악인 이광석, 손병휘, 정민아, 황경하, 작곡가 신동일, 황호준 등이 2일 페이스북에 ‘음악인 시국선언’ 페이지를 개설해 발의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시국선언을 올린 하루 반나절 만에 동참인원이 1400여명에 이르렀다. 전체 인원은 2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구·부산 지역 참가가 두드러진다”고 음악인들의 참여 열기를 전했다.
많은 음악인들은 ‘시국선언문’을 ‘퍼가기’하며 참여 뜻을 밝히고 있다. 크라잉넛의 보컬 한경록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국선언문을 인용하고 “푸른 음악인들이여 노래를 부르자/ 모두 거리로 뛰쳐나와 신나게 이밤을 태워보자/ 침묵만이 답이 아닌 것을”이라고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비판하는 노래들도 봇물이 터졌다. 이번 게이트를 소재로 삼은 곡들은 발라드·랩·록·전자음악·국악 등 전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재스퍼 김(달사월)은 4일 “대통령 담화문이 너무 서정적이라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붙여버렸다”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담화문의 내용을 가사로 가져와 피아노곡으로 만든 노래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래퍼 디템포가 지난달 27일 올린 ‘우주의 기운’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1만을 넘어섰다. “우주의 기운… 나도 좀 주라”로 시작하는 노래는 “헌법 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건 민주주의일 때 얘기고/ 성스러운 우주의 기운이 깃든 샤먼…”이라는 가사로 이번 게이트로 분명해진 ‘민주주의’의 퇴보에 통렬한 풍자를 보낸다. “박대기 기자 이후 제2의 웨이팅 박” “가사 쓸 때 친구한테 물어본 적 없는 래퍼/ 그래서 못 뜨나봐” “역사 교과서를 쓴다고 하더니 진짜 역사를 씀/ 다음 페이지는 해리포터?” 등 현 상황을 비꼰 블랙유머로 할 말을 쏟아낸다.
‘코렁말’은 지난달 30일 록음악 ‘하야가’를 유튜브에 올렸다. “이 정도 보일 줄은 몰랐는데… 하야 하야 하얗구나/ 그러니 하야 하냐”라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하드록밴드 ‘그리고너 악단’은 ‘영감의 원천’이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며 현 상황을 비튼 곡 ‘순실게이트’를 5일 발표했다. 소리꾼 최용석은 시사 판소리 ‘순실가’를 3일 유튜브에 올렸다. ‘우주의 기운이 몰려온다 비정상적인 혼을 정상으로’라고 첫대목을 연 뒤 “그 나라의 이름을 헬조선으로 개명하고 순실여왕이 되었구나”라고 촌철살인의 풍자를 보낸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5일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에 비트 빠른 전자음악 ‘한양인에리카민중총궐기행진가’를 올렸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실상은 처참하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지 않았다. 민주공화국은 박근혜 최순실 세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으며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믿음은 완전히 짓밟혔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어떤 것도 믿기 어려울만큼 충격에 빠졌다. 그럼에도 박근혜 최순실 새누리당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숨기고 꼬리를 잘라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이에 민주공화국의 일원이고자 하는 우리 음악인들은 ‘이제 그만’을 외치며, 폐허가 된 민주공화국의 부활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법의 심판을 받아 민주공화국 부활에 기여하라
2.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 및 부패 정치기업동맹을 모두 엄중 처벌하여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을 회복하라
3.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중단, 한일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사망 등 박근혜 최순실 정부에서 벌어진 모든 불의와 민주주의·민생 유린의 진실을 밝히고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워라
4. 박근혜 최순실 정부에서 자행된 각종 문화행정 비리와 예술 표현의 자유 억압 사건의 책임자를 엄단하고 민주공화국다운 문화가 꽃피게 하라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질 때까지 모든 시민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세워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무너진 나라에서 음악의 역할을 고민하고 항상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음악의 소중한 가치가 이 땅의 아름다움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6. 11. 8. 음악인선언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