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아이 멤버들은 팬들과 이별하는 ‘타입슬립 아이오아이’ 콘서트를 내내 울면서 진행했다. 21일 콘서트 장면.
“웃으면서 보다가 갑자기 해체했다는 게 떠올라서 슬퍼지고 다시 몰입하다 슬퍼지고… 무한반복 중이네”(기다릴게***) “도너츠 먹을 입맛도 없다”(***파티) “시간을 멈추고 싶은 게 이 기분이구나. 한동안 멈춰서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최대한 자세히 잊어버리지 않게ㅠ”(ㅋ*)
부모가 갈라놓는 애틋한 사랑이 이럴까. 31일 공식 해체를 앞둔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팬들의 아쉬움이 팬 사이트에 가득하다. 지난해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통해 탄생한 아이오아이는 마지막 콘서트인 ‘타임슬립 아이오아이’를 20일부터 3일간 치르고 해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별 콘셉트의 ‘타임슬립 아이오아이’ 3일간의 콘서트 내내 멤버들은 울면서 공연을 이어갔다. 임나영과 주결경, 최유정은 콘서트를 통해 자작곡 ‘다시 만날 약속’(가제)을 공개했다. 멤버들은 울면서 소감을 밝혔다. 김소혜는 “1년 전 아이오아이 된 게 믿기지 않았는데, 이제는 끝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최유정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 그 모습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며 눈물 지었다.
많은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소속사로 돌아가 활동을 이어나간다. 플레디스 소속의 임나영과 주결경은 새로운 걸그룹 프리스틴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젤리피쉬 소속 김세정과 강미나는 지난해 6월 데뷔한 구구단으로 2월 컴백한다. 다이아를 탈퇴하고 <프로듀스101>에 참가했던 정채연(소속사 엠비케이)은 아이오아이 활동 기간 중 다이아로 돌아갔다. 스타쉽 소속의 유연정은 지난해 6월 우주소녀에 13번째 멤버로 합류했다. 우주소녀는 타이틀곡 ‘너에게 닿기를’로 1월 컴백하고 활동 중이다. 전소미 소속사인 제이와이피 쪽은 “예능 등 개인 활동은 계속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1인 기획사 엠앤에이치 소속 김청하는 <교육방송>의 신생 건강 프로그램 <기적의 달리기> 진행을 맡게 됐다. 애니메이션 <발레리나>의 목소리 더빙 등의 활동을 한 김소혜는 연기 활동을 준비한다.
‘시한부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케이팝 역사에 잊지 못할 발자국을 남겼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시스템적 변화 소지를 남겼다”며 “케이팝 그룹들은 기획사별 공통된 서사를 가지고 통일성 있는 그룹을 만들어내왔는데, 이번에 기획사 연합 팀의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팀을 유지하되 멤버들은 교체하는 ‘졸업 시스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던 모델이다. 이런 성과에 고무된 엠넷은 올해 보이그룹을 대상으로 연합팀 선발 방송을 이어가고, 그 이후 제2의 아이오아이 결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아이돌 생태계의 생존경쟁을 한층 가혹한 양상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오아이의 리더인 임나영은 콘서트에서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소화해온 우리 멤버들 너무 고생 많았다”고 마지막 말을 했다. 아이오아이는 10개월 동안 두 개의 미니앨범 발매, 유닛 활동, 싱글 활동 등을 쉬지 않고 이어왔다. 두 팀 활동을 해온 멤버도 많다. 미묘 편집장은 “현재 걸그룹이 1년에 두 장 정도의 미니앨범을 내는데 이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더욱더 가혹한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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