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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청문회 보고도 악상이 떠올랐어요, 답답해서 헤비메탈”

등록 2016-12-11 20:46수정 2016-12-11 20:50

시국가요 선발주자 윤일상·조피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녹음실에 만난 윤일상(왼쪽)과 조피디는 음악 이야기가 아닌 어제 끝난 청문회 이야기를 한참이나 나누었다. 둘은 시국가요인 ‘시대유감2016’과 ‘100미터’를 함께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녹음실에 만난 윤일상(왼쪽)과 조피디는 음악 이야기가 아닌 어제 끝난 청문회 이야기를 한참이나 나누었다. 둘은 시국가요인 ‘시대유감2016’과 ‘100미터’를 함께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기쁘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작곡가 윤일상이 내놓은 첫 반응이다. 촛불을 들고 마음을 보탰던 다른 모든 시민들이 느꼈을 그만큼 그의 말에서도 기쁨과 보람이 묻어났다. 그는 전화통화로 이뤄진 짧은 대화에서 이제 새로운 봄을 맞고 싶다는 바람을 보탰다. “234명이 탄핵에 찬성했다는 것은 새누리당마저 반이 찬성을 택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에서 다음달 말에 소장이 퇴임하기 전까지 빠르게 통과시키면 좀더 빨리 국정 안보시스템이 정상화되어 새로운 봄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시국이 정치평론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청문회가 끝난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녹음실에서 그와 래퍼 조피디(조PD)를 함께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탄핵안 가결까지 촛불민심과 함께 지치지 않고 달려온 대표적 대중음악가이다. “어제 박영선 의원에게 메모를 준 건 네티즌이라고 하대요.”(윤일상) “오늘 민주당에서 가결 안 되면 국회의원 사퇴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어요.”(조피디) 두 뮤지션은 음악 아닌 청문회와 탄핵 문제를 두고 한참이나 대화에 몰입했다. 윤일상과 조피디는 함께 11월7일 ‘시대유감 2016’을, 지난 6일 ‘100미터’를 발표했다. 윤일상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각의 곡을 “작금의 현실을 참담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만들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한 두 번째 트랙”이라고 소개했다.

윤일상은 작사가 윤이나가 ‘노래방에서 무슨 노래를 불러도 다 작곡가가 ‘윤일상’이라고 나와서, ‘윤일상’이 사람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만큼 히트곡이 많은 작곡가다. 김범수 ‘보고 싶다’, 영턱스그룹 ‘정’, 쿨 ‘운명’, 이은미 ‘애인 있어요’ 등 700여곡을 만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등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와 대중에게도 얼굴이 알려졌다. 조피디는 1998년 피시통신에 올린 음원 ‘브레이크 프리’가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다음해 정식 발매한 데뷔 앨범 <인 스타덤>은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고도 50만장이 팔렸다.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힙합 가수로 활동해왔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피디아이에스(PDIS)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도 시국가요에서 의기투합한 것은 둘에게도 의외였다. 정치에 대해서 윤일상은 “중학교 때부터 삐딱”했지만 조피디는 “중도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시대유감 2016’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린 이후 시국가요의 포문을 연 곡이다. “우리가 거의 처음이었다.”(윤일상) “10월 초부터 국정 농단 기사가 나올 때 가사를 많이 써놓았다. 형이랑 밥을 먹으면서 이 정도 분량이 쌓였다고 했더니 비트를 만들겠다고 해서 하루 만에 녹음했다.”(조피디) 일요일인 지난달 6일 밤새 녹음을 하고 다음날 음원을 올렸다. 그리고 조피디는 그주 토요일 열린 3차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섰다. “만든 지 일주일도 안 된 노래로 공연을 한다는 게 데뷔 이래 처음이다. 섭외 연락을 받고 10분 정도 고민해본다고 했는데, 고민이고 뭐고 연출이고 퍼포먼스고 뭐고 5분 안에 전화를 해서 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조피디는 울산과 부산의 촛불집회 무대에도 섰다. “저는 무대 올라가면 ‘경찰들도 손을 머리 위로’라고 한다. 그러면 따라 부르는 경찰도 있다. 노래를 통해서 하나로 되는 게 좋다. 피곤하긴 하지만 집회 무대에는 가려고 한다.”

윤일상도 한 번 빼놓고는 모두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100미터’ 곡을 쓸 때는 밤늦게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도 가보았다. “사람들이 구호를 외칠 때 보면 그렇게 시위에 조직적이지 않다. 구호를 따라 하려 해도 손 올리고 구호 외치고 그게 익숙하지 않다. 한국 남자들이 마치 ‘사랑한다’ 못 하듯이. 그런 게 짠하게 느껴지더라. 행진하다가 50대 분들이 ‘니 덕분에 나오니까 한결 속이 뚫린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사람들이 그렇다.” 이런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 “음악을 만드는 목적은 크게 보면 힐링이다. 조피디랑 노래 부르기 전에는 암울해서 민중가요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했다. 만들고 보니 이게 민중가요가 되는 거다. 시위를 하다 보면 지치는데, 우리 노래가 지치지 않고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조피디(왼쪽)와 윤일상.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피디(왼쪽)와 윤일상.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국곡을 연달아 발표하니 주위에서 걱정도 많았을 법하다. 조피디는 “별로 안 해요. 제가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윤일상은 ‘정치를 알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렇게 보는 사람 자체가 정치적인 거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 주위에 항상 있는 것인데 정치 없이 민주주의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나. 국가에 속해 있는 국민이라면 정치를 알아야 한다.” 윤일상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난 뒤 연주곡 ‘부디’를 발표했고, 그해 9월에는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3반 김시연 학생이 생전에 만든 노래를 유품인 휴대폰에서 찾아내 ‘야 이 돼지야’ 음원을 내기도 했다. 이번에 낸 두 시국곡도 ‘부디’를 업로드했던 사이트에 올렸다. “세월호는 정치도 아니다. 몇 달간 일을 못했다. 슬프다는 표현이 사치같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무엇을 쓰더라도 사치 같더라. 세월호 곡도 가사를 담으면 끝까지 못 들을 것 같아 연주곡으로 표현했다.”

이번에 ‘시국곡’ 중 산이의 ‘나쁜 년’과 디제이 디오씨의 ‘수취인분명’은 ‘여성 혐오’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두 곡 모두 힙합 곡이다. 조피디는 “힙합의 흥겨운 요소를 희생하더라도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곡을 썼다며 논란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미국에서도 힙합에 ‘여성 혐오·비하’ 논란은 많다. (여성에 대한 어필에 적극적인) 힙합의 요소에 그런 것들이 있다. 산이 곡은 음원 사이트를 못 듣고, 디제이 디오씨 곡은 유튜브를 통해 봤다. 하늘이 형(이하늘)이 억울한 감이 있겠지만 듣는 여성의 입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피디아이에스’에서는 내부 모니터링이 작동했다. 맨 처음 ‘100미터’ 곡 가사를 보고 윤일상이 “너무 세다”고 해 다시 썼다. 그런데 이 곡은 페이스북에서 ‘광고 게재 거부’를 당했다. 윤일상은 “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해서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겠다고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이의신청까지 했는데 안 됐다”고 했다.

둘은 청문회를 보면서도 악상을 떠올렸다. “포커페이스의 진수를 보고 나니 그런 주제도 괜찮을 것 같다.”(조피디) “너무 답답했다. 헤비메탈, 데스메탈, 하드코어 음악이 적당할 것 같다.”(윤일상)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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