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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은 공연으로 완성되는 것” 실리카겔의 도전

등록 2016-11-22 14:27수정 2016-11-22 20:31

동명 1집 앨범 낸 실리카겔 인터뷰
영상 VJ까지 포함한 멤버들 ‘전설의 공연’ 화제

지난 10월30일 서울 서교동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엔 500명이 들어서 있었다. 일렉트로닉 록 밴드 실리카겔의 앨범 발매 기념 단독공연이었다. 그날 10만원을 호가하는 실리카볼(스노볼을 멤버 각자가 꾸민 특별한 기념품)도 완판되었다. 멤버들은 서정적이면서도 이상야릇하고 무심하면서도 섬세한 음악들을 무대 전면의 복잡한 형체들 앞에서 연주해나갔다. 관객들은 따라부를 수 없는 노래를 따라 불렀고 몸을 흔들었다. 결성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전설의 공연’을 쌓아간다는 평가를 듣는 실리카겔을 만났다.

공연 무대에는 다섯이 섰는데, 무대에 서지 않는 멤버가 둘이 더 있다. 사운드 디자인·기타·보컬 김민수, 프로그래밍·일렉트로닉·보컬 김한주, 베이스 구경모, 드럼 김건재, 기타 최웅희가 무대에 서고, 무대 뒤로 흘러가는 뮤직비디오를 담당하는 브이제이 김민영과 이대희가 있다. 이런 ‘공연 집중’형 밴드 구성은 2013년 평창국제비엔날레의 미디어퍼포먼스에서 이들 팀이 만들어졌다는 데서 비롯한다. 김민수는 “한 40명까지 멤버를 늘려가려고요”라고 했다.

10월30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박수환 작가 제공
10월30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박수환 작가 제공
실리카겔은 음악이 공연으로 완성되는 것을 증명하는 예다. 무대를 퍼포먼스 무대로 활용하곤 하던 어어부 프로젝트처럼 음악을 종합예술로서 사고하는 것일까. “재밌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김한주) “다른 밴드들과는 비교될 수 있게 영상을 강조하니 시너지도 생겨났다.”(김민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들은 ‘협동 작업’을 끊임없이 해나간다. 이젤 위에 캔버스를 두고 각자가 스프레이로 나이프로 붓으로 조금씩 그려넣어 완성된 작품을 싱글 앨범의 표지로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이런 방식으로 각 멤버들을 대표하는 그림을 7장 완성했다.

실리카겔 1집 앨범.
실리카겔 1집 앨범.
노래를 골똘히 들여다보면 재미진 일들이 깨알같다. 이전 싱글에 수록된 ‘두 개의 달’은 고대 서사 같은 이야기를 줄줄이 읊고, ‘II’에서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보컬 남상아를 데려다 숫자를 세게 한다. 이번 앨범에서 ‘인트로’를 앨범 끝도 아니고 11번 트랙에 집어 넣었다. “백살이 넘으면 밭에 가나요? 배추 한 폭 따고, 잠에 들어요”(‘연인’)처럼 시 같은 가사를 노래하기도 하고, 동물들의 소리를 집어넣어 소리를 구성했다(‘웅스 테마’).

무대에 서는 멤버들은 모두가 작사·작곡에 나선다. “곡 자체가 꽉 차서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내용의 곡을 쓰고 싶었다.”(구경모 ‘두 개의 달’) “수학적인 접근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한다. 끝을 정해놓고 떠오른 오브제를 만져나간다.”(김건재 ‘비경’ ‘눈동자’) “한국말이라는 언어적 제약 없이 사고한 정신을 12음계라는 약속된 언어 속에 냉동시킨다”(김한주 ‘연인’ ‘9’) 그렇게 각자가 만들고 나면 이상하게 ‘실리카겔스러움’이 완성된다. “각자 곡을 갖고 오면 다들 마음속에 요런 게 실리카겔스럽지 하는 게 있어서, 어떤 부분은 예뻐지고 어떤 부분은 난도질당하고 이만한 건 이따만 해져서 완성된다.”(구경모)

10월30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박수환 작가 제공
10월30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박수환 작가 제공
이제부터는 그간 앨범 준비 작업 때문에 드물게 해왔던 공연에 매진할 생각이다. 일단 26일에 ‘2016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 무대(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 서고, 12월2일 금요일에는 청계광장에서 뮤지션들이 꾸미는 ‘물러나쇼(SHOW)’ 무대에 선다. 실리카겔은 이런 각오를 밝혔다. “저희 음악이 간혹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 이 난해한 시국에 비하면 듣기 편한 음악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이많이 오셔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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