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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빅뱅 ‘루저’, 다섯 번이나 앨범에 실린 사연

등록 2017-01-05 16:01수정 2017-01-05 21:25

디지털시대 새 풍속도 ‘앨범 쪼개기’
빅뱅·신화·엄정화 등 유행처럼 번져
음원시장 바뀌며 정규앨범 무의미
싱글 선발매 방식 이미 익숙해져
첫 앨범 내놓고 다음곡 발매 간보기
빅뱅 풀 앨범 <메이드>의 ‘에라 모르겠다’ 티저 이미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빅뱅 풀 앨범 <메이드>의 ‘에라 모르겠다’ 티저 이미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정화는 지난 12월27일 8년 만에 10집 앨범 <구운몽>을 내면서 ‘드리머’ 등 네 곡을 선보였다. 나머지 5곡이 언제 공개될지는 미정이다. 그룹 신화는 지난해 11월29일 타이틀곡 ‘오렌지’를 포함하여 5곡을 <언체인징 파트1>으로 선보이고, 1월2일 이 곡들을 포함한 13집 앨범 <언체인징-터치>를 발표했다. 인디밴드 볼빨간 사춘기 역시 지난해 4월 ‘하프 앨범’을 발표하고 8월 풀 앨범 <레드 플래닛>을 냈다. 빅뱅의 프로젝트는 2년에 걸쳐 있다. 2015년 5월부터 두 곡씩의 신곡을 넣은 <엠> <에이> <디> <이> 이피앨범(미니앨범)을 발매하고, 지난 12월13일 이전 곡들과 신곡 3곡을 포함한 정규 3집 앨범 <메이드>(MADE)를 발표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싱글 없이 ‘정규 앨범’만이 존재하던 한국의 유별난 음반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앨범보다는 ‘싱글’ 개념이 익숙해졌다. 이승환이 <폴 투 플라이>의 ‘후(後)편’을 싱글 2~3곡을 발표한 뒤 앨범으로 내겠다고 선언하고, 김윤아가 싱글을 3곡 발표한 뒤 연말 <타인의 고통> 앨범을 내는 등 싱글 선발매가 익숙한 방식이 되었다. 기성가수들 사이에서는 ‘디지털싱글’(디싱)이 프로젝트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 ‘앨범’은 더욱더 복잡한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엄정화의 10집 앨범은 전체적인 앨범 구상을 한 뒤 ‘파트1’만을 발표했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정화의 10집 앨범은 전체적인 앨범 구상을 한 뒤 ‘파트1’만을 발표했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디지털 시대 앨범이란 두 파트로 나누는 ‘앨범 쪼개기’는 앨범이 유명무실해진 시대, 뮤지션들의 ‘앨범의 통일성’에 대한 열망이 절충된 결과다. <구운몽>은 앨범 전체에 대한 구상이 엄정화의 머릿속에 있었고 앨범 공개 전 9곡이 정해져 있었다. 미스틱 쪽은 “곡들이 모두 완성도가 높아 전부 들어줬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한 앨범으로 내면 다 알리기가 어렵다”며 “첫 앨범의 반응을 보고 다음 곡의 발매 시기를 결정하는 등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다른 장점도 덧붙였다. “이미 발표된 곡은 리드미컬한 곡인데, 남은 곡들은 발라드가 포함된 감성적인 곡이 많다. 앨범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미스틱 쪽은 지난해 발표한 가인의 솔로 앨범 <엔드 어게인>에서도 정규 앨범의 ‘파트1’임을 강조했다.

신화는 13집 앨범을 ‘파트1’과 풀 앨범으로 단계적으로 발표했다. 신화컴퍼니 제공
신화는 13집 앨범을 ‘파트1’과 풀 앨범으로 단계적으로 발표했다. 신화컴퍼니 제공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 신화 역시 지금까지 정규로만 앨범을 발매해왔다. 이번에는 연례적으로 해온 콘서트를 봄이 아니라 겨울에 하게 되었다. 신화컴퍼니 쪽에서는 “콘서트 전 팬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기분으로 ‘파트1’ 앨범을 발매했다”고 말한다. “신화는 여전히 ‘정규앨범’ 중심”이라고 덧붙였는데, 변화하는 앨범 시장이 이런 유연성의 바탕이 된 것은 사실이다.

점유율 싸움이 된 음원 시장 급변하는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앨범을 4개로 쪼개 발표한 빅뱅의 ‘메이드’ 전략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음원 시장은 점유율 싸움인데, 앨범 하나로 전곡을 발표하면 자기 곡들 간의 경합이 생긴다. ‘메이드’는 이를 피해 계속 자기 곡을 차례로 차트에 올려놓으려는 영리한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같은 소속사의 블랙핑크가 비슷한 방식으로 음원을 발표한다. 지난해 8월 첫 싱글 두 곡을 발표하는 쇼케이스 자리에서 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이미 앨범 분량의 곡을 만들어놓았지만 두 곡씩 선보인다”고 말했다. 앨범 자체는 완결적으로 미리 만들어뒀지만, 발표는 시장 상황에 맞춰 분산한다는 것이다. 블랙핑크의 두 번째 싱글 ‘스퀘어 투’에서는 두 곡을 타이틀로 내세우고, 이전 ‘스퀘어 원’의 ‘스테이’ 어쿠스틱 버전을 싣는 식으로 앨범의 모양새를 조금씩 더해가고 있다.

‘루저’는 다섯 번이나 들어가 빅뱅은 지난해 <엠> 앨범 뒤 <에이>를 발표하면서 <엠>에 들어갔던 ‘베베’와 ‘루저’를 함께 포함했다. 마지막 미니앨범 <이>에는 다시 앞서 내놓은 곡들을 포함해 8곡이 들어갔다. 이어 정규앨범 <메이드>에는 신곡과 함께 기존의 곡들이 또 들어갔다. 결국 첫 번째 미니앨범 <엠>에 들어간 ‘루저’와 ‘베베’는 총 다섯 번이나 앨범에 실렸다. 동시에 빅뱅의 <메이드> 앨범은 전체 11곡 중 10곡이 타이틀 곡이었던 유례없는 앨범이다. 와이지는 새로운 앨범에 실린 기존 곡들은 음원 시장에선 ‘블라인드 처리’ 하는 방식으로 음원 집계 때의 교란을 회피하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메이드> 풀 앨범에서는 기존 곡들을 그대로 노출했는데, 1년이라는 시점이 지났기에 가능했다.

앨범 발매와 음원 출시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시대, ‘앨범’에 대한 정의가 혼란스럽게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소녀시대에 이어 ‘팬덤형 걸그룹’으로 등극한 트와이스는 새로운 곡 없이 미니앨범 3집을 새롭게 포장해 발매했고, 2016년 마지막 주(12월25~31일) 가온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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