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합정동 신한카드 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윤아. 인터파크 제공
서늘한 목소리의 여가수들이 겨울을 적신다. 김윤아가 8일 솔로 프로젝트 4집 앨범 <타인의 고통>을 발표했다. 4월부터 100일 간격으로 발표해온 ‘키리에’ ‘안녕’ ‘유리’를 포함해 9곡의 자작곡으로 꾸몄다.
곡들은 여러 종류의 목소리 실험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유리’는 작정하고 애상조로 부르고, ‘꿈’은 고운 가성, ‘타인의 고통’은 특유의 꺾인 음이 들어간 고음이다. 이 모든 곡들을 소리를 교정하는 오토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녹음했다.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존 데이비스가 녹음을 맡았다. 레드제플린, 유투(U2), 플라시보, 프로디지 등의 마스터링을 맡았던 이다. ‘강’과 ‘유리’는 현악 편곡자 박인영 감독의 지휘 아래 로스앤젤레스 스트링스 앙상블의 연주로 미국에서 진행되었다.
앨범은 ‘위로’를 하겠다고 작정했지만, 그것이 ‘쉬운 위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김윤아는 “특히 요즘 많은 분들이 근심이 많으실 시기라 새 노래 발표해서 죄스러운 기분도 드는데, 이런 때니까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앨범을 발표했고, ‘꿈’도 그런 노래가 되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꿈’의 뮤직비디오에서는 하얀 안갯속으로 카메라가 전진함에 따라 노인과 함께 선 아이, 군인, 여학생들, 유모차를 끄는 여성, 기타를 멘 청년의 모습이 차츰 드러난다. “간절하게 원한다면 모두 이뤄질 거라고 말하지 마.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에서 가장 절절한 목소리가 배어나온다. 때로는 ‘꿈이 가장 무거운 짐’이 되는 이들에게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던지는 브이아이피의 값싼 위로에 대한 반격으로 비친다.
박지윤의 싱글 ‘겨울이 온다’. 소니뮤직 제공
앨범 제목으로 삼은 ‘타인의 고통’은 ‘타인이 겪은 고통에 대한 우리 모두의 무관심 문제’를 지적한 문화평론가 수전 손택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네트워크로 이어진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길 즐긴다. 서로 이해해주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모두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뜻에서 1년 전부터 생각한 제목이라며,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울 때 웃을 수 있는, 나는 그렇게 대범한 사람은 아니더라. 좀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찾고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아가 4월 발표한 ‘키리에’는 “쉴새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라는 가사 속 한없이 고통에 처한 이의 몸부림 같은 노래다. ‘세월호’를 연상케 한다는 이들도 많았다. 김윤아는 이에 대해 “비슷한 상실감과 사건에서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아는 내년 결성 20년을 맞는 자우림 앨범을 갖고 돌아온다고 예고했다.
박지윤도 7일 자작곡 싱글 ‘겨울이 온다’를 발표했다. 피아노와 트럼펫을 사용한 곡은 박지윤의 담담한 목소리를 따라 풍경을 읊는 듯 이어진다. 9집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싱글이다. 박지윤은 “유독 차가운 겨울을 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기 바라는 마음을 녹였다”고 했다. 뮤직비디오는 박지윤이 찍은 겨울 사진을 모아서 만들었다.
수란의 ‘겨울새’ 뮤직비디오 갈무리 화면. 밀리언마켓 제공
톡톡 튀는 음색의 수란도 발라더로 나섰다. 8일 발표한 ‘겨울새’에서 애수 짙은 음색으로 헤어진 뒤의 휘청거리는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11월초 낸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역시 서늘한 겨울 감성에 맞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9집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 선공개한 곡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