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공연을 하는 시규어로스. 현대카드 제공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로스(시귀르 로스)가 22일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한다. 1997년 데뷔할 때는 네 명이었지만 2013년 초 초기 멤버 캬르탄 스베인손이 탈퇴하면서 욘 소르 비르기손(보컬과 기타), 게오르그 홀름(베이스), 오리 파우들 디라손(드럼) 세 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첫 내한공연을 본 관객들의 ‘몰입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익숙하지 않은 아이슬란드어 노래이고, 관객을 의식한 멘트는 전혀 없이 공연했는데, 많은 이들이 공연 소감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눈물이 났다” 등의 감상을 쏟아냈다. 공연을 앞둔 시규어로스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시규어로스는 관객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관객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시규어로스는 두 번째 공연에 대한 소감으로 “한국 관객들은 음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다. 그리고 환호를 아끼지 않는다. 다시 한국을 찾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웅장하면서 섬세한 음악과 신비로운 보컬의 목소리는 아이슬란드 자연과 많이 비교된다. 그 연결성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전혀 없다”였다. “결성 이후 많이 받은 질문이기도 한데 예전에는 왜 사람들이 우리 음악보다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이나 빙하에 대해 물어볼까 싶었다. 지금은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신곡 ‘오베두르’(Ovedur) 발표 전 ‘루트 원’(Route One)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6월 발표한 싱글 ‘오베두르’ 공개에 앞서 슬로티브이(Slow TV, 실재의 시간 그대로 편집 없이 방송되는 노르웨이 텔레비전 프로젝트) 프로그램으로 1332㎞를 가로지르는 아이슬란드 로드투어 모습을 24시간(한국시각으로는 6월21일 오전 6시~다음날 오전 6시)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세계 약 5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싱글이 발표되었으니 많은 이들이 앨범을 기대할 만도 하다. “현재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두 곡만 작업이 끝났다. 내년 초에는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정해진 시일은 없다. 앨범마다 조금씩 작업 방식을 바꿔왔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시규어로스는 주로 아이슬란드어로 노래를 부르지만, 욘 소르 비르기손이 만든, 뜻이 명확하지 않은 ‘희망어’로도 노래한다. 제목을 아예 붙이지 않은 3집 앨범은 대부분 희망어로 불렀다. 왜 언어를 만들고 그것이 왜 ‘희망어’일까. “첫 앨범 ‘본’(Von·희망)에서 따와서다. 어휘나 문법 같은 체계는 없다. 멜로디는 완성되었지만 그에 맞는 가사를 붙이기가 어려울 때, 그 곡의 분위기에 맞는 악기나 사운드 같은 용도로 쓰인 것이다.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하지만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예를 들어 영어로 노래를 부르면 그 곡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심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희망어는 그 노래 자체를 해방시켜준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자신만의 이미지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은가?”
내년은 이 <본> 앨범이 발매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20주년이면 뭔가 다르고 특별할 거야’라고 예전엔 우리끼리 농담도 했지만 사실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해왔느냐보다는 아직도 음악을 만드는 데 재미를 느끼고 즐기고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게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다.”
2013년 공연에서는 관현악단이 무대에 올랐지만 올해는 멤버들만 선다. 신비롭게 물드는 무대 디자인 사이에서 기타를 활로 켜고 두드리며 관객을 황홀감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이번 공연에도 멘트는 안 하는 걸까? 역시 대답은 간명했다. “공연을 오면 알게 된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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